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계 힘있는 100인 선정

세계적인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AG진」「빅스타」를 전개하는 미국 구스매뉴팩처링사의 구우율(62) 회장이 지난 4일 1주일간의 일정으로 고국을 찾았다.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청바지 차림에 체크 무늬 티셔츠, 여기에 재킷을 걸친 모습으로 캐주얼하면서 소탈해 보였다.
구 회장은 전 세계 패션계를 움직이는 기업인이다. 미주 LA 한국상공회의소에서 뽑은 2009년도 ‘최고의 기업인’에 올랐는가 하면 세계적인 패션 잡지 WWD에서 2007년부터 4년간 ‘세계 패션계에 힘있는 100인’으로 선정됐다. 어떻게 외국인으로 이런 자리에 올랐을까? 그에게 성공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기는 「AG진」 론칭
구 회장은 1975년 미국으로 이민 가 1978년 부모를 도와 데님 전문 생산업체인 구스매뉴팩처링사를 창업했다. 「갭」 「제이크루」 「애버크롬비&피치」 등과 거래하면서 사업이 확장되자 지금은 아들 새뮤얼(34)씨가 동참하면서 3대에 걸쳐 의류사업을 하고 있다.
35년간 한 우물을 판 그는 하청업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브랜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 2000년말 「AG진」을 론칭했다. 현재 「AG진」은 매년 미국의 뉴욕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컬렉션의 메인 무대를 장식한다. 또 미국의 대표 백화점인 노드스트룸·리만마커스 등에는 가장 좋은 위치에 큰 규모로 입점해 있다. 특히 노드스트룸 백화점에서는 전 아이템 중 최고의 매출을 보이는 상품이 「AG진」 아이템이다. 할리우드 스타인 아만다사이프리드·메간폭스·패리스힐튼 등이 즐겨 착용하는데, 오프라 윈프리는 “「AG진」이 가장 편한 청바지”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AG진」은 패션계 거물이자 디젤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이탈리아 디자이너 아드리아노 골드슈미드(Adriano Goldschmied)와 파트너십으로 만든 브랜드다. 오랜 기간 쌓은 나의 생산 노하우와 유명 디자이너의 감성이 모이면 성공 가능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뉴욕에 첫 선적한 상품이 도착한 날, 9?11테러가 터지는 등 우여곡절 속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1년 43%, 2012년 52%의 매출 신장률을 달성했고, 올해는 불경기 속에서도 40%대의 높은 신장률을 예상한다.”
구 회장이 전개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 「빅스타」는 1974년 스위스에서 론칭한 브랜드다. 「빅스타」는 20년 전 당시 바지 한 벌에 100달러 이상 가는 유일한 브랜드였다. 처음엔 라이선스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판권을 사들여 점차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구스매뉴팩처링은 「AG진」과 「빅스타」, 두 브랜드로 미국 청바지 시장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AG진」으로 4800억원, 「빅스타」로 1500억원 총 6300억원의 리테일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 LA 남부 사우스게스트시에 본사와 공장, 그리고 멕시코에도 공장 시설을 두고 있다. 전체 직원 수는 총 2250명이 넘는다.
◇올 매출 6300억원 예상, 연 1000만장 생산
세계적인 패션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 회장의 철학이 있다.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 평생을 함께 가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30년 이상 회사와 희로애락을 함께한 직원만 100명이 넘는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힘은 서로 믿고 신뢰하는 인간 관계에서 나온다고 본다. 지금은 떠났지만 파트너십으로 함께 한 디자이너 아드리아노 골드슈미드와도 4년 동안 함께 일했다. 그가 몸 담아온 기업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함께 한 회사가 바로 우리 회사다.”
구 회장은 회사 내 사람뿐만 아니라 회사 밖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시한다. 골프광인 그는 매년 5월이면 제주도를 방문해 골프를 친다. 항상 네 커플이 회동을 하는데 이들과 함께 골프 친 기간이 무려 16년이다. 이들은 동종업계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거래처 사람들로 앞으로도 평생을 함께 할 계획이다. 올해도 1주일 간의 일정으로 방문할 만큼 오랜 친분을 나누고 있다.
이처럼 사업 성공에 휴먼네트워크의 힘과 성공을 향한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는 또 “성공 요소라고 말하기에 진부한 것 같지만 그래도 불변하는 원칙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력이다. 대충이 아니라 모든 에너지를 쏟는 노력이 동반돼야만 비로소 성공이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력하지 않고 잘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노력 없이 어쩌면 한번은 잘 할 수 있지만 연속해서 잘 하지는 못한다. 수많은 반복과 연습이 최고를 만들어 준다. 골프 선수 최경주는 연습광이다. 연습 시간이 끝나면 다들 사라지지만 최경주 선수는 연습장의 전깃불이 꺼질 때까지 죽기 살기로 연습했다. 결국 연습이 세계적인 선수로 만든 것이다.”
그는 청바지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처음 회사가 생산한 청바지 수량은 별 볼일 없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주일에 20만장, 연간 1000만장 이상을 생산한다. 청바지를 잘 만들기 위해 수없이 노력한 결과 최고의 청바지를 만들게 된 것이다.
◇디자이너도 공장을 알아야
구 회장이 최근 들어 디자이너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공장이다. 공장을 배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공장을 모르는 것은 마치 자동차의 외관만 디자인하고 내부는 신경쓰지 않는 것과 같다. 내부까지 디자인을 잘해야 하는데 의류는 생산 공장을 아는 사람만이 그것을 잘 할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에게 직접 공장을 체험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한다. 부족한 부문을 채우기 위해 밤낮 안 가리고 노력하는 자만이 성공한다.”
구 회장은 「AG진」을 장수하는 세계 1등 브랜드의 위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에 매년 인지도 상승을 위한 마케팅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AG진」은 매번 라스베이거스 매직쇼에 참가한다. 일년에 두 번 열리는 매직쇼 중 2월 행사 때에는 인기 스타와 바이어, 패션계 인사 1000명 이상을 초대해 자체 이벤트 겸 파티를 연다. 이 파티는 ‘그 해 그래미 상에 수상되려면 「AG진」 파티에 가야 한다’는 소문이 일 정도로 유명 스타들이 초대받고 싶어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실제 파티에 초대된 스타 3명이 그 해 그래미 상을 수상하면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이로 인해 「AG진」은 세계 유명 셀러브리티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구스매뉴팩처링은 지난 7일 「AG진」 「빅스타」의 국내 파트너사로 「누디진」 「몽키진」을 전개하는 자안그룹을 선택했다. 따라서 향후 「AG진」은 자안그룹이 운영하는 편집숍 『셀러콘』과 홀세일을 통해 국내 유통될 전망이다. 예상 가격대는 약 20만~50만원.

김성호 기자
ks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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