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몸은 편안함을 추구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격식과 에티켓을 위해 딱딱한 옷 안에 신체를 집어 넣어야 했다면, 20세기 전후로 대량생산과 도시화, 전쟁으로 인해 새로운 소재의 개발과 의복의 간소화, 과거와는 다른 활동과 인식의 변화 등 종합적으로 사회 변화가 일어나면서 인간의 움직임에 자유를 주는 방향으로 복식이 변화해 왔다.
특히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스포츠 문화와 그로 인해 생겨난 스포츠웨어는 오늘날의 주간용 캐주얼웨어의 원형이 되었다. 요즘의 화이트컬러 직장인들이 입어야 하는 격식을 차린 포멀웨어(formal wear)를 제외하면 현대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은 대부분 스포츠를 통해 파생된 디자인이다.

운동을 위한 복식이라는 이름의 스포츠웨어는 ‘레저(leisure)’, ‘야외(open air)’, ‘여유(relaxation)’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19세기 말부터 여가를 즐길만한 여유가 있는 특권층 여성을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7kg에 달하는 치마 버팀대와 엄청난 부피의 드레스를 입고 다니던 당시의 복식 상황에서 스포츠웨어의 모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활동을 위해 드디어 여성복에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실용성’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소재 또한 스포츠웨어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부드러운 저지 소재와 니트, 스판처럼 ‘신축성’이라는 개념은 요즘 소치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그 중요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점차 저지, 니트, 플란넬(flannel), 바람막이 의상(wind breaker), 캡(cap), 리퍼 재킷(reefer jacket), 세일러 오버셔츠 등이 스포츠 웨어 아이템에 포함되었고, 이것이 사람들의 의복에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일상복 스타일에 영향을 주었다.
1920년대 여성들도 자유주의의 물결을 환영했고, 샤넬, 파투와 같은 디자이너가 이 영역을 장악하자, 쿠튀르들도 이전에는 다루지 않았던 스포츠웨어에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환경은 곧 기능적인 여성복식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1930년대가 되자 야외 활동과 운동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일상복의 범주인 캐주얼웨어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특히 1936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유급 휴가가 시행되면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해변으로 몰려갔다. 수요가 생기니 공급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아웃도어 패션의 붐은 스포츠웨어를 생산하도록 부추겼다. 이름난 하우스들은 바지, 수영복, 랩 스커트(pareos)와 스웨터 등을 준비하여 휴가를 즐기는 부자 고객들에게 판매하며 레저웨어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포츠는 귀족과 상류층을 위한 여가 문화였다. 피케 셔츠의 등장으로 스포츠웨어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1927년 르네 라코스테라는 테니스 선수를 위해 고안된 뒤보다 앞이 짧은 형태의 ‘저지 프티피케(jersey petit pique) 셔츠’는 1930년대 미국 전역으로 퍼지며 남성들의 유니폼이 되었다.
이 셔츠는 레저웨어의 일상화를 촉진했고, 특히 여름용 의복의 간소화에 영향을 주었다. 현재의 피케셔츠가 가진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오랜 역사를 지닌 산물인 것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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