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패션업계의 중국 진출과 투자가 크게 늘었다. 특히 초기 중저가 볼륨 브랜드에서 시작된 중국 생산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복종으로 확산, 대세를 이룬 상태다. 구로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다 최근 수익성 악화 때문에 중국으로 공장 이전을 결정한 한 남성복업체 사장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곳에 남성복 공장이 4∼5개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만 남았다”며 “우리도 이달 말로 공장을 정리해 중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중국의 효용가치는 단순히 생산기지로서의 가치만으로 말할 수 없다. 13억이라는 거대 시장은 생산기지 이상의 가치를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패션 브랜드들도 부쩍 늘었다. 최근에는 아예 중국 현지 유통업체나 생산업체와 합자해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를 런칭하는 한국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 중국에서 한국 업체와 중국 공장간 갈등이 여러 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내수경기 침체로 국내 업체의 중국 오더가 줄자, 이러한 갈등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중국 현지에 지사를 두고 있는 모 브랜드 생산 담당자는, “한국 업체와 중국 생산공장간 갈등으로 얼마 전에는 모 지역에서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다”며 “비즈니스관이 다른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 소식통은, “생산 지연과 컨플레임 사례가 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력난과 미주지역 오더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오더 딸 때만 바이어인 중국의 양면성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이 같은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과 중국인들을 피상적으로 알고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전문가인 김종오 엠케이컨설팅 박사는, “중국인들은 경제에 있어서는 미국을 자신의 경쟁상대로 보고 있다. 일본은 미국을 상대하기 위한 과정, 한국은 필요에 따른 선택에 불과하다”며 “중국 비즈니스에 앞서 먼저 중국인들의 의식구조를 정확히 아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중국의 양면성은 지난 월드컵 때 우리와 이태리가 벌인 8강전 결과를 보도하는 중국 언론의 보도 자세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동질성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적으로 이태리 입장만 대변했다. 심지어 국영방송인 CCTV 여자 앵커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눈물까지 보이는 히스테리컬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김 박사는, “중화사상에 길들여진 중국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그들에게 축구의 경쟁상대는 이태리인데, 이런 이태리를 한국이 이기자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 국내 패션과 패션업체를 보는 중국 패션업계 시각은 나쁘지 않다. 한류로 한국 패션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호감도도 높다. 또 ‘관시’가 중요한 플랜트산업과 달리, 패션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마케팅만 잘 하면 승산이 높은 업태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요소만큼 부정적인 요소도 공존하는 곳이 중국이다. 한류에 대한 기성세대의 거부감은 젊은 세대의 호감 못지않게 높다. 중국 패션업계는 우리 패션과 패션업체를 인정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는 그들이 아직 우리에게서 얻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우리에게 얻을 것이 없다고 여기는 순간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중국이 기회의 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이러한 중국의 양면성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진정한 ‘차이나 드림’을 이루기 위해선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중국의 눈높이에 맞게, 우리 스스로도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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