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소개해 준 친구들로부터 연인이 되었다며 밥을 사겠다는 연락이 왔다. 사실 주선을 잘해서 좋은 인연이 되었다기 보다는 운이 좋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지인을 소개해주면, 십중팔구 모두 스쳐가는 인연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만남이 실패하게 된 주된 이유는 내가 전문적인 중매쟁이만큼 탁월한 안목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책임을 다른 곳으로 전가해보자면 ‘예쁘고 착해’, ‘인성이 훌륭해’ 정도의 설명으로는 당사자들이 만나기 전에 상대방과의 관계를 이어나갈 것인지의 여부를 미리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알았더라면 서로를 남녀로 생각해보지 않았을 사람들이 일단 소개자리에 나가게 되고,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소개팅에서의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al Asymmetry)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외모, 성격, 재력, 집안 등 매력을 느끼는 요소에 대해 객관화된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거나, 장기간의 경험과 우수한 정보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매쟁이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한다.
비단 소개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자본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고 해도, 회사 외부에 있는 투자자가 회사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투자자는 훌륭한 투자 기회를, 회사는 효율적인 자금조달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반면, 여러 가지 부실을 떠안고 있는 회사를 예쁘게 포장한 후 투자시장에 소개하면 관련 투자자는 취할 수 있는 이익 대비 커다란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이처럼 투자위험 요소에 대한 발행자와 투자자간의 정보의 접근성 차이로 정보의 양과 정확성 측면에서 불균형이 발생함에 따라 자금시장의 비효율이 야기되는 것이다.
오늘날 자본시장에는 일반기업, 은행, 증권사, 감독기관, 개인투자자에 이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있으며 일관적인 평가기준을 통용하기 위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위치에 있는 신용평가사가 특정 유가증권의 원리금이 상환조건대로 상환될 확실성 혹은 발행자의 금융채무 전반에 대한 상환능력을 일정한 기호인 ‘신용등급’으로 표시하여 이해관계자에게 공시하고 있다.
이것이 신용평가이며,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투자회사에 대해 일일이 발품을 파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으며, 발행사는 자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합당한 금리 수준에서 효율적인 자금조달 기회를 가지게 된다.
최근 의류산업에서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기업들이 다수 출현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외부환경 및 치열해지는 경쟁구도 아래 미래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실행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투자를 위해서는 자금조달이 선행되어야 하며, 자금조달처의 다변화, 차입만기의 장기화, 금리상의 이점 등을 위해 직접금융시장(회사채, CP 등)에 대한 수요 역시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자금조달 비용의 결정과정에서 주요 가이드 라인으로 제시되는 신용등급에 대해 처음 접해보는 대다수 의류업체들의 경우 등급결정 요소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사의 신용상 강약점을 파악하지 못함에 따라 신용등급 결정과정에서의 자료 준비 및 대응이 미숙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의류산업의 신용평가 요소에 대한 연재를 통해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사업적, 재무적 기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며, 현재 평가를 받고 있거나 받을 계획이 있는 회사들이 신용평가 요소에 대한 자체적인 준비를 통해 산업 내에서 보다 정확하게 평가 받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희정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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