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H&M」과 제휴, 어패럴 라인을 런칭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패션계는 라거펠트의 융통성과 「H&M」의 상품성에 새삼 놀랐다.
트위드 재킷 하나에 평균 5천달러를 상회하는 「샤넬」의 디자이너가 값싸고 트렌디한 브랜드의 대명사 「H&M」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다는 자체가 럭셔리업계와 트렌디업계의 경계를 허무는 일대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H&M」이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자인을 카피, 알찬 수입을 올리는 얌체짓(?)을 하고 있는 터라 「H&M」이 즐겨 카피하는 「샤넬」의 디자이너가 제휴를 선언한 것은 의미가 크다.
동시에 ‘라거펠트-「H&M」 컬렉션’은 럭셔리 디자인을 싼값에 입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일반 소비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사실 「H&M」의 성공 비결이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자인을 값싸게 입을 수 있다는 점 아닌가. 따라서 칼 라거펠트의 「H&M」 컬렉션은 카피 디자인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디자이너의 진수’를 보여주고, 이들에게 ‘럭셔리 교육’을 시켜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
어패럴업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소비력을 보이고 있는 젊은 층을 미래의 「샤넬」 고객으로 포섭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 패션계의 산 증인 라거펠트가 이 정도의 계산도 없이 「H&M」과 손잡을 이유는 없다.
「H&M」 역시 값싸고 트렌디한 브랜드가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통 럭셔리 디자이너들의 이미지와 손맛을 덧칠해,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H&M」 제품의 가격은 더블브리스티드 블랙 울 코트가 150달러 정도로 「샤넬」에 비해 껌값 수준이다. 라거펠트는 올 11월 선보일 「H&M」 한정 컬렉션에 그의 디자인 감성을 충실히 드러낼 것임을 밝혀 소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라거펠트는 어패럴 라인 외에도 「H&M」 액세서리를 디자인하고 유니섹스 향수 「리퀴드칼(Li
quid)」을 선보이는 등 대중적 이미지 구축에 재미 들린 모습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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