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나의 꿈 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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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순의 ‘아름다운 만남’

2012-12-21 오후 5:06:33


김 영 주 디자이너겸 KYJ로드 회장


1990년대 중반 한 디자이너가 베르사체, 이세이 미야케와 나란히 밀라노컬렉션 무대에 섰다. 당시 파리컬렉션에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참가했지만, 밀라노는 처음이었다. 보무도 당당히 밀라노 무대에 섰던 그녀는 지금도 현역 디자이너인 김영주 KYJ로드 회장(61).


어느덧 나이는 40에서 60대로 껑충 뛰어올랐지만 “인생은 60대부터”라며 열정을 불사른다. 많은것을 이루고 이제 안정적으로 생을 즐길 때에 불꽃 같은 정열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10년 전 론칭 후 아꼈던 후배에게 경영을 맡겼던 「김영주골프」에 문제가 생겨 상표권을 회수하고, 브랜드 전면 재정비에 나섰다. 1~2년 후에는 중국 시장에까지 진출할 계획을 세운데다가, 내년 봄에는 「김영주스포츠」까지 론칭할 예정이다.


‘디자이너’ 직함이 여전히 잘 어울리는 그녀에게 2012년 겨울은 ‘희망’이다.


-오랫만입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돌이켜 볼 때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밀라노컬렉션 참가였죠?
“참 세월 빠르지요. 90년대 중반에는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로는 글로벌 브랜드 되기 힘들다고 해서 「Young Joo Kim Milano」를 만들었죠. 처음에는 베르사체, 이세이 미야케 등 제가 좋아하던 디자이너들과 한 무대에 나란히 선다는 것이 몹시 흥분됐고, 컬렉션 후 반응에 제 스스로가 자신감이 충만했던 시기였죠. 그런 후 외환위기(IMF)가 왔고 결국 컬렉션 참가는 1997년까지 4회를 끝으로 접었죠.”


-당시 색채와 비례를 통해 완성도 있게 표현되었다는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만.
“많이 아쉬웠죠. 87년 유학 당시 밀라노에서 우연히 베르사체 컬렉션을 보았는데 너무 감동했어요.  소프트하면서도 심플하고, 여성스러운 제 의상이 파리 보다는 밀라노 컬렉션과 더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죠.


- 원래는 화가를 꿈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림과 패션 중 어느 것이 더 매력적인가요?
“둘다 좋죠. 하지만 그림은 혼자서 언제라도 해도 되지만, 패션업은 여러 사람이 팀웍을 맞춰야 하고, 남보다 앞서 가야 하고, 경쟁해야 하고, 트렌드도 읽어야 하잖아요. 패션업이 몇 배는 힘들어요.”
그녀는 서울대 미대 서양화 전공으로 석사까지 했다. 동창생과 결혼했고, 결혼 후 30대 중반에 남편의 권유로 패션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서울 논현동 KYJ로드 사옥 2층 사무실에는 그녀가 2013년 봄/여름을 위해 직접 그린 다채로운 그림들이 놓여 있다. 알고 보니 신년도 봄 옷 프린트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녀는 직접 그린 하늘, 구름, 꽃 등 자연의 색깔과 이미지를 흰 도화지에 담아두고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원래 국전에 입상했던 미술학도였는데…
“학생 시절부터 저는 옷입기를 즐겼어요. 물론 처음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 것은 아니었죠. 남편이 여성 의류 사업을 시작하면서 85년에 하용수씨가 하던 「파라오」를 맡게 됐고, 몇 달 후에 갑작스럽게 제가 디자인을 맡게 됐죠. 남편은 제가 서양화를 전공했고, 패션을 즐겼으니 당연히 잘 하리라고 생각했나봐요(웃음).


-갑작스런 제안이 무척 부담되었을 법한데요. 어떻게 변신을 잘하셨나요?
‘입고 싶은 옷은 맘껏 입을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죠. 그러다 이탈리아 마랑고니 스쿨과 미국 FIT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의상 공부를 했죠.  88년엔 일본 다이마루 백화점 스폰서를 받아 고베와 교토에서 제 이름을 내건 최초의 패션쇼를 열게 됐구요.”


-결혼 후에 멋진 변신을 할 수 있었으니 참 좋으네요. 부군의 지원이 컸나 봅니다.
“ (잠시 웃으면서)제 남편은 서울 미대 동창생이에요. 스물다섯 나이에 결혼했는데, 남편이 85년에 빌딩을 짓고, 의류사업을 하게 된 거에요.”
그녀는 이쯤에서 남편 얘기는 접었다. 대신 딸(김지인 상무)이 엄마를 도와 디자이너 2세로 활약해줘 고맙다고 전했다.



-옷을 정말 많이 좋아하나 봅니다. 예술가들에게 사업하라면 골치 아프다며 고개 젓는데, 그 동안  우여곡절이 있었는데도 오뚝이처럼 다시 도전하시니 보기 좋습니다.
‘세계로의 진출’ 이런 거창한 것 보다는 제가 입고 싶은 ‘멋진 옷’을 목표로 만들고, 또 제 옷을 입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았어요. 올해로 여성복 만든지 28년, 골프복 만든지 10년 됐어요.(웃음)”


-그런데 요즘은 골프복 재정비에 한창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2002년 론칭한 「김영주골프」는 한때 제 밑에서 일하던 후배(KNC FG)에게 영업을 맡겨 왔죠. 2000년대 후반에는 연 매출 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 했는데 이후 위축 됐습니다. 현재 상표권을 회수했고, 브랜드 콘셉부터 로고, 상품, 마케팅 등 전반적으로 재정비중이에요. 남에게 경영을 맡겼더니 디자인과 품질이 많이 떨어져서 되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중국 시장에 관심이 큽니다. 「김영주골프」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려구요. 중국인들이 한국 패션상품에 관심이 많아, 브랜드 정비 후엔 1~2년 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을 타깃으로 젊고 고급스러운 의상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화사한 색상과 심플한 디자인을 강점으로 필드에서 편안하고 세련돼 보이는 의상을 펼쳐 보이려 합니다. 기상 악천후로 힘들긴 했지만, 최근 ‘MBN-김영주골프 여자오픈’ 대회를 열기도 했구요. 내년에는 「김영주스포츠」도 론칭할 예정입니다.”


-요즘은 어머니의 패션 DNA를 물려받은 2세들의 활동도 많은데, 어떠십니까?
“저희도 외동딸(김지인 상무)이 「Celeb, KIM YOUNG JOO」를 맡아 잘 해주고 있습니다. 딸의 활약에 내심 기대가 크답니다.”
살포시 미소짓는 그녀의 웃음이 옷과 닮았다. 옷은 사람을 닮는다고 했던가. 그녀가 만든 브랜드들은 여성스럽고 부드러운면서도 베이직하고 잔잔한 것이 특징이다. 그녀는 옷을 만들다보니 사명감 같은 게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오픈할 때부터 함께 한 내 식구 같은 많은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낸다고.  “옷이 참 좋다”는 그녀 주위에는 마치 한 여름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는 꽃들 모양, 「김영주골프」와 「Celeb, KIM YOUNG JOO」,  영화 의상들이 예쁘게 걸려있다. 


사진 임정국 기자 ljg@fi.co.kr



이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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