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대한 열망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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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미경 「아크리스」 디자이너

2013-03-01 오후 8:17:27

글로벌 패션 하우스 속 한국인 디자이너



“제 경력은 한국 내셔널 브랜드에서 시작됩니다. 1994년 「앤클라인」을 시작으로 「씨엔느」 「얌야밍」 등을 거쳐 13년 정도 디자인을 해왔죠. 나중에는 디자인 팀장까지 맡았지만 제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배워보자’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글로벌 패션 하우스 「아크리스」의 7년차 디자이너 염미경(43) 씨의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열정 하나로 늦깍이 학생을 자처한 그녀는 베를린예술대학에 입학해 5년간 현직 디자이너들로부터 발상법, 패턴, 드레이핑 사진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혔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다시 막막해졌다. 현지에서 한국인을 채용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학생 비자였으니까 졸업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신세였습니다. 그런데 그냥 이대로 돌아가기가 정말 아쉬웠어요. ‘그동안 배운 걸 써먹어봐야겠는데 무슨 수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유러피안 패션 어워드에서 신진 디자이너를 뽑는다는 포스터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염 디자이너는 그때부터 잠도 자지 않고 콘테스트를 준비했다. 콘테스트에서 수상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 사활을 걸었다. ‘음악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콘셉 아래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컬렉션을 펼쳐보인 그녀는 무려 14개국 114명의 신진 디자이너를 제치고 1등의 영예를 안았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어요. 시상식에 오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잘못알아들었나’ 싶어서 3번은 되물었어요. ‘그러니까, 엄마에게 상 받았다고 말해도 돼요?’라고 했을 정도로요.”


염 디자이너는 시상식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웃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또 하나의 행운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심사위원이었던 「아크리스」의 CD, 알버트 크리믈러가 스카웃 제의를 해온 것이다.


「아크리스」는 90년 전통을 지닌 패션 하우스. 앞치마로 시작한 스위스의 작은 회사는 정교한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로 성장했다. 고급스러운 소재, 심플하고도 섬세한 실루엣으로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차세대 럭셔리 브랜드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그동안 알던 기획 과정과는 완전 달랐거든요. 우선 디자인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게 ‘트렌드’가 아닌 ‘브랜드 정체성’이더라고요. 아무리 고심해서 만든 디자인이라도 다른 브랜드에서 먼저 나오면 그 자리에서 접습니다.”


첫 피팅도 염 디자이너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피팅을 시작하는데 사이즈별 모델이 줄지어 들어왔어요. 플라스틱 마네킹이 아닌 살아있는 모델들이요. 직접 입어보고 어디가 불편한지 말해주니 옷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는 거죠. 더욱 놀라운 건 이런 피팅 작업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한다는 겁니다.”


염 디자이너는 디자이너팀과 생산팀의 동등한 관계에도 주목해야한다고 말한다. 「아크리스」의 모델리스트들은 실제 옷을 만들었을 때 문제가 있는 디자인이라면 수정을 요청하는 등 능동적인 의사 표현을 하고, 디자인팀도 이를 적극 수용한다.


“뭐니뭐니해도 「아크리스」의 가장 큰 자산은 꾸준한 연구와 투자에요. 20년도 더된 패턴을 꺼내 수정하며 새 것으로 발전시키고, 「아크리스」만의 소재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개발을 하고 있어요.”
염 디자이너는 아직도 꿈을 꾼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고 싶어요. 알버트 크리믈러가 「아크리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냈듯, 저 또한 디자이너의 장점과 브랜드의 큰 장점을 잘 살려 성장시킬 수 있는 디렉터가 되고 싶어요.”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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