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온다. 사계절이 있다는 것은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생활의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경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옷을 구비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되기도, 성가신 일이 되기도 한다. 특히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은 물건인데, 수많은 검색과 발품을 들여도 좋은 디자인을 찾기 어려울 때 그렇다.
계절이 가고 날씨 변화에 따라 외부 온도가 바뀌면 중요해 지는 것이 외투이다. 한여름이 아니면, 정온동물인 인간은 몸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두께의 겉옷이 필요해진다. 적절한 옷이 갖춰졌으면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외부환경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신경써야 할 것은 온도뿐만이 아니다. 강렬한 자외선도 피부 노화의 적이며, 눈부심은 활동을 방해한다. 다행히도 이제 선글라스는 대중화되었다. 기능성이 강화된 것은 기본이고, 수요자의 요구와 생산자의 의욕이 합쳐져 선글라스는 다양한 색, 형태, 소재, 가격으로 세분화 되어 시장에 선보여지고 있다.
선글라스는 이미 패션에서는 빠질 수 없는 아이템으로 많은 패션쇼에서 매 시즌 수많은 디자인이 탄생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눈만 가리는 선글라스를 넘어 얼굴 전체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 줄 아이템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물론 양산이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한 손을 써야 하므로 활동성까지 보장해 줄 것은 역시 모자 뿐이다.
과거 모자는 실용성보다는 신분을 상징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높이와 너비가 중요했는데, 신분이 높아 스스로 움직일 일이 많지 않은 계층일수록 높고 넓으며 장식이 많은 모자를 착용했다. 과거 우리의 양반들이 썼던 모자들이 그러했으며, 현대에는 영국 귀족들의 공식적인 모임에서 그 잔재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외부 활동이 많아지고 계급이 사라지는 현대에 들어와서 과거처럼 부와 신분의 과시를 위한 거추장스러운 모자는 점차 사라지고 실용적인 목적의 모자들만 남아 발전하거나 새롭게 탄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자외선 차단을 위한 기능성 모자로써의 이미지가 강했던 선캡, 또는 선 바이저(sun visor)는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점차 패션성이 강화되고 있다. 사방으로 챙이 넓은 캐플린(capeline)에 비하면 얼굴만 가려주니 부피가 작아 실용적이며, 야구모자에 비해 머리의 눌림도 줄일 수 있다.
이번 시즌 마르니에서 선보인 선 바이저는 다른 디자이너들을 자극하고 모자 시장 확대의 전환점이 될 만큼 인상적이었다. 구조를 변화시켜 안 쓸 때는 평평하게 보관이 가능하고 큼직한 보석 장식을 달아 화려함을 더했다. 실용적이기는 했지만 아름답지는 못했던 선 바이저를 패션 아이템으로 끌어 올린 것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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