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적 인해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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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3 오후 4:43:36

형태의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한 방법이 비슷한 형태로만 디자인하고, 그 배치를 자유롭게 하면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단일한, 혹은 단촐한 형태 이미지만으로 디자인을 하게 되면 전체 형태의 속성은 단순하게 정리된다. 이것을 바탕으로 형태들의 배치를 자유롭게 해주면 변화가 생기게 된다. 변화와 통일이란 조형의 대전제가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안정감은 형태의 속성에서, 변화는 배치에서 얻어지는 것이 이러한 조형적 접근의 특징이다. 비슷하게 생긴 형태들을 많이 넣어주어서 속성상 형태의 통일감을 최대화시켜 놓고, 형태들의 배열은 비대칭적으로 하여 형태간의 엔트로피를 증대시켜 놓으면 안정감과 변화가 동시에 충족되는 형태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안정감을 바탕으로 형태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조형 방법이다. <그림 1>은 삼각형과 원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원과 삼각형 이외에 다른 조형적 불순물이 없기 때문에 형태의 속성이 명료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형적으로 통일감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런데 속성상으로는 정리되어 있지만 형태들이 비대칭적이고 변화무쌍하게 어울려 있기 때문에 단조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단조로움은 변화 있는 배치로 해결되며, 혼란스러움은 형태 속성의 정리로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형방법은 구체적인 디자인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그림 2>를 보면 전체적인 배치는 비대칭적으로 되어 있지만 앞에서처럼 비슷한 조형요소들이 서로 조화되어있기 때문에 역동적이면서도 안정된 느낌을 준다. <그림 2>의 포스터 디자인은 일반적인 그래픽 디자인의 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우선 제목을 보자. 일반적인 디자인에서는 제목이 전체 화면의 가운데 윗부분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나 여기서는 제목이 우측 하단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소제목 번호들이 불규칙하게 배치되어 있다. 게다가 바탕에는 사진이 들어가 있어서 형태의 질서를 더욱 복잡하게 교란한다. 쉽게 말하자면 형태의 안정감을 헤칠 수 있는 요인들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디자인은 우리 눈에 그다지 혼란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글씨들의 색을 보면 눈에 뜨이는 것들은 모두 녹색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큰 글씨와 작은 글씨는 색을 다르게 하는 것이 보통이고 글자의 속성이 어떤가에 따라 색을 달리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쩐 일인지 모든 글자들의 색이 같게 되어 있다.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글자에 있어서는 통일감이 생긴다. 바탕은 빨간색과 검은색이 주조색인데, 검은색이 무채색임을 감안한다면 색의 주도권은 빨간색이 가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바탕면의 빨간색에 대해서 글자의 녹색은 보색이다. 보색이란 색상환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색으로서 색의 속성이 서로 반대가 되는 색을 일컫는다. 따라서 보색이 서로 마주 대하게 되면 서로 두드러지게 된다. 글씨가 모두 녹색으로 되어 있는 것은 바탕색과 강하게 대비되어서 글자들의 통일감을 그만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외부의 적이 있으면 내적으로 강하게 단결하게 되는 것처럼, 빨간색 위에 놓인 녹색의 글자들은 서로의 속성을 강하게 공유하게 된다. 하여간 바탕과 글자는 색으로 인해서 서로의 속성을 더욱 강하게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복잡하지 않게 정리된다. 이렇게 전체적인 조형의 상태가 안정되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여유가 커지게 된다. 즉, 색상과 형태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글자는 보다 더 자유롭게 배치할 수가 있다. 아니, 이런 경우에는 글자의 배치를 최대한 자유롭게 하여 자칫 무던할 수 있는 형태를 변화무쌍하게 해주어야 한다. 디자이너의 창조적인 개성과 표현에 대한 욕구는 이런 상황에서 마음껏 구현되어야 한다. <그림 2>에서 녹색 글자들의 배치가 자유롭게 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배치만 자유롭게 하고 글자꼴에는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은 뛰어난 디자이너의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만일 글자꼴에까지 손을 댔다면 전체적으로 형태의 안정감이 크게 손상되었을 것이다. 멈추어야 할 적절한 선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디자이너를 뛰어나게 만드는 능력이다. <그림 3>의 건물과 환경 디자인은 비슷한 조형 이미지로 조화되어 있다. 부분적으로 살펴보면 분명히 다른 형태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삼각형의 인상이 강하게 느껴진다. 왼쪽 벽의 처리라든지, 꺾어진 길이라든지, 멀리 집의 앞면의 형태들이 모두 삼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비슷한 조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형태요소가 많아서 복잡하게 느껴질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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