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매출 100억 기업이 방적 설비 구축에 100억 투자
소재 기업인 대구 시마(SIMA)의 하루는 오전 7시30분에 시작된다. 전 직원이 출근한 가운데 ‘혁신’과 ‘열정’으로 가득한 회사의 비전을 다 같이 외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올 연초 시무식에서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 후 지금까지 매일 실행하고 있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원재료비나 인건비 등 환경은 악화됐지만, 그만큼 차별화된 신상품을 개발하고,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춘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96년 회사를 창업한 김지미 대표(47)는 대구 섬유업계서도 소문난 ‘열정파’다. ‘섬유 사양’이란 단어가 한창일 때 창업했지만 여성 CEO 특유의 섬세함을 강점으로 내세워 셔츠 소재 분야에선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시마의 성장비결은 무엇보다 끊임없는 R&D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본인 자신이 섬유공학을 전공한 학구파답게 디자인에서부터 기능적인 측면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회사에는 수 천만원에 이르는 신제품 개발용 직기를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원사와 조직에 따라 개발된 소재가 도서관 사서함처럼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최근에도 4000만원짜리 CAD를 구매하고, 파리 소재 전시회 참관과 시장조사에 세 명을 보내는 등 신제품 개발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예전 일본 출장을 갔을 때 신제품 가공 레시피 복사본을 100만원에 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만큼 개발과 관련한 지적 가치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죠.”
이런 배경에서 시마는 최근 영남방적이 보유했던 방적기계를 모두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중소 제직업체가 대구의 대표적인 방적기업 설비를 인수했다는 것도 화제였지만, 연매출 100억원짜리 회사가 100억원대 설비를 구매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회사는 내년 3월 시마방적을 새롭게 출범시킬 계획이다.
“소재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원사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여유가 많은 편도 아니고, 상당한 무리수가 있었지만 뿌리가 깊은 기업을 위해 과감히 투자했습니다.”
◇노하우 많은 시니어 모셔 경쟁력 높여
신제품 개발에 대한 애착은 직원들 구성에서도 알 수 있었다.
시마에는 김 대표보다 나이 많은 직원이 절반 이상이고, 다른 회사에서는 은퇴할 나이인 60대도 두 명이다.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가졌다면 찾아다니며 모시고 있다.
“대구에는 평생을 섬유업에 종사했던 전문가가 적지 않아요. 이 분들이 쌓은 노하우를 살려 내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회사, 나아가 대구 섬유산업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비 투자에 대한 경영철학도 분명하다. 유럽산 고급 소재와 경쟁하기 위해선 방적에서부터 염색, 제직에 이르기까지 일관 생산 시스템을 갖춰야 뿌리가 깊은 소재 전문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미 대표는 학구열이 남다르다. 사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에도 마케팅 부문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고, 매주 한번 서울을 왕래하면서 서울대AFB(7기)도 수료했다. 천연염색에 관심이 높았던 그는 6개월간 영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전문과정을 이수하는 등 하루 24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사업은 방향성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객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마케팅적 접근은 소재산업을 새롭게 재해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도 소중한 인연으로 맺어져 많은 도움이 됐고요.”
고객 관점에서 끊임없이 신제품을 개발하는 시마와 전 직원의 열정과 노하우를 하나로 엮어내는 김지미 대표의 러더십에서 대구 섬유산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다.
대구=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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