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들이 돌아왔다. 니콜 키드먼, 기네스 펠트로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패션잡지의 커버를 차지하고 브랜드 광고에 등장하면서 캣워크쇼의 소품처럼 전락했던 패션모델들이 다시 패션잡지와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어패럴업계가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할리우드 연예인들의 패션 파워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시작된 ‘비(非)모델들의 모델 자리 빼앗기’는 마케팅에 목숨을 거는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더욱 강화된 상황. 특히 소비자들의 관심을 찾기 위해 패션잡지와 연예인 소식란처럼 되어버리면서 정통 패션모델들은 일반 소비자들과 분리되는 느낌을 받아왔다.
1980∼1990년대만 해도 신디 크로포드, 나오미 캠벨, 크리스티 털링턴 등 정통 모델들이 패션계의 얼굴로 패션광고와 빌보드를 독점하며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남았지만 최근의 모델들은 ‘얼굴’은 기억나지만 이름은 모르는, 말 그대로 패션 소품으로 퇴락한 형국이다. 물론 지젤 번첸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모델도 있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인이라는 사실이 큰 작용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면서 모델들은 유명인과의 스캔들을 통해 주목을 받거나 ‘Bad girl’ 이미지로 연예계에 진출한다. 밀라 요요비치, 에스텔라 워렌 등이 대표적인 인물. 이처럼 모델이 유명인의 들러리가 되고 패션지가 어패럴 자체보다는 유명인의 패션쇼 참가 사진이나 시시콜콜한 일상을 보도하는 장소가 된 것은 ‘마케팅’ 효과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그》 9월호 커버에 이 시대 대표모델 9명의 얼굴이 모두 등장하면서 패션계는 다시금 모델의 존재감을 깨닫는 모습이다.
패션계가 갑자기 전문모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유명인이 패션을 지배하면서 패션이 그들의 부속물처럼 변해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니콜 키드먼의 향수, 제니퍼 로페즈가 입고 등장한 옷 등으로 알려지면 인지도(혹은 매출)는 높아지지만 브랜드 자체의 존재감이 뒤로 밀려난다는 것.
최근에는 유명인들이 아예 자체 브랜드를 런칭해 디자이너 역할까지 하겠다고 나서면서 패션계는 정체성에 심각한 회의를 느껴왔다. 따라서 패션을 부속품이 아닌 주역으로 표현해 주고, 제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전문모델이 다시 전진배치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조금 나아진 탓일까? 연예인에 휘둘렸던 패션계가 다시 정통성의 가치를 깨닫는 모습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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