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능성 있는 디자이너·브랜드 해외 진출 위해 두 팔 걷어
“트렌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비슷한 디자인의 상품이라도 빨리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했어요. 시장의 대세를 따르는 것이 중요했죠. 국가 경제 발전에 따라서 패션 업계가 성장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결과가 좋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죠. 비용, 상품 유형과 함께 컬러, 마케팅, 공간 콘셉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박상진(44) 인터패션플래닝 대표는 최근 변화된 패션 트렌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트렌드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비자의 수준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알 거 다 알아요, 정말 똑똑해졌죠. 때문에 단순한 트렌드만으로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가 없습니다.”
박 대표는 달라진 소비자들의 수준에 맞추려면 “상품과 소비자 사이에 형성되는 무형의 공간에 무엇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공간 콘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상품과 소비자 사이 무형의 ‘공간 콘셉’
매장을 네모 박스로 보고, 그 박스 안에 집기와 상품을 배치할 때 단순하게 동선이나 VMD만 고려해왔다. 하지만 박 대표는 상품과 고객 사이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해 상품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특별한 요소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화점은 지하 매장에 고가의 집기와 상품을 진열해놓고 ‘프리미엄’ 매장이라고 하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매장의 공간 안에서 보호받고 자율적으로 쇼핑을 즐긴다고 느낄 때 ‘프리미엄’ 매장이라 인정합니다. 소비자 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겁니다.”
전문지, 일간지를 거쳐 2010년 8월 인터패션플래닝에 입사해 본부장을 맡다가 1년 뒤 지분 인수 후 대표로 변신한 박 대표. 그는 이후 인터패션플래닝의 25년간의 고정 프로그램이었던 해외 컬렉션 세미나를 과감히 중단했다.
“90년대 중반에는 소비자들이 비슷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와도 계속 구매해줬고, 또 그렇게 해야 시장이 확대되고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특성이 있어야 성장 가능합니다.”
직접 컬렉션 세미나를 하지 않는 대신 타사의 세미나 정보를 알려 세미나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고객사에 전달한다. 그리고 인터패션플래닝은 소비자의 생각과 삶 등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는 트렌드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로컬 트렌드 정보에 더 집중했다.
인터패션플래닝은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전자와 같은 산업군의 고객에게 패션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오히려 인더스트리에서는 패션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려고 하고, 패션 기업들보다 메가트렌드와 그에 따른 소비자 트렌드를 중시해요. 어찌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인더스트리에서는 가령 휴대폰을 만들 때도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 감촉 디자인을 모두 따지죠. 그런 후에 마케팅이나 컬러, 공간 콘셉 등을 생각하죠. 저희가 패션 트렌드를 통한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면, 그들은 그 분석을 토대로 시스템적인 사고를 합니다.”

◇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에 도전하다
인터패션플래닝은 오는 9월 17일 뉴욕 ‘캡슐컬렉션’과 20일 밀라노 ‘WHITE’ 쇼의 한국 에이전시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디자이너와 브랜드 육성을 위한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외국 브랜드와 견주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 대한 준비 없이 진출했다가는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죠. 그래서 ‘우리가 직접 데리고 가자’고 결정했습니다. 올 9월 전시에 참가해야 하는데 내년 S/S 시즌 컬렉션을 철저히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면, 기존의 상품을 현지 시장에 맞게 조율해서 나가려 합니다.”
박 대표는 자체 심사를 통해 전시에 참여할 브랜드를 선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참가 브랜드 선정 후 해외 전시 준비 체계가 부족한 업체들에게 일정 실비만 지불하도록 해 상품 선택 어드바이스, 룩북 제작, 바이어 수주 지원, 해외 시장반응 리뷰 등 박람회 참가를 위해 필요한 서비스와 사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자문 및 전략 마케팅까지 관리해줄 참이다. 브랜드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판매까지 대신 하는 것이다.
아울러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을 가졌지만 브랜드가 없는 ODM, OEM 업체들도 전시에 함께 나갈 수 있도록 브랜딩 작업도 해줄 계획이다. 마침 1만6000여명의 바이어 리스트를 주최사와 공유하고 있다.
“직원들이 인터패션플래닝을 ‘참 좋은 회사,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로 생각할 수 있게 운영하고 싶다”는 박대표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강아름 기자
kar@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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