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주얼리로 伊, 韓 양국 시장 노린다

“초이! 졸업하기 싫은거야?”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원 졸업을 6개월 정도 남겨둔 어느 날, 최경미 디자이너(33)는 담당 교수로부터 걱정어린 핀잔을 들었다. 최 디자이너가 2/3 가량 준비하던 논문을 완전히 뒤엎고 새로 시작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Time’을 주제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무 깊이 파고들다 보니 아니다 싶었어요. 그러다 평소 좋아하던 ‘Tango’로 다시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그는 영감을 받기 위해 직접 탱고 춤을 배우기로 했다. 1주일에 두 세번 댄스 스튜디오에 가서 몇시간씩 춤을 추면서 탱고의 문화적 배경과 역사에 대해 알아갔다. 그러다 우연히 본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결정타를 날렸다.
“고탄 프로젝트(Gotan Project)라는 그룹이 있어요. 프랑스 출신 프로듀서와 아르헨티나 출신 기타리스트가 멤버인데 일렉트로닉 퓨전 탱고 음악을 주로 만들죠. 이 그룹의 ‘La Gloria’라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아, 이거다!’ 싶었어요. 그 길로 집으로 달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일주일 만에 50개 디자인이 나왔어요.”
탱고 컬렉션을 처음 본 담당 교수의 첫마디는 “Fantastica(멋지다)!”였다. 다른 교수들과 학생들도 “주얼리에서 리듬감이 느껴진다”, “탱고를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주얼리로 완벽하게 재해석했다”, “당장 판매해도 되겠다”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무사히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10년 12월 6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숨돌릴 틈도 없이 바로 자신의 브랜드를 준비했다. 꼭 보석이 박혀 있지 않아도 고급스럽고 모던한 느낌의 주얼리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각오였다.
그 결과 지난해 초 「다비데초이」가 탄생했다. 다비데(Davide)는 최 디자이너가 좋아하는 고대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이탈리아식 발음으로 여기에 본인의 성인 초이(Choi)를 붙여 중성적인 느낌의 이름을 만들었다.
“‘탱고’를 첫 컬렉션으로 결정하고 상품화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어요. 보기에는 심플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여러번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상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론칭 이후 최 디자이너는 브랜드 콘셉에 맞게 예술과 패션이 결합한 마케팅을 펼쳤다. 특히 지난해 4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2012 디자인아트페어’에 참가했을 때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생소한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9일간 주문받은 금액이 2000만원에 달했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3개월 간 주문 물량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큰 기대 없이 나간 전시회였는데 저도 놀랐어요. 예술의 전당이라는 특수한 장소와 관람객들의 높은 수준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비즈니스 제안도 많이 받았는데 우선은 자리잡는 게 먼저라서 모두 거절했습니다.”
현재 「다비데초이」는 미국 패션회사 ‘라크롬(La Crom)’ 온라인 사이트에 입점해 있다. 이탈리아에도 지사가 있어 미국과 이탈리아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오는 4월 26일에는 국내 데뷔전도 치른다. 2주 동안 서울 신사동 더 브릿지 갤러리에서 단독 초대전을 여는 것.
“요즘에는 예술과 패션의 경계가 없잖아요. 「다비데초이」는 스토리가 있는 핸드메이드 주얼리입니다. 갤러리 같은 공간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요. 또 한편으로는 해외 하이 주얼리 시장에 수출을 늘려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한지형 기자
hj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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