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시즌 CJㆍ제일모직과 협업·해외 진출도 청신호
박윤희(34) 디자이너는 시원한 ‘사이다’ 같다. 「그리디어스」와 세컨드 브랜드 「유니지」로 이제 막 데뷔 1년차에 접어든 그는 톡 쏘는 청량음료처럼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의 브랜드 역시 닮았다. 첫 시즌 기하학적인 ‘프린트 플레이’로 눈길을 끈 「그리디어스」는 재기 발랄하고 강렬하며 섹시하기까지 하다. 척 봐도 ‘박윤희스러운’ 그의 옷은 배우 고준희, 유인영, 황보라와 가수 가인, 별 등 젊은 스타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작년 이맘때쯤 회사를 나왔으니까 독립 디자이너로 데뷔한지도 꼭 1년이 되었다”며 운을 뗀 박 디자이너는 첫 시즌부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적극적으로 시장을 발로 뛰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도호」 「오브제」 「시스템」 등 여성복 브랜드에서 13년간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13년 동안 ‘내 브랜드’에 대한 꿈을 키워온 셈이죠. 얼마나 꿈꿨던 순간인데 한 시즌이라도 허투루 보낼 수 없잖아요. 모든 일이 곧 기회라는 신념으로 ‘무조건 열심히 해보자. 그럼 문은 반드시 열린다!’ 믿고 또 믿었죠.”
그가 선택한 데뷔 무대는 ‘제2회 인디브랜드 페어’. 박 디자이너처럼 이제 갓 꽃을 피운 100여 명의 신진 디자이너들이 한데 모인 장이었다.
기업 인프라를 등에 업던 시절과 달리 디자이너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자리기도 했다.
전시회에서 박 디자이너는 단연 돋보였다. 그는 직접 만든 「그리디어스」 의상을 입고,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바이어들을 맞았다. 그가 종횡무진 전시장을 누빌 때마다 감각적이고 화려한 프린트의 의상은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페어 이후 그는 CJ와 제일모직 등 굵직한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박 디자이너 특유의 에너지와 적극적인 자세는 뉴욕에서도 통했다. 지난달 참가한 코트리 전시회의 수주 성과도 예상치 못한 기회에서 비롯되었다.
“「그리디어스」 옷을 입고 타임 스퀘어를 구경하는데 현지인들이 ‘지금 입은 옷, 어디서 샀냐?’며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알고보니 버그도프 굿맨의 바이어들이었어요. 내친김에 전시회 부스로 초대하고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어필했죠.”
뉴욕 바이어들이 많은 양을 사입한 건 아니지만 이 또한 시장성을 높이는 기회로 생각한다는 박 디자이너. 그에게 패션은 어떤 의미일까?
“저에게 패션은 ‘박윤희’ 그 자체에요. 소비자와 바이어에 앞서 먼저 나 자신을 매료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해요. 패션을 포기한다는 건 제 자신을 포기하는 것과 같죠. 그러니 어떻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김하나 기자
khn@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