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신진디자이너들과 모여 팀을 꾸렸습니다. 편집숍 『오더히어(Order Here)』가 우리의 첫 번째 프로젝트죠.”
서울 동대문 쇼핑몰 ‘피트인’의 편집매장 『오더히어』에서 만난 장기석 「리앙에스제이」 디자이너(31)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최근 「더스티 모브」의 장희주, 「듀공」의 진세희, 「제뉴」의 이희연, 「아뜰리에 델 쏠」 윤정연과 함께 매장을 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백화점 등 다른 유통망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형태의 매장을 구성할 수 있는지 먼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련한 것이 쇼룸 겸 매장 『오더히어』입니다. 차별화를 두기 위해 그림, 조형물 등 예술 상품들도 함께 전시했습니다.”
또 다른 공략 대상은 해외 바이어다. 동대문은 해외 바이어들의 집결지인데다, 피트인이 소매점이기에 소량 구매를 선호하는 동남아권 바이어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씨는 줄곧 해외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제일평화시장에서 원단사업을 하다 패션분야까지 확대한 어머니를 돕던 그는 국내 시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처음 진출한 나라는 싱가포르. 도매 시장에서 인연을 맺은 바이어 덕에 편집숍과 거래를 트게 됐다. 지금은 14개 브랜드 중 줄곧 상위권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으나,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원래 알던 사이라 어머니가 ‘물건 먼저 보내줄테니 한 달에 5만 달러씩 달라’고만 했어요. 그런데 대금 결제를 차일피일 미루더라고요. 결국 못 받은 돈이 3억원까지 쌓였어요. 안되겠다 싶어서 중재위원회도 가고 법적으로 알아봤는데 구두계약이라 보호받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돌아왔죠. 그제서야 부랴부랴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협의를 하고 정식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비즈니스 경험 부족이 빚은 결과였다. 그 뒤 프리뷰인 차이나, IFF 등 세계 패션 전시회를 돌던 그는 자신 외에도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큰 바이어는 디자이너 혼자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원가 계산도 제대로 못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수출입 관계, 세금, 자국민 보호 등 복잡한 이해관계는 넘기 힘든 산이었던 것. 게다가소규모로 운영하기에 바이어들이 원하는 스타일 수나 물량을 맞출 수 없어 수주를 놓치는 일도 허다했다.
그때 장씨는 “서로 힘을 보태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모여서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다보니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 그 뒤로 그는 조금씩 테스트를 해보고 있다. 진세희 디자이너와 중국 브랜드 샘플을 공동으로 제작했다. 중국 모피 브랜드가 내년 S/S 시즌 직기류를 제작해달라고 해온 의뢰도 다른 디자이너들과 함께 해볼 생각이다.
장기석 디자이너는 인터뷰 끝자락에 디자이너 프로젝트 팀의 청사진을 밝혔다.
“이 형태가 자리잡고 나면 나중에는 봉제 연합까지 만들어보려해요. 다양한 디자인에 생산력까지 뒷받침 되면 글로벌 SPA 브랜드의 벤더 역할까지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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