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유내강형 리더십으로 화합 이끌어…세계화 비전 명확
국내 대표적인 패션 리딩 기업 ㈜한섬. 현대백화점에 지난해 인수된 후 올 4월 1일로 김형종 대표가 수장을 맡았다. 이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그는 외유내강의 파워로 한섬을 경영해왔다. 불황의 늪 속에서 숫자상 역신장했지만, 오히려 엄청난 파워로 국내외에 걸친 사업 다각화와 브랜드 리뉴얼과 럭셔리 라이선스 브랜드 론칭 등 혁신적인 리더십을 펼쳐가고 있다. 새로 이전한 서울 청담동 신사옥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Q : 경영자로서 본인에게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줄 수 있나?
“50점 정도?(웃음) 위기에 대처하며 가야 하는데 한섬은 한 템포 늦었다. 부임 후 어려운 환경 속에 다소 공격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해온 건 플러스 점수를 줄 수 있다. 리스크를 안고서 과감하게 잘해 왔다고 스스로 생각한다(웃음). 하지만 패션업의 전체 맥을 짚고 가야 하는데 전문성 은 다소 부족한 점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장 시절, 김 대표는 주로 정장 차림이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위해 두 번 만나는 동안, 그는 한 번은 빨간 진에 흰색 스니커즈를 신기도 했다. 한층 패셔너블하게 변신한 모습이다. 김 대표는 “패션기업에 있으니 당연히 그에 걸맞는 패션 감각을 살려야 되지 않겠나”고 미소지었다.
Q : 사업다각화를 위해 해온 노력을 소개하자면.
“한섬은 의류군에만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잡화,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쪽으로 관심 폭을 넓혀 나갈 것이다. 또 해외 진출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 한섬 파리지사설립을 완료하고, 파리 마레 지역에 『탐그레이하운드』 파리점 출점을 준비 중이다. 『탐그레이하운드』 파리점에는 유럽에서 접하기 힘든 미국 및 일본 컨템포러리 브랜드, 한섬의 「시스템」 및 신규 잡화 브랜드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Q : 불황기 공격 경영을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소신 없이는 힘들 것 같다.
“27년을 한 직장에 있었으니, 현대백화점그룹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어려운 집안에서 자랐지만, 회사 덕분에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고 있다. 회사 경영진의 한 사람이라 사심을 버리고 백의종군해서 회사 발전을 위해 100% 전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심이 없으면 리스크가 있어도 가야할 길이면 계속 갈 수 있다. 이제는 회사에 받은 걸 되돌려 줄 때다.”
김 대표는 “어려울 때 준비하면 호황이 올 때 치고 나갈 기본기가 되는데, 호경기를 맞아 준비하면 남보다 한발 늦다”고 말한다. “남보다 한발 빨리 나가기 위해서는 위기 때 잘 대처해야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 한섬에서 세운 비전과 목표는?
“5년 후 매출 목표로 1조원을 잡고 있다. 현재는 5000억원 매출을 낸다. 럭셔리 이미지에서는 한섬이 최고 패션 기업인데, 볼륨까지 갖추면 트렌드도 갖춘 국내 최고의 패션 리딩 기업이 될 것으로 본다. 국내 내수에서 5900억원, 수입·편집숍·라이선스 쪽에서 4100억원으로 1조원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섬이 현대백화점 변신에 한 축이 될 것이다. 편집숍 『무이』와 『탐그레이하운드』도 현대백화점 위주로 들어갈 것이다.”
Q : 수입 사업이 탄력받은 것으로 평가 받는데…어떤가?
“2014년까지 럭셔리 브랜드부터 컨템포러리 브랜드까지 10여개 브랜드의 신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 론칭한 「이로」는 현대본점과 갤러리아, 현대무역점, 신세계본점, AK 등 5개 백화점에도 들어갔다. 「발리」는 내년 S/S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수입 컨템포러리가 대세인만큼 계속 론칭할 예정이다.”
Q : 큰 기업이 수입 컨템포러리에 치중하면 국내 패션 시장에 좋은 영향을 마칠까.
“수입 패션 시장이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 변화에 따라 세분화되면서, 명품 브랜드 중심에서 컨템포러리로 확장되고 있다. 이 상황에 맞추어 포커스한 결과이고, 이런 노력이 시장 활성화와 국내 캐릭터 브랜드들에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대기업인만큼 자칫 욕먹을 가능성도 있어 선의의 경쟁을 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작은 기업들이 하고 있는 브랜드에 손을 대지 않는 방식으로 상도의를 지키려 한다. 또 협력업체도 100% 현금 결제한다.”
Q : 가장 염두에 두는 경영 전략은?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조직 관리가 가장 중요해진다. 패션 분야를 깊이는 잘 모르지만, 나는 큰 방향만 잡아준다. 구체적인 부분은 각 본부장에게 역할 분담을 시켜 자체적으로 책임지도록 한다. 대표가 여유가 있어야 멀리 보고 큰 숲을 볼 수 있다.”
Q : 패션을 깊이 있게 하지 않았는데 어떤가.
“돌팔이도 때론 필요하다(웃음). 패션에 너무 빠져 있으면 패션 테두리 밖을 못봐서 고정 관념을 바꾸지 못하는데, 밖에서 보면 시장과 유통의 변화와 속도감을 볼 수 있다. 밖에 있는 사람이 변화에는 더 유리한 셈이다. 큰 그림을 보고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 체제에서는 CEO가 다 할 순 없다.”
Q : 대표 취임 후 온건한 인사정책을 편 것으로 안다.
“학습 효과가 중요하다. 예전에 다른 기업이 유명 브랜드 인수 후 기존 직원들이 많이 사직해 인수 효과를 별로 못봤다. CFO 외에는 심복 한 사람도 없이 단신으로 한섬으로 옮겼다. 한섬의 훌륭한 맨파워를 그대로 흡수했다. ”
Q :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어떤 부분에 힘을 쏟는지.
“솔선수범할 수밖에 없다. 밑바닥부터 다져 가고 있다. 직원들과 티타임하고, 젊은 직원들의 건의사항과 애로점을 듣고 동호회를 활성화하는 등 스킨십부터 시작했다. 관리 영업 부분은 내가 먼저 문을 열었고, 기획 부분은 정재봉 부회장도 계시고 직원들도 혼란스러워 할까봐 속도를 조절하며 연착륙 쪽으로 가고 있다.”
Q : 직원 카페도 인기가 많던데…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비록 30평밖에 안 되지만 고급스러운 휴식 공간을 만들고 원두 커피 등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을 할 당시에도 솔선수범형으로 유명했다. 주위의 우려를 씻고, 하루에 3군데씩 협력사를 만나러 직접 돌아다녔다. 3년간 상품본부장을 하면서 협력사 350군데를 다녔다. 스스로 몸을 낮춘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락시장 청과물 담당자를 기다렸다가 종이컵에 함께 커피를 마시기를 3년 했죠. 사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리를 옮겨도 인연이 이어지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요.”
술 좋아하는 이들과는 저녁에, 술 안 좋아하는 이들과는 점심을 함께 하고, 운동 애호가와는 주말에 골프를 친다. 아내도 골프를 배우게 해서 불만을 잠재웠다. 처음엔 소주 1잔이던 그의 주량은 그새 폭탄주가 많이 늘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조직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것이 항상 그의 화두다. 겸손하고 온유하면서도 소신있는 김대표의 리더십과 경영 철학이 한섬을 어떻게 꽃피울지 기대된다.

이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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