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은 건축, 산업 디자인, 공예, 심지어 예술과의 만남도 익숙하다. 하지만 시각 디자인이 엄연히 같은 디자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패션과 타이포그래피와의 만남은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패션과 그래픽 디자인의 결합은 너무 당연하기에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겠다. 타이포그래피는 패션에서 한동안 소외되어 있었다. 우선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의 용어 정리부터 해보자.
도식적으로 타이포그래피는 그래픽 디자인에 속한다. ‘그래픽 디자인’이란 다량의 인쇄 복제를 수단으로 하는 디자인의 한 분야이다. 간단히 그래픽 디자인은 종이에 인쇄되는 모든 것이다. 따라서 포스터, 신문·잡지의 광고, 카탈로그, 책 표지, 포장 등을 더 아름답고 눈에 띄도록 한다. 아름다운 그래픽 디자인을 위해 일러스트레이션·사진·레터링, 레이아웃·타이포그래피(typography:인쇄 체재) 등이 그래픽 디자인의 요소가 되고, 이것이 종합되어 하나의 면이 구성된다.
그래픽 디자인의 활동 내용은 다양하며, 1950년대 이후 인쇄 이외에 보다 큰 개념에 포함되는 중이다. 기업과 결부된 시각적 홍보 활동을 위한 ‘상업 디자인’, 지도·도로표시나 생활환경에 대응한 ‘공공 디자인’, 영화·TV·뮤직비디오와 같은 대중 매체의 시각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비주얼 디자인’, 나아가 이것을 다시 보편적인 시각 전달의 문제로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커뮤니케이션(전달) 디자인’이라고도 한다.
그 중에서 타이포그래피는 활자 서체의 배열을 말하는데 특히 문자 또는 활판적 기호를 중심으로 한 2차원적 표현을 칭한다. 편집 디자인 분야에서 활자의 서체나 글자 배치 따위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일을 가리킨다.
패션에서도 기업의 로고, 새로운 무늬의 개발이나, 티셔츠에 들어가는 그림과 글씨의 결합도 그래픽 디자인에 속한다. 이전에도 패션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견 표현을 위해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하기는 했다. 엄밀히 따지면 타이포그래피라기 보다, 종이 대신 옷에 쓴 활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디올’의 2014 S/S 컬렉션에서 선보여진 의상처럼 ‘타이포그래피’가 패션에서 직접적으로 인지된 디자인은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스트라이프를 넣어 강조한 ‘앨리스 가든’이나, ‘환락의 길’, ‘들뜬 장미’ 등의 문구는 마치 시 같은 은유적 내용으로 패션쇼의 콘셉과 의상의 패턴과 어우러져 새로운 이미지를 나타내었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처럼 간단한 듯 완전히 혁명적 패션 디자인의 탄생이었다.
고학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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