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바탕 신명난 놀이, 색의 향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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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순의 ‘아름다운 만남’- 최복호 씨앤보코 대표이사 겸 디자이너

2013-03-15 오후 10:07:29

데뷔 40주년, 달구벌의 작은 거인, 글로벌 패션 브랜드 도전



서울, 뉴욕으로 달리는 달구벌 출신 작은 거인. 씨앤보코 최복호 대표이사 겸 디자이너.  대구에서 서울과 계속 교류하며 ‘팔리는 옷’을 만들고자 다양한 실험과 시스템을 개발해온 그가 올해로 디자이너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한국 현대복식사에서도 그만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는, 경북 청도를 문화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모시킨 문화마케터이기도 하다. 이순의 중반을 넘긴 나이지만 삶의 에너지로 따지자면 사계절중 한여름이다. 지역 출신이어서 서울 중심의 한국패션계에서 찬바람을 맞았을 법도 하지만, 넉넉한 웃음과 배포로 뉴욕 찍고, 서울로 다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좌절을 딛고 성공 향해 달려
최복호 대표는 스스로를 ‘실무형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1980년 실크옷 70벌을 들고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여성복박람회에 처음 참가해 주문 한장 못받았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때의 쓰라림이 컸기에 그는 10여년에 걸쳐 ‘팔리는 옷’을 만들고자 꾸준히 매뉴얼을 개발했고, 소통을 위해 디지털 휴먼 컴퍼니를 정착화했다.


 “뉴욕패션위크의 컨셉코리아 무대에 이르기까지 저는 재도전의 역사를 써왔습니다. 1992년 미국 애틀랜타 진출도 실패였죠. 독일과 미국에서의 두 차례 뼈아픈 경험을 자산으로 지금은 중동을 너머 유럽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감성에 공감하기 위해 디자인적인 요소들의 수용과 교정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쿠웨이트, 프랑스, 중국, 호주, 이탈리아, 사우디, 미국 등 7개국의 편집매장에도 진출했습니다. 미국 시장은 계속 노크할 참입니다. “


그는 컨셉코리아를 통해 참가한 뉴욕 패션위크는 다른 해외 컬렉션과는 많이 다른 세계로 느낀다고 말한다. 아직 3개의 편집매장에 입점해 있지만 그건 진행 과정일 뿐이라는 것. 그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지만, 미국 'Fashionista'는 지난해 2013 S/S 컬렉션에 대해 ‘한국의 레이 카와쿠보(꼼데 가르송 디자이너)를 발견한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영화 ‘사랑과 영혼’ 출연 배우인 우피 골드버그는 뉴욕 패션위크가 열린 지난해 9월 7일 ABC방송 'The View'라는 자신의 토크쇼에 최 대표의 컬렉션을 입고 출연했다.



◇강렬한 색과 샤머니즘, 패션으로 구현
“솔직히 미국은 정말 달라요. 시스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시장이죠. 시크함과 심플함 없이 디자인적 색채만을 강요해서는 절대 성공적인 진입이 어렵습니다. 디자이너 혼자 만족하는 컬렉션으로 끝나서는 안되죠. ‘컬렉션은 디자이너와 대중이 소통하는 공간의 의미를 띤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영감에서 디자인, 그리고디테일과패턴까지 완성합니다.”


올해 2월에 열린 컨셉코리아 2013 F/W 컬렉션에서 그는 '신들의 춤'을 주제로 자연이 포용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추상화 형상으로 작업했다. 주술적 상징성으로 생존의 안락과 기원을 나타내는추상적 모티브를 활용했다. 지리산의 꽃과 자연을 화폭에 담아온 이준일(65) 화백의 흑백 그림에 그만의색을 입혀 프린트를 탄생시키고 디자인을 입혔다.  콜래보레이션이 인상적이다.


“샤머니즘은 우리의 무궁무진한 보고죠. 오랜 암각화에는 조상들이 자연에 숭배하고 싶었던 기원이 담겨있습니다. 21세의 암각화를 화가와의 협업으로 새로 구성했습니다.”
그의 옷에서는 우리 전통 오방색이 한껏 춤춘다. 강렬한 유혹을 했다, 바람을 일으켰다, 한바탕 신명난 춤을 춘다.  오는 28일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선보일 2013 F/W컬렉션에선 디자인은 심플하게, 컬러는 강렬하면서 한층 세련미를 보인다.


최근에 그는 곤충의 세계에 푹 빠져있다.
“곤충을 보세요. 숫놈들이 암놈에게 구애하면서 최상의 아름다운 색과 자태를 보이잖아요. 그리고 그중 최고의 미를 표현한 수컷이 후세를 갖게 되잖아요. 색의 향연이 황홀하지요.”


