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광 세라제화 대표

올해로 론칭 35주년. 어느덧 중년이 된 「세라」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수입 브랜드의 공세 속에도 국내 제화 시장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세라제화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 넣은 박세광(44) 대표는 최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찾기에 여념이 없다. 신규 브랜드 「바비슈즈」와 편집 매장 『넥스트도어』가 안정 궤도에 들어섰지만 “시장 상황이 상황인 만큼 ‘생존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그의 표정에서 사뭇 진지함이 느껴진다.
◇ ‘구두’ 위해 뛸 때 가장 행복해
박 대표는 사원들도 못 말리는 열혈 오너다. 신규 사업 하나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A부터 Z까지 꼼꼼히 신경을 쓴다. 얼마 전 『넥스트도어』 1호점을 오픈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적극성에 사원들은 혀를 내둘렀단다.
바닥에 쓰일 자재며 벽에 설치할 집기, 세세한 디테일 컬러까지 박 대표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심지어 ‘천정 라인을 사선으로 깎아달라’는 주문도 했다. 영업팀보다 시공업체들과 더 자주 만났을 정도다.
그는 본인이 직접 뽑은 사원들을 믿기에 대부분의 업무는 일임하는 편이다. 그러나 구두에 대한 열정은 아무도 못 말린다.
최근에 박 대표가 몰두하고 있는 것은 「세라」의 남화 라인이다. 「바비슈즈」 『넥스트도어』를 잇는 그의 세 번째 ‘히든 카드’다. 5~10%에 불과했던 남화를 올 봄 30%까지 확대키로 했다. 최근 남성 아이템이 패션의 중심으로 우뚝 선 가운데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스니커즈, 비즈니스화 등 상반기 마켓 테스팅을 거쳐 F/W에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재작년 설립한 ‘세라 구두 디자인 아카데미(SFDA)’는 치열한 시장 경쟁 가운데 그가 숨 쉴 수 있는 ‘안식처’이자 ‘행복’이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상대로 직접 강단에 설 만큼 애정이 깊다. 박 대표는 학기당 총 8번의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 이름은 ‘구두야 놀자’다. 강단에 설 때를 회상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그는 영락없는 ‘구두쟁이’다.
◇ 늘 고비라는 생각으로 도약
“고비도 더러 있었지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박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늘 승승장구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언제나’ 고비였다는 것이다. 의아했다. 최근 시장 상황에서도 세라제화는 작년 상반기 한 자릿수 신장했다. 하반기도 역신장은 아니었다.
“근래 패션 업계가 워낙 불황이다 보니 ‘역신장만 아니면 꽤 선방했다’고들 하더군요. 그렇게 방심하다간 우리 300여 명의 직원들이 언제 길바닥으로 나 앉을지 모르는 거잖습니까. 제 어깨에는 세라제화 직원들과 그 식솔들의 ‘행복’이 놓여 있습니다.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죠.”
그의 굳은 의지 때문일까. 2008년 박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후 「세라」는 빠르게 변화했다. 백화점 중심의 유통에서 벗어나 마켓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구두라는 「세라」의 아이덴티티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겁니다. 다만 이 단일 아이템을 소비자들의 니즈와 시장 트렌드에 맞춰 유연하게 풀어가는 숙제를 안고 있는 거죠.”
2009년 12월 박 대표는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미국 바비(Barbie)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바비슈즈」를 론칭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가격 거품은 빼고, 컴포트화 추세에 맞춰 제작한 플랫슈즈다. 20~50대까지 아우르며 볼륨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넥스트도어』도 만족할만한 평가를 얻고 있다. 세라제화가 백화점 의존도가 높은 타 브랜드에 비해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데에는 『넥스트도어』의 가두점 매출이 뒷받침됐다. 첼시아웃렛점이 월 평균 2억원 대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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