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과 프랑스 미술관이 각각 역사 속의 화가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패션계에 불러들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스엔젤레스 LA카운티 미술관(LACMA)이 요즘 미국 패션 디자이너들의 손끝을 빌어 18세기 화가들을 새로 태어나게 했다면, 파리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 화가들의 눈에 비친 유럽 패션을 현대의 런웨이로 끌어올렸다.
‘LA카운티 미술관을 입어라’(Wear LACMA)는 미술관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미술과 패션의 콜래보레이션 프로젝트. 미술관 소장품에서 얻은 역사 속 화가들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디자이너가 의상을 디자인하면 이를 한정판으로 제작해 관람객들에게 판매하는 기획이다. 수익금은 모두 미술관 발전기금으로 사용할 예정.
역사 속 화가의 파트너 자격은 LA 지역 디자이너들에게만 주어진다. 첫 번째 주자로 존슨 하티그와 그레고리 파킨슨이 나섰다. 하티그는 영국의 유명한 초상화가 토마스 로렌스의 18세기말 작품 ‘이튼 학생 아서 애들리의 초상화’에서 얻은 모티브를 T셔츠, 토트백, 블레이저 등에 프린트로 표현했다.
파킨슨이 디자인한 10대용 드레스는 네델란드 정물화가인 아드리안 쿠르트가 18세기 초에 그린 ‘완리 보울에 담긴 산딸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각각 100여벌 안팎씩 제작된 의상들은 이달부터 미술관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술관측은 앞으로도 지역의 유망한 디자이너들을 순차적으로 초청,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이다.
한편 오르세 미술관에서 내년 1월 20일까지 열리는 ‘인상주의와 패션전’은 19세기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당대 파리 멋쟁이들의 패션을 구경해볼 기회. 현대 서구 패션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인 셈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카고 인스티튜트 등과 공동 개최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르느와르, 마네, 모네, 드가, 카일레보트 등 인상주의 명장들이 손끝으로 재현해낸 당대의 아름다운 의상 60여점이 화폭에 담겨 9개의 룸에 전시된다.
한 전시룸은 녹색 카펫이 잔디처럼 깔린 가운데 군데군데 공원 벤치가 흩어져 있어 풍성한 드레스 차림으로 야유회에 나온 그림 속 여성들의 들뜬 기분까지 고스란히 전달한다. 레드 카펫과 늘어선 의자들로 19세기 패션쇼 현장을 현대로 끌고 온 듯한 전시룸도 인상적이다. 인상주의 대가들의 작품 곁에 나란히 늘어선 제2 제정시대 드레스 50여벌과 모자 10여개는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이며 전시회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오르세 미술관 후원회장인 에두아르드 드 리브 백작의 아내 자클린 드 리브는 “너무도 매혹적이고 섬세한 의상에 전율을 느낀다”고 전시회를 둘러본 소감을 말했다.
유명한 패션 모델인 타샤 드 바스콘셀로는 “현대 여성들이 동경의 대상으로 삼을 만큼 우아함이 돋보인다”며 19세기 의상에 감탄했다.


손정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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