‘비빔밥 코드’도 그의 패션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키워드. 고추장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서 융화된 형체와 맛이 달라지듯, 많은 컬러를 조화롭고 균형을 갖춘 실루엣으로 표현해낸다.  우리 고유의 문화적 정서가 현대적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문화적 독립군의 ‘펀 앤 락’
‘전통을 고수하면 유물이 될 수 있고, 서구화하면 모방이 된다’는 지론을 가진 그는 문화적 독립군을 자처한다. 


‘숲속의 양장점을 열고 싶었다’며  경북 청도 산골에 패션연구소를 차렸다. 그리고 기존의 도시 중심적 사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연의 색과 풍토 속에서 그만의 패션 문화를 일구기 위해서다. 
2008년 5월 개관한 청도의 ‘펀 앤 락’이란 부제를 단 ‘패션문화연구소’가 그 아지터다.


자연과 패션, 문화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꿈과 동화, 휴식의 공간이다.
그 인근의 ‘코미디 철가방극장(웃음건강센터)’ 을 이끄는 전유성씨와 만든 ‘몰래길’은 청도의 문화 콘텐츠가 됐다. 수많은 문화 패션 애호가들이 이곳에서 행복한 꿈을 꾼다. 1년 방문객수는 얼추 2만명에 이른다.


아직도 사과나무가 자라는 그 곳 내부엔 패션, 의상과 액세서리, 가방 등을 구경할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고, 그외에 갤러리, 아트숍, 공연장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건물 마당쪽은 통유리로 시야가 확 트여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에게의 옷은 곧 자연이자 인간이고, 문화인 것이다.



◇‘디지털 휴먼 컴퍼니’ 로 시스템 체계화
그는 하루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젊은 후배들과 통한다. 20대 못지 않은 소통의 달인이다. 
“디자이너 브랜드일수록 더 체계화되어야 합니다”고 강조하는 그는 “디자이너가 창조주가 아니라 시스템이 창조주가 되어야 합니다 ”고 강조한다. 그래서 씨앤보코는  디지털 휴먼 컴퍼니로 전 직원이 소통한다.


디자이너가 영감을 얻어 그 영감을 시스템에 건네면, 시스템은 전문 지식을 수집하고 정리해서 작품화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곤충의 세계와 색’을 연구 주제를 잡으면, 스탭들에게 곤충 이론, 색, 텍스타일, 디자인 등에 대한 연구를 각각 나눠준 후 시스템을 조합해 최종 방향을 제시하는 식이다.


물론 2013 F/W 컬렉션들도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현재 디지털 휴먼 컴퍼니를 지향하는 씨앤보코에서 ‘소통’의 문화는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혀 있는 기업 문화이다.


그는 오전 8시에 직원들에게 7~15분 정도의 교양강좌 2가지를 보여주며 소통한다. ‘유니클로의 성공전략’ ‘버버리 성공전략’  ‘SPA의 성공전략’  등에 이어 개인의 취미, 오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여준다. 그리고 꼭 감상문을 쓰도록 독려 한다.
“글을 통해 풍요로운 사고,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냅니다. 패션 작업과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가 보여준 작은  IT기기 속 회사 매뉴얼은 ‘소통의 공간’ 그 자체였다.  CEO 메시지, 지식 창고, R&D 게시판, 숙제 창고, 품의서, 업무일지, 고객-매장관리, 고객 약속, 맞춤 수선, 휴무 관리 등의 항목이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도 스마트폰 하나로 직원들과 손쉽게 소통이 되는 시스템을 기획할 정도로 시스템의 체계화와 소통을 중시한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배경지식이 다른 것은 소통하는 언어가 다른 것을 뜻합니다. 소통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
이렇게 ‘디지털 휴먼 컴퍼니’를 정착시킨 덕에 그는 손안의 디지털 기기로 27개 매장의 매출을 순식간에 체크한다. 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율 경쟁을 유도한다.
◇뉴욕 이어 서울 입성
한때 목사를 꿈꿨다는 그는, 늘 희망과 함께 산다.
“완성은 없습니다. 우리 삶은 늘 현재진행형이죠”라는 그는 지난달과 이달초 서울 롯데백화점에 입성했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높은 수수료율 속에 백화점에서 떠나는 추세여서 이유를 묻자 “그 또한 하나의 실험”이라는 대답을 했다.


한 프랑스 학자가 21세기 자영업의 위기를 선언했듯이, 한국 디자이너들도 위기에 있다. 수입브랜드와 SPA가 패션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지방 출신 디자이너로선 힘겨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이제 지방과 서울의 벽이 무너졌죠.  나는 지방 출신이니 이제 어디서나 진취적으로 할 수 있어요. 서울 입성도 모험입니다. 롯데 홈쇼핑에서 3년간 1위를 했는데 나의 가치를 알아준 고객의 50%가 서울 경기 고객이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얻었어요.”


1974년 국제복장 학원을 졸업하고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결과보다 진행 과정이 내게는 소중하다. 인생은 경험하고 진행형으로 살면 행복한 거다”며 웃는다.


‘아픔도 행복이요, 즐거움도 행복’이라는 그가 작지만 큰 거인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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