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평균 4000만원 수출 … 올해는 파리에도 진출

“처음부터 해외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건 아닙니다. 서울패션위크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바이어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요. 현재 「레이」는 홍콩·미국 뉴욕·LA·영국 런던 등에 진출해 있고, 올해는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서도 첫선을 보일 계획입니다.”
이상현(34)디자이너는 차분하게 말했지만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이었다. 인터뷰 내내 침착하고 기복없는 말투를 구사하던 그는 유독 ‘파리’라는 단어를 말할 때 만큼은 톤을 높였다. 파리에 가는 것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가 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이다. 「우영미」 「마틴싯봉」 「카이아크만」 등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기초를 탄탄하게 다진 그는, 2009년 11월 자신의 애칭에서 이름을 따 「레이(leigh)」라는 남성복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는 클래식을 기초로 자유로운 생각에 근거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레이」에 그대로 담아냈다. 그래서일까? 그의 옷에는 반전의 재미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절개선을 없애 어깨 라인을 둥글게 만든 재킷이나 마치 뒤집어 놓은 듯 재봉된 코트가 그 예다.
“하이엔드이지만 기존에는 없던 캐주얼하면서 새로운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마디로 ‘영&하이엔드’가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옷을 가장 먼저 알아본 해외 바이어는 홍콩 백화점 ‘하비니콜스’다. 하비니콜스 측은 2010 F/W 시즌 서울패션위크에서 눈도장을 찍어놨다가 2011 F/W 시즌에 정식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2013 S/S 시즌에는 미국 유명 편집숍 『오프닝세리모니』에서도 입점 제의가 들어왔고, 현재 뉴욕, LA, 런던 지점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해외 진출 4 시즌 만에 「레이」는 한 시즌 평균 4000만원(홀세일가)이라는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사이즈, 색깔, 실루엣 등을 현지인에게 맞춘 것이 주효했다.
“서양인은 동양인과 체격 자체가 다르고 옷을 입는 트렌드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현지 사정에 맞췄어요. 입는 사람은 다를지라도 입었을 때 느낌은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같아야 하니까요.”
이제야 조금 해외 시장에 눈을 뜬 이 디자이너는 오는 6월 파리 진출에 앞서 그 어떤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처음 나갈 때 제대로 해야 그 후에 이어질 비즈니스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레이」의 비즈니스를 책임질 파트너는 ‘로메오’다. 1988년 문을 연 ‘로메오’는 그동안 수많은 해외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 라파예뜨, 쁘렝땅 등 파리 대형 백화점에 입점시킨 유명 쇼룸. 이 디자이너는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파리 남성복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다.
“지난달에 쇼룸에서 현지 ‘분위기가 좋으니 준비하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유럽이 불경기라 시기를 늦춰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라 정말 반가웠죠. 그래서 지금 한창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후회없이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소식 알려드리겠습니다.”
한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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