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화 「진유103684」 디자이너는 명확한 시그니처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핸드백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임정국 기자 ljg@ |
유진화 「진유103684」 디자이너
“앗! 진유 로니T 백 메셨네요? 직접 써보니까 어떠세요? 들고 다니기에 불편한 건 없으시고요?”
유진화(33) 「진유103684」 디자이너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서울 공덕동 그의 작업실. ‘딩동’ 벨을 누르고 들어서자 「진유103684」의 가방을 든 기자를 향해 질문이 쏟아졌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답변을 기다리는 유씨를 보고 있자니 잠시 소비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이러니 저러니 ‘사용후기’를 늘어 놓았다.
“로니백의 경우, 각진 모양을 잡기 위해 가죽에 염료를 여러 번 덧입혔어요. 가방이 단단하고 빳빳하니까 마모가 잘 나는 편이죠. 언제든 무상으로 A/S가 가능하니 이용해 주세요.”
유진화는 소비자가 만족하는 99% 보다 불만족하는 1%에 귀를 기울인다. 디자이너이자 오너로서 “가방을 직접 사용해 본 이들의 의견은 더 나은 디자인과 경영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브랜드 데이’를 열고 소비자와의 소통에 나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매년 한 번씩 개최하는 브랜드 데이는 지방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
유진화는 미국 파슨스 패션 스쿨에서 디자인 경영과 패션 마케팅을 공부했다. 가방 디자인과 제작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 그럼에도 「진유103684」는 수 많은 국내 디자이너 핸드백 가운데 확실한 시그니처를 가진 브랜드로 손 꼽힌다.
2010년 브랜드 초창기부터 출시한 ‘로니백’에 이어 최근엔 ‘태슬백’으로 연타석 안타를 쳤다. 로니백의 벨티드 디테일, 태슬백의 태슬 장식 등은 거대한 로고플레이 없이도 여성들에게 ‘진유’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온라인 리테일숍의 「진유103684」 상품에는 늘 ‘한정수량’이라는 말이 뒤따른다. 매스 브랜드와 다른 길을 추구하는 유진화의 고집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출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다. 「진유103684」는 국내 최대 규모의 셀렉트숍 『더블유컨셉』에서 매달 2500만원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더블유컨셉』에 입점한 150여 개의 디자이너 잡화 가운데 외형 규모로는 늘 2~3위 안에 든다.
유니크한 디자인, 세련된 스타일에 ‘희소가치’까지 더해져 매 시즌 완판 행진에 이어 리오더 문의도 쇄도한다.
최근 출산과 육아로 인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유진화는 이달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하며 제2의 도약에 나섰다. 수 차례의 해체 작업과 샘플링 과정을 통해 완성된 ‘큐브백’이 『플로우』 『썸띵어바웃어스』 『더블유컨셉』 등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다. 올 하반기에는 로니, 태슬을 잇는 또 하나의 야심작 ‘산(가제)’이 출시될 예정이다.
“제 꿈은요. ‘담백한 가방’을 만드는 거에요. 뱀피, 악어 가죽 등 특피를 이용한 작업이나 적극적인 스타 마케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보다 디자인 자체로 승부하는 핸드백을 만들고 싶어요.”
김하나 기자
kh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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