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섬유, 한국형 인증제 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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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지원ㆍ구심체 없어 세계 시장서 나홀로 경쟁

2013-07-05 오후 4:25:44

친환경 섬유의 한국형 인증제 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진은 리사이클 섬유 등 친환경 섬유를 표방한 지난해 ‘인터텍스타일 상하이’ 전시회 효성 부스 전경.


친환경 섬유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한국형 인증제’를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인증제가 없는 국내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점차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효성과 코오롱, 휴비스, 케이준컴퍼니, 쌍영방적 등 섬유 업계에서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냉대받는 설움을 중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의 따뜻한 환영으로 달래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불황 속에 값싼 SPA 브랜드만 찾는 소비자들에게 이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더구나 국내에는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지원도 없고 ‘한국형 인증제도’를 만들어 줄 구심체도 없다. 신뢰성을 기반으로 엔드 유저인 의류ㆍ패션 업계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오가닉(유기) 코튼 원단 전문 업체인 케이준컴퍼니의 강성문 대표는 “최근 오가닉 코튼 등 친환경 섬유의 국내 시장 수요가 크게 줄면서, 관련 업계는 홍콩이나 일본 등에서 열리는 해외 전시회 참가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면서 “오히려 해외 바이어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수출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가닉 코튼은 유아용 의류나 침구류, 이너웨어에 주로 사용되고 일부 아웃도어와 캐주얼웨어 소재로 확대되려는 조짐이 있었으나 갑자기 불어 닥친 불황 여파로 소비가 오히려 위축됐다는 것.


또 한지(닥) 섬유 원단 전문 업체인 쌍영방적의 박주 팀장은 “수요 확대를 위해 R&D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현재 전시회 참가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 ‘친환경 섬유 소재’ 광고 붐…진실은?


최근 들어 아웃도어 업체들이 앞다퉈 친환경 섬유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밀레」는 버려진 코코넛 껍질을 탄화시켜 만든 친환경 섬유 ‘코코나’를 사용해 엠블록 코코나 반팔 집업 티셔츠를 출시했다. 「아이더」는 커피 원두 찌꺼기에서 추출한 나노 입자를 원사에 주입하는 형식으로 생산되는 ‘에스카페’ 소재로 미네르바 팬츠를 만들었고, 「네파」는 화산재를 갈아 원사를 추출한 ‘미네랄레’ 소재로 시에로 미네랄레 집티를, 「트렉스타」는 대나무 섬유로 만든 모스 팬츠를 출시했다. 이들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섬유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소식에도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친환경 인증 마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들이 사용한 소재가 모두 실제로 친환경 섬유 정의에 맞는지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한국친환경섬유협회에 따르면 친환경 섬유는 오가닉(유기) 섬유와 리사이클(재활용) 섬유를 총칭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PLA(생분해 가능) 섬유는 물론 텐셀, 대나무, 한지, 코르크 섬유도 포함되는 만큼 합리적인 관점에서 포괄적인 정의가 다시 내려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친환경 섬유는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친환경 섬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신뢰성을 갖춘 기관의 인증을 받는 길뿐이다.


◇ 국제 시장 통용될 ‘인증마크’ 제정 서둘러야  


그 동안 국내 친환경 섬유 관련 업체들은 국제 시장에서 통하는 ‘GRS’, ‘블루사인’ 등 국제적인 인증 마크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왔다. 코오롱, 신한산업 등이 억대의 비용을 들여 국제 인증 마크를 획득해 어렵사리 유지해왔다.


하지만 처음 획득 시에도 억대의 자금이 드는데다 유지하기 위해서도 브랜드 출고 시 개별 이용료를 다시 내야 하는 등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아 관련 업체들의 불만과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에 한국친환경섬유협회가 독자적으로 2011년 한국유기섬유표준위원회(OTSI)를 결성했다. 국내 유기 섬유 인증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수 차례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시안을 수정했고 지난해 2월 정식으로 첫 번째 버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종안은 아직 도출하지 못했다.


◇ 리사이클 섬유, 생분해 섬유


효성의 리사이클 섬유는 해외 수출이 70%에 이를 정도로 국내 공급 비중의 2배를 넘어선다. 코오롱이나 휴비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국내 친환경 합성 섬유 생산은 효성ㆍ휴비스ㆍ코오롱패션머티리얼ㆍ웅진케미칼 등 화섬 4사가 주도하고 있다. 화학 섬유이지만 재활용하는 리사이클 섬유와 땅에 묻으면 썩는 생분해(PLA) 섬유는 효성ㆍ휴비스 등 화섬 4사가 지난 2007~2008년 국내 생산을 시작했다.
 
효성은 어망을 재활용해 추출한 나일론 원사인 ‘마이판 리젠’과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터 원사인 ‘리젠’을 출시했고, 휴비스 ‘에코에버’와 웅진케미칼 ‘에코웨이’ 등도 페트병을 재활용한 대표적인 폴리에스터 원사를 내놨다. 또 생분해 원사로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휴비스 ‘인지오’나 코오롱 ‘에코프렌’이 대표적이다.


◇ 한국형 인증 제도 마련 시급


현재 세계 친환경 섬유 시장의 90% 이상 장악하는 곳은 미국 네이처웍스, 일본 도레이 등 선진국 업체. 국내 업계는 당장과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책적 지원과 구심체가 없다는 것.


2010년 9월에 발족한 한국친환경섬유협회는 ‘친환경 섬유 인증제도 도입’을 목표로 일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결국 정부와 섬유산업연합회의 반대에 부딪혀 정식 인가를 받지 못했다. 협회는 결국 제대로 된 인증 제도는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초 가입키로 했던 리사이클 섬유 업체들은 회원 가입을 미루고 있다. 친환경섬유협회 회원사는 아직 15개사밖에 되지 않고, 오가닉 텍스타일 스탠다드(OTS) 제정도 제자리 걸음하는 실정이다. 또 한국섬유산업연합회도 지난해 9월 ‘친환경 섬유 인증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11월에는 ‘친환경섬유제품인증센터’ 현판식도 가졌다. 그러나 섬산련이 추진하는 인증제도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환경부의 ‘환경 마크’라도 달고 친환경 섬유 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 ‘환경 마크’는 의류에만 특화된 마크가 아니라 일반 환경 상품에 달게 돼있는 마크여서 전문적인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어쩔 수 없이 업체들은 ‘환경 마크’를 달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관련 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비싼 해외 인증료를 부담하지 않도록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친환경 섬유가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부터 바른 인식을 갖고 해당 법제 마련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 또 이를 바탕으로 관련 단체가 힘을 모아 ‘한국형 인증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경환 기자
nwk@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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