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그녀들만의 리그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지성으로 백화점의 변화를 주도해 가는 세 명의 여성이 여기 있다. 패션을 전공했고 옷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백화점에 지원했다는 윤정연, 김민아, 노자영 씨. 아직은 입사한 지 3년이 채 안 된 새내기 바이어지만 이들은 싱싱하고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안은 채 유통과 패션의 조화로운 만남을 만들어내고 있다.
백화점 매입부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최근 백화점들이 편집매장과 디자이너 인큐베이터제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여성 바이어도 일반화돼 가는 추세다.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식별하고 바잉 파워를 높이기 위해서는 섬세한 여성의 감성이 필수이기 때문. 여성을 상대하는 백화점의 속성상 여성 바이어가 유리하다는 판단도 한몫 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에는 대여섯 명의 여성 바이어가 활동하고 있고, 롯데백화점도 올 하반기 대졸 공채서 27명 중 10명을 여성으로 뽑았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지난해 처음 여성 바이어가 탄생했다.
신세계 윤정연 바이어, 현대 노자영 바이어, 롯데백화점 김민아 바이어. 이들 세 명은 모두 패션 관련학과를 졸업한 여성 바이어다. 졸업과 함께 공채로 입사한 이들은 백화점의 직사입제 준비와 편집매장 강화 정책에 따라 매입부에 투입됐다.
이제 막 백화점업계에 발을 딛은 그녀들은 열정과 실력을 적절하게 섞어내며 자신들의 일을 즐기고 있는 ‘프로 바이어’였다.
윤정연 바이어는 유통업계를 마음에 두고 의류학과에 진학했다. “옷이 좋았지만 만드는 것보다는 옷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 더 흥미 있었어요.”
그녀는 소비자의 흐름과 경영 마인드, 수치에 대한 개념을 익히기 위해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유통저널서 2년 간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윤정연 바이어는, “백화점은 유통과 패션의 파워가 맞붙는 곳”이라며 “소비자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서 읽어낼 수 있다는 데 유통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아 바이어는 당초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의상학과에 입학했다. 디자이너의 자질을 키우기 위해 고등학교 3년 간 미술을 배웠을 정도. “고등학교 때는 패션지를 수학 정석처럼 끼고 살았어요. 엄마한테 패션지 보는 것처럼 공부해 보라는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어요.”
그토록 원하던 의상학과에 진학했지만 2학년 때 들은 ‘패션리테일링’ 수업은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옷을 적시적소에 배치해 그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일은 옷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매력적이었다. 주말에도 숨겨진 보석을 찾아 청담동과 홍대 앞을 누빈다는 그녀는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즐겁다”며 웃는다.
노자영 바이어는 패션업계 자체에 매력을 느껴 이대 의류직물학과에 진학했다. 트렌드에 맞는 옷을 찾아내고 판매를 기획하는 머천다이저 업무는 그녀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밖에서 보던 것과 안에서 보는 게 다르기는 하지만 그만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백화점이란 곳이 옷과 유통이 만나는 곳인 만큼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숨겨진 어려움도 많은 게 당연지사. 금녀의 벽을 허무는 일만으로도 버거울 것이다.
현대 매입부서 유일한 여자인 노자영 바이어는 부담없이 얘기할 동료가 없는 걸 단점으로 꼽았다. “나이나 취향이 엇비슷한 동료가 없으니 의논할 상대가 마땅치 않아요.”
윤정연 바이어도 또래의 회사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같이 밥 먹고 얘기 나눌 수 있는 편한 동료가 없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갖고 있는 걸 저는 갖지 못한 게 아쉽죠.”
퇴근시간도 일정치 않고 쉬는 날도 없이 일에 치이는 직업이다 보니 힘에 부치기도 한다. 김민아 바이어는, “나를 위해 투자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또 “외국어도 공부해야 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유통의 전망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조목조목 짚어내는 이 세 명의 신진세력을 보며 우리나라 패션 유통의 선진화도 머잖았다는 기대를 해본다.
안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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