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헬싱> vs <아이,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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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3 오후 4:41:45

시대를 넘나드는 가죽의 변천사 주말 극장가 예매 1순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반 헬싱>과 <아이, 로봇>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두 편 모두 특수효과가 훌륭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비교 대상에 오르고 있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반 헬싱>과 미래를 소재로 다룬 <아이, 로봇>에서 보여주는 장면을 통해 그 시대 분위기와 패션에 대해 살펴보고, 주인공이 공통으로 입고 있는 가죽 소재의 기능과 이미지를 분석한다. 영화 속 분위기, 둘 다 우울하다! 뱀파이어,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등 여름이면 등장하는 괴물들이 총 출동한 <반 헬싱>과 미래사회 로봇들의 반란을 소재로 한 <아이, 로봇>. 두 영화의 분위기는 모두 우울함 그 자체다. <아이, 로봇>을 제작한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아시모프의 원작을 상상과 경고를 충실히 계승해 인간 형사와 감정이 있는 로봇의 이야기로 각색했다. <크로우>, <다크 시티> 등 어두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무채색과 어두움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반 헬싱> 역시 마찬가지. 햇빛이 가려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상대로 결투를 하는 스토리 때문에 전반적으로 칙칙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계속된다. ‘반 헬싱’과 ‘스프너 형사’가 선택한 소재, 가죽 과거 이야기를 다룬 <반 헬싱>과 미래를 소재로 한 <아이, 로봇>의 두 주인공 ‘반 헬싱(휴 잭맨 분)’과 ‘스프너 형사(윌 스미스 분)’는 영화 전반에 걸쳐 가죽옷을 입고 등장한다. 과거야 그렇다 치고 미래사회라면 가죽보다 더 좋은 신소재가 많이 개발됐을 텐데 말이다. 추론해 보면 이렇다. 동물의 표피를 벗겨 의복의 소재로 만든 가죽의 가장 큰 기능은 신체를 보호하는 것. 말 그대로 피부를 한층 더 겹친 효과를 주기 때문에 여느 소재보다 질기고 단단하다. 두 영화 모두 기본적으로 결투 장면이 있기 때문에 가죽을 썼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가죽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터프함, 반항심, 소외감 등이 떠오른다.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로봇의 발달을 거부하는 스프너는 자신의 반사회적인 심리를 가죽 재킷으로 표현한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 소재 가죽에서 말이다. ‘컨버스’ 운동화도 마찬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최첨단 기능을 갖춘 자동차와 생각하고 말하는 로봇이 집집마다 보급된 2035년에 40년 전 브랜드인 컨버스 운동화를 고집하는 스프너는 현재보다는 과거의 인간적인 시대를 그리워하는 인물로 설정됐다. 반 헬싱 역시 사회에서 외면당한 채 홀로 드라큘라와 싸우는 인물로, 정신적으로 느끼는 외로움이 가죽이라는 소재로 잘 표현되고 있다. 활동적인 섹시녀 vs 연구하는 지성녀 반 헬싱을 도와 뱀파이어 백작을 처치하기 위해 나선 여전사 ‘안나 공주(케이트 베킨세일 분)’. 그녀가 입은 허리를 졸라맨 코르셋 형태의 베스트, 와인 빛 벨벳 재킷, 바디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가죽바지는 뱀파이어를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도발적인 의상은 구불거리는 롱 헤어스타일과 아이라인과 입술을 짙게 표현한 메이크업과 함께 섹시한 이미지를 주어 남성관객을 의식한 옷차림으로 보인다. 국내 영화 <낭만자객>의 여자 귀신처럼 괴성을 지르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뱀파이어 역시 도발적인 드레스를 즐겨 입는다. 반면, <아이, 로봇>은 활동적인 여성보다 지적인 여성을 선택했다. ‘수잔 캘빈 박사’ 역을 맡은 브리짓 모나한은 미래시대 로봇을 연구하는 박사답게 차갑고 지적인 여성으로 묘사된다. 평소에는 머리를 질끈 묶고 로봇의 피부(?)처럼 광택 있는 그레이 컬러 수트를 입고 있지만, 점차 로봇의 문제를 인정하고 스프너와 가까워지는 심리적 변화 앞에서는 내추럴한 헤어스타일과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바뀐다.

김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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