“풀이 잘 자라고 있습니까?”, “가축도 아무 탈이 없습니까?” 노인의 질문에 우리의 가난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옛날 우리도 “밤새 편안하셨습니까”, “진지 드셨습니까”라는 일상적 문안인사를 했다. 모두가 가난의 노래이다.
이렇게 몽골의 체험이 시작된다. 양치기 할아버지가 권하는 말 젖을 발효시킨 몽골식 막걸리는 손님에게 권하는 첫 애정 표현이란다. 그들과 우리는 얼굴과 표정이 너무나 닮아 있었다. 울란바토르 공항을 내리니 어느 촌마을 어귀에 온 듯했다. 울퉁불퉁한 도로, 낡은 현대차의 행렬…. 말 달구지의 행렬…. 60∼70년대를 회상하는 타임머신을 탄 듯하다. 멀리 가물거리는 몽골 전통 천막집 겔들이 낯선 땅이란 걸 느끼게 하며, 끝이 없는 초원의 모습은 천국이다.
도시는 텅 빈 빈민가와 같다. 버스정류장의 매표소, 1평 남짓한 구멍가게에서 나 어릴 적 추억이 배어나온다. 무명 저고리에 코를 닦아가며 쇠똥이 더덕거린 머리카락의 헝클어진 추억들이 이곳에 묻혀 있어 좋다. 낮술에 뒹굴어진 나상들….
밤은 10시가 넘어서야 어두워진다. TV 방송국 여기자 3명과 몽골의 밤을 느낀다. 현란한 조명 속에 안주 없이 마시는 맥주가 취기를 더한다. 여행객과 뒤섞여 플로어는 만원이다. 나도 끝없는 들판에서 유목민의 삶을 상상하며, 미치도록 춤을 췄다. 그들은 춤과 노래가 생활이란다.
눈을 감고 신들리게 춤을 추는 여기자의 모습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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