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과 질투, 이별의 신파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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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3 오후 4:46:37

물랑루즈 19세기 말. 전쟁이나 외교적 마찰 없이 진행된 산업발달로 물질적 풍요를 얻게된 서구 사회는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 상황의 허구를 깨달은 사람들은 낙관주의에 대해 반항의식을 갖게 된다. 문명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믿는 현세부정적 허무주의 경향에 영향을 받은 이들은 점차 유미주의와 퇴폐주의에 빠지면서 낭만과 사랑, 마약과 매춘 등 환락과 쾌락의 장소 ‘물랑루즈’로 모여드는데…. 19세기 말 파리의 명소였던 ‘물랑루즈’를 배경으로 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는 ‘젊은 시인이자 음악가가 꿈에 그리는 사랑을 찾아 지하의 세계로 간다’라는 오르페우스의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1899년 ‘물랑루즈’의 아름다운 뮤지컬 가수 사틴(니콜 키드먼 분)은 신분상승과 성공에 대한 야심을 품고 있다. 클럽의 매니저로부터 스폰서를 구하고 있던 사틴은 우연한 기회에 젊고 이상에 사로잡힌 시인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 분)을 만난다. 그는 섹스와 마약으로 인해 혼돈과 매력이 가득한 물랑루즈에서 클럽 최고의 스타 사틴과 사랑에 빠지지만 이 둘의 사랑은 결국 슬픈 결말을 맞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바즈 루어만 감독은 ‘인생은 비극이라는 비관론과 이상주의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이 신화 속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격정과 질투와 이별의 순서를 따라가는 신파 로맨스 <물랑루즈>에는 온몸 구석구석에 흥분을 전하는 요소가 있다. 일단 캉캉 댄서들이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맹렬한 속도로 다가온다. MTV 영상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도 통할 만큼 역동적이다. 19세기 배경의 세트에서는 데이비드 보위, 마돈나 등의 팝 뮤직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송, 고전 영화음악이 루어만 특유의 비틀기를 통해 마구 튀어나온다. <물랑루즈>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했던 장르 ‘뮤지컬’을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아워글래스 실루엣에서 S커브 실루엣까지… 제74회 아카데미상에서 미술상과 의상상 수상경력이 증명하듯 <물랑루즈>의 세트와 무대 디자인, 그리고 코스튬 디자인은 눈부시게 찬란하다. 호주에 세워진 세트는 화려한 금박 장식들, 가는 줄 세공으로 장식된 천장 그리고 실제 크기의 댄스 플로어까지 1890년대를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감독 루어만의 부인이자 코스튬 디자인을 담당한 캐서린 마틴은 고증에 그치지 않고 현대의 모더니즘을 가미하여 아주 새롭고 환상적인 의상을 제작했다. ‘아르누보(Art Nouveau:기계 생산품에 반대하여 수공예품에 가치를 두자는 미술)’운동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1890년대가 되면서 의상의 유행도 변화된 미의식에 부응하기 시작한다. 크게 부풀렸던 버슬의 심한 곡선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스커트 형태로 바뀌고, 전체적으로 날씬한 아워글래스 실루엣(1890∼1900년)이 주를 이룬다. 단순한 디자인 때문에 관심의 초점이 어깨와 소매로 옮겨졌지만, 1897년경 다시 소매가 좁아지고 힙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이어 코르셋으로 허리를 한껏 조이고, 허리선 아래로 뾰족한 곡선을 그려 더욱 가늘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주는 S커브 실루엣(1900∼1910년)이 유행한다. 의상의 소재는 1890년 이전에는 무겁고 윤기 있는 브로케이드가 많이 사용됐지만 이후에는 시폰, 오간디, 조젯, 크레이프, 린넨, 레이스 등 가볍고 부드러운 재료가 사랑받았다. 화려한 무대 의상과 섹시미의 결정체 란제리 룩 사틴의 의상은 화려한 무대 의상, 섹시한 란제리 룩, 클래식한 일상복 등 세 부류로 나뉜다. 크리스털, 실크, 모피 등 최고의 소재로 제작된 의상과 화려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클럽 최고의 스타에 걸맞은 스타일로 뭇 남성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특히 그네를 타고 노래를 하는 사틴의 크리스털 드레스와 붉은 장미가 프린트된 중국 풍의 차이나칼라 드레스, 허리를 드러내는 인도 풍의 의상 등은 도발적이고 화려한 사틴을 만들어주었다. 특히 몇 겹의 치마 속에 숨겨진 속옷, 속살이 비치는 블랙 스타킹에 가터 벨트, 허리를 강조한 코르셋 등 섹시한 이미지를 표현한 란제리 룩은 19세기 말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시대상을 엿보게 한다. 평상복의 경우 당시 소매 부피가 적어진 수트와 화려한 모자로 아르누보 스타일을 보여주거나 ‘깁슨 걸 스타일(남성의 테일러드 재킷에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긴 스커트를 착용한 것으로 1880년대 영국 디자이너 레드펀에 의해 고안됨)’로 활동적인 여성상을 표현한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남성복과 도발적인 캉캉 댄스 당시 남성복은 재킷, 베스트, 팬츠 등을 한 벌로 입고 외투를 걸치는 스타일이 유행했다. 나비넥타이, 작은 안경, 지팡이, 끝이 살짝 올라간 얌체 수염 등은 신사를 대변하는 액세서리였다. 그러나 점차

김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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