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일구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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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7 오전 10:53:56

◇ 박재홍 에이션패션 상무 앞서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뒤지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에이션패션의 박재홍 상무는 ‘속도의 함정’을 아는 사람이다. 중소 패션업체의 물류센터에서 시작해 십년만에 중견 패션 기업의 책임 간부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속도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그의 근성 덕분이었다. “모든 문제를 정공법(正攻法)으로 돌파했지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본을 충실히 닦고 원칙에 충실하면 언젠가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재홍 상무는 살아온 방식부터가 그러했다. 광주에서 대학을 마친 그는 연고 하나 없는 서울에서 막막하게 시작했다. 지방 미대 출신의 남자를 반기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어렵게 들어간 첫 직장은 중소 패션업체의 물류센터였다. 그는 하루종일 박스를 나르고 배달하며 하루를 보냈다.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작은 것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는 그의 능력은 이때부터 빛을 발했다. 박 상무는 “남들에게는 비전없는 단순 노동처럼 비쳐졌겠지만 저는 그 일을 통해 패션산업의 기초와 사람사이의 관계 형성을 배웠습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기획실장, 브랜드 본부장 등을 거치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뒤쳐졌던 출발점을 십년만에 몇 배 앞지른 것이다. 상황의 본질을 예리하게 집어내는 통찰력과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실제로 그는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일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질은 모두 같죠.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백권의 책을 읽어도 얻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다들 하나의 개념에서 파생된 논리를 펼치고 있지요. 중요한 것은 책을 얼마나 읽느냐보다 개념을 얼마나 이해했느냐입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그 바닥까지 파헤치며 해답을 생각해 내는 소크라테스식 문답 방식으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한다. “예를 들면 이런거에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리더는 많지만 리더십의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리더는 많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리더십을 펼치기 위해서는 개념부터 이해하고 본질을 파악하는게 우선인데도 말이죠.”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리더십을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그 과정을 관리하는 역량’이라고 정의 내렸다. 브랜드, 첫 6개월이 중요하죠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기본을 중요하게 다루는 그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그의 브랜드 운영 철학은 ‘고정된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혁신할 것’이다. 철저한 시장 분석과 이해를 통해 방향을 설정하면 그 다음 단계는 실무자에게 맡기는 게 박 상무의 방식이다. “밭을 일구는 것처럼 브랜드를 만드는 일도 처음이 중요해요. 돌을 일궈내고 잡초를 뽑고 밭을 가는 일도 어렵지만 일단 좋은 토양에 잘 경작된 밭은 탄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브랜드도 뼈대를 만드는 처음 6개월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 「폴햄」이다. 소비자 변화는 물론 착장의 흐름까지 샅샅이 분석했고 그것을 토대로 브랜드의 골체를 만들었다. 런칭 당시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트레이닝이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트래디셔널을 내걸고는 첫 발을 내딛기도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돌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수끼리 모였다지만 트레이닝을 앞에 걸지 않는 한 고전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서울 주요 매장을 중심으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강남 직영점은 오픈 첫달 3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 롯데 부산점에서도 2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성로, 해운대, 부평, 안양 등 지방 주요 상권에서도 4월부터 월 매출 1억원을 넘겼다. 지난달 「폴햄」은 67개 매장서 5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달에는 6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트렌드에 편승해 매출이 폭등하는 냄비형 브랜드와는 달리 「폴햄」은 기반이 탄탄하고 상승세가 꾸준하고 지속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쯤되면 그의 성공이나 「폴햄」의 안정적인 시장 진입은 운이 아니라 탄탄한 기본에서 비롯된 실력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폴햄」, 생활 문화 브랜드로 키울 터 “눈앞의 실적에만 연연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을 겁니다. 판매하기 쉬운 베이직 아이템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면 매출은 쉽게 오르죠. 그렇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해체하고 단숨에 브랜드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폴햄」이 시장에서 안정권에 자리잡은 지금, 그의 관심은 지속적인 성장과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폴햄」을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 키우는 것. 스타벅스나 바디샵, 맥도널드가 그렇듯이 「폴햄」이 언젠가 생활

안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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