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대로 올 가을·겨울 시즌의 가장 큰 화두는 모피지만, 애니멀 프린트도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모피와 애니멀 프린트는 말 그대로 동물보호운동가들의 타겟이 될 만한 소재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反모피 바람에 주춤했던 패션계와 소비자들은 모피의 복귀로 힘을 얻은 애니멀 프린트의 이국적이고 세련된 멋을 마음껏 즐기자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지브라 스트라이프(얼룩말무늬)는 물론, 레오파드 다트(표범무늬), 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에서나 볼 법한 달마시안 스팟까지 패션계는 요즘 야생동물의 독특한 표피 빌려오기에 부산한 모습이다.
페미닌 룩과 프레피 룩(Preppy look)이 트렌드로 떠오른 영향일까? 올 시즌 애니멀 프린트는 기존의 도발성이 순화되고 좀더 우아하고 점잖은(?) 실루엣으로 바뀌는 특성을 보인다. 애니멀 프린트를 단순하게 차용하던 과거와 달리 ‘더 정제된 실루엣’을 가미해 보다 친근하고 시크하게 변모시킨 것.
기존에 숄이나 랩 탑, 캐미솔, 혹은 코트 전체 바탕으로 흔히 차용되었던 애니멀 프린트는 지나치게 관능적이고 때론 천박한(?) 이미지를 표출, 대다수 소비자들을 포섭하기에는 무리수가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카디건부터 스웨터, 재킷, 블라우스, 셔츠, 벨트 등 다양한 아이템에 은은한 배경, 혹은 부분적으로 차용되면서 애니멀 프린트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손쉽게 다가가고 있다. 미국의 베이직 브랜드 「J.C Crew」는 평범한 메리노 울 카디건에 브라운 레오파드 다트를 사용해 요란하지 않은 애니멀 프린트의 멋을 전달하고 「바나나리퍼블릭」은 퍼플·라이트 그레이 등의 컬러에 애니멀 프린트를 결합시켜 화사하고 패셔너블한 느낌을 강조했다.
‘애니멀 프린트=정글 프린트’ 혹은 ‘경박한 이미지’로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보다 접근력을 높인 것이다. 또한 여성적인 블라우스나 수트, 액세서리에 개성적인 인상을 덧칠하는 장치로 활용하는 모습도 ‘다수를 포섭하는 패션’ 컨셉에 애니멀 프린트를 접목시키는 패션계의 노력이다.
올 시즌 머스트 아이템으로 불리는 트위드 재킷에 애니멀 프린트를 트림하거나 여성적인 스커트 수트에 애니멀 프린트를 차용하는 것도 섹슈얼한 이미지를 좀더 정제시켜 ‘예쁘고 멋지게’ 만들려는 디자이너들의 의도가 담겨 있다. 실제로 도발적이고 관능적이며, 섹스어필한 애니멀 프린트 특유의 이미지가 정통 수트나 스커트 등 여성적 아이템에 악센트로 가미될 경우 세련되고 클래식한 느낌이 생겨나고, 청바지나 티셔츠, 카디건 등 평범한 캐주얼 의류에 애니멀 프린트 슈즈와 스카프를 매치하면 산뜻하고 센스 있는 옷차림이 된다. 점잖은 블랙 팬츠조차 애니멀 프린트 벨트와 만나면 감각 있고 모던한 느낌이 날 정도로 애니멀 프린트의 매력은 ‘도발성’에 제한되지 않는다. 결국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어떻게 애니멀 프린트와 결부되는지에 따라 예쁘고, 클래식하고, 발랄한 멋을 전파하는 다기능 장치인 셈.
애니멀 프린트는 패션의 역사
사실 애니멀 프린트는 오래전부터 패션의 일부였다. 고대 이집트 여성들은 스텐실 기법으로 린넨 쉬스(sheath)에 레오파드 프린트를 놓았고, 18세기 복식사를 살펴보면 레오파드 프린트로 트림한 여성복,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화이트 스트라이프 무늬로 감싼 남성용 지브라 수트를 흔히 볼 수 있다.
현대 패션에서 애니멀 프린트가 본격 등장한 것은 1947년 ‘뉴룩’의 일환으로 크리스찬 디올이 선보인 표범무늬 실크 시폰 드레스이며, 1960년대 모드 디자이너들은 지브라·레오파드·기린 프린트 등 다양한 애니멀 프린트를 활발히 차용했다. 애니멀 프린트 특유의 강하고 선명한 느낌이 옷에 성격을 부여하고,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 다만 그 강도를 어떻게 조정하고 어떤 소재와 결합되는지에 따라, 또한 애니멀 프린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애니멀 프린트가 패션의 중심으로, 또 외곽으로 위치만 변경되어 왔을 뿐이다.
감각적인 듀오 디자이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모피를 즐겨 사용한다는 이유로 동물애호운동가들의 공격 타겟이 되고 있지만 모피와 애니멀 프린트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과시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올 시즌 「돌체앤가바나」 라인에는 애니멀 프린트가 가미된 수트와 페미닌한 아이템이 눈길을 끈다.
동물애호운동가들의 데모 때문에 런던 매장을 하루 동안 폐쇄하기도 했던 「돌체앤가바나」는 애니멀 프린트 특유의 이국적인 이미지와 디자이너의 머릿속에서 창조되는 패턴과 프린트는 현저한 차이를 갖고 있다면서 애니멀 프린트의 단점―지나치게 터프하고 섹슈얼 느낌―을 완화시킨다면 패셔너블한 장치로 최적이라고 치켜세울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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