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적 사고에 기반을 둔 창조력 눈길
“혁신과 실용 사이.” 이는 「쿠만 유혜진」의 2013 F/W 서울컬렉션을 본 전문가의 평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선명한 컬러, 각기 다른 질감의 소재가 이뤄내는 조화, 그리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 구조적인 디자인. 이미 네 시즌간 「쿠만 오은환」의 디렉팅을 거쳐서일까?
다소 실험적으로 비춰질 수 있었던 그의 개성은 어느덧 안정감을 찾고 대중적으로 다가섰다.
유혜진은 「쿠만 오은환」의 디렉팅을 처음 맡았을 때부터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1 F/W 시즌, 그는 최첨단 기술과 패션을 접목시킨 ‘LED 드레스’로 「쿠만 오은환」의 뉴 제네레이션을 알렸다. 각양각색의 LED는 비즈, 스팽글과 함께 드레스에 빛을 남아냈던 것이다.

“LED 드레스가 패션계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에요. 패션계의 철학자이자 지식인으로 불리는 후세인 샬라얀이 2007년 LED 조명을 부착한 드레스를 선보인 바 있죠. 후세인의 옷은 획기적임에는 분명했으나 수많은 기판을 장착하고 있어 실용화에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저는 전도성 실을 사용해 보다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여기에 조도 센서를 부착해 빛의 양에 따라 각기 다른 패턴이 드러나도록 했죠.”
해외 언론 및 바이어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중동, 미주, 유럽 바이어들이 러브콜을 보내왔으며 패션 전문지는 물론 독일 LED 전문 사이트에서도 그녀의 컬렉션을 보도했다. 영국 보그지는 오는 9월 발간될 세계 디자이너 디렉토리 북에 유혜진을 함께 실을 예정이다.
유혜진의 혁신성은 그녀의 이색적인 경력에서 비롯된다. 홍익대에서 판화라는 순수 미술을 전공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아트 앤 테크놀로지’를 공부했다. 이어 뉴욕대 티쉬예술대학원에서 ‘인터렉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즈 프로그램’을 전공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미술이면 미술, 패션이면 패션 한 가지만 생각했는데 그곳은 달랐어요. 모든 분야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목하는 사고를 배웠죠. 덕분에 컴퓨터 그래픽이라든지 영상 디자인, 인터랙티브 아트를 익혔고 7~8년은 강단에 서서 이 분야를 가르치기도 했어요.”
학문의 길을 걸으면서도 그는 항상 패션에 대해 갈망해왔다고 한다. 어머니 오은환의 부띠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패션은 삶의 일부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옷을 본 덕에 구조를 이해하는 눈이 일찍 트였고, 미국에 있을 때 파슨스 평면 패턴 과정을 수료하며 전문적 지식을 갖추기도 했다.
“어머니는 제가 계속 교단에 서기를 바라셨어요. 마침 상명대 초빙 교수로 자리도 잡아가고 있었고, 어머니는 본인이 걸어온 길이 고되다 보니 딸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으셨죠.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셨어요.”
「쿠만 오은환」과 「쿠만 유혜진」을 오가며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틈만 나면 자연과 이론물리 책을 보며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과학이 없는 예술은 반쪽 짜리’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아직은 패션과 과학의 융합을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어려움도 많지만 앞으로 반드시 패션과 과학의 융복합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 날이 올때까지 꾸준히 노력할겁니다.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려요.”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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