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장기간 지칠 줄 모르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7년부터 성장이 본격화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올해 8년째에 접어 들었지만, 분위기는 약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보다 세분화되면서 확대되는 추세이다.
산을 오르는 등산복에서, 산 아래에서도 입는 일상복으로 확장됐고, 아동복으로, 이너웨어로, 캐주얼 웨어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는 아웃도어 시장에 대한 향후 전망에 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웃도어 시장이 지난해 6조 7000억원대에서 올해 7조원대라는 거대 시장으로 또다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 만큼 향후 국내 패션 시장의 향방이 아웃도어 시장 변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웃도어 시장이 먼저 성숙기에 접어든 유럽과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앞선 일본을 보면 향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지난 9일 한국을 방문한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 유수의 글로벌 아웃도어 기업의 CEO를 역임한 빌 윌른 전 ‘파타고니아’ 일본 지사장을 지난 10일 ‘파타고니아’ 강남 직영점에서 만나 향후 아웃도어 시장에 대한 견해를 들어 보았다.
Q.한국 방문 이유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파타고니아’ 일본 지사장을 지냈다. 미국 본사 사람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지금은 중국에서 아웃도어 관련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미국 ‘파타고니아’ 본사에 잠시 방문했다가,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파타고니아’에 대해 조언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방문했다.
Q.현재 하고 있는 컨설팅은 주로 어떤 분야인가?
신발로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 ‘킨(KEEN)’의 아시아퍼시픽 지사장을 끝으로 은퇴한지 1년 반 정도 됐다. 곧바로 컨설팅을 하게 됐으니, 쉬지도 않고 굉장히 빨리 현업에 복귀한 셈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기업이 많아 휴가도 못 가고 바로 이 일에 뛰어 들었다. 조직운영, 방향설정, 전략, 직원 교육 및 동기부여 등에 관한 컨설팅이다. 현재 백팩 브랜드로 유명한 ‘아이그너(Aigner)’와 파타고니아 차이나, ‘그레고리’, ‘킨’ 등을 컨설팅하고 있다.
Q.한국 아웃도어 시장에 대해 견해가 있다면?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40년 이상 걸려 성장했고 일본은 20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런데 한국은 10년 밖에 안 됐다.
다른 나라는 기능성을 강조한 퍼포먼스 아웃도어 시장이 무르익은 다음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점차 성장했는데, 한국은 거의 퍼포먼스와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동시에 성장한다는 판단이다.
아웃도어 인구 증가 면에서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 일본보다 앞서 있다. 인구가 적은 나라에서 이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웃도어를 즐기는 인구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분명 아웃도어를 즐긴다는 측면에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
Q.향후 한국 아웃도어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난 카약을 즐기는데 아직 한국엔 카약이 일반화되지 않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카누, 낚시, 하이킹 등 아웃도어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유럽이나 미국은 아버지로부터 아들로 이어지는 대를 이어가며 아웃도어를 즐긴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아들이 또다시 자연스런 아웃도어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시장이 활성화된 것이 아직 10년 전후인 만큼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고속 성장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업가라면 30%대 성장이 십 수년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성숙기에는 신규 고객 창출보다는 상품 개발로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 컬러를 바꾸고, 새로운 기능이 들어간 신상품을 개발해 고객 참여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 수명이 늘면서 패밀리 단위의 아웃도어 활동이 늘 것이다. 이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
Q.중국 시장에서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중국 시장 전망은?
단언하건대 중국은 아직 아웃도어 시장으로는 이르다. 한 예로 아웃도어 매장에 쇼핑 온 중국 사람들은 ‘여기서 가장 비싼 옷이 어떤 거죠?’, ‘여기서 가장 잘 나가는 옷이 뭐죠?’라는 질문을 한다. 유럽, 미국, 한국 사람들은 ‘이 옷은 어떤 기능을 갖고 있나요?’, ‘산에 가려는데 어떤 기능의 옷이 적합할까요?’라는 질문을 한다.
질문의 방향 자체가 다르다. 아직 중국은 생각이나, 국민 소득 정도가 낮아 생활의 여유가 있을 때 찾게 되는 아웃도어 활동 인구가 적다. 그래서 대다수가 그런 질문을 한다. 단순히 패션 브랜드로 보는 것이다.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수 대비 아웃도어 인구가 적어 당분간 아웃도어 매출은 극히 낮을 것이다. 오히려 오프라인 몇몇 매장에 온라인 유통 중심으로 전개하다가 오프라인의 기회를 엿보는 게 좋을 것 같다.
Q.한국에서 ‘파타고니아’의 전망은?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파타고니아’뿐만 아니라 ‘아크테릭스’, ‘노스페이스’, ‘하그로프스’ 등 모든 브랜드가 우수한 제품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의식 있는 소비자라면 단순히 제품력만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제품력 외에 철학, 스토리,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선택한다.
소비자 중에는 상품을 구매한 후 집에 가서 ‘왜 샀지?’라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구매한 후 가족,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제품은 강도 살리고, 환경도 살린대!’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파타고니아’는 자연과 환경을 해치는 그 어떤 것과 타협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과 환경을 고집스럽게 생각하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이 고객에게 전달된다면, 그 고객은 제품을 구매한 후 환경을 살리는데 참여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고객은 ‘파타고니아’의 마니아가 된다. ‘파타고니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철학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다려야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빌 윌른(Bill Werlin)>
빌 월른 前 ‘파타고니아’ 일본 지사장은 1974년 ‘노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씨에라 디자인과 액션 스포츠그룹의 대표를 역임했고, 2000년부터 10년간 ‘파타고니아’ 일본의 지사장으로 재직했다.
치열한 일본 아웃도어 시장에서 ‘파타고니아’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글로벌 아웃도어 전문 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축적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아웃도어 시장의 성공 방정식을 컨설팅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요 약력
2011-2012 킨 (아시아퍼시픽, 지사장)
2009-2011 버튼 (일본, 지사장)
2000-2009 파타고니아 (일본, 지사장)
1994-2000 액션스포츠그룹 (미국, President)
1989-1993 노스페이스 (미국, President)
1987-1989 씨에라 디자인 (미국, President)
*기타
Conservation Alliance 前 president & 이사회 멤버
Outdoor Industry Coalition 창립 멤버
American Hiking Society 前 이사회 멤버
TED Tokyo 2009 초청 강연
김성호 기자
ks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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