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인식스뉴욕」이 새로워졌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컬러 대신 블랙과 모노톤의 빈티지 풍 의상이 내걸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루즈한 핏의 옷들은 시크하고 엣지 있는 멋을 풍겨 마치 뉴욕의 소호숍을 찾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소비자들은 새로워진 「나인식스뉴욕」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간절기 상품으로 내놓았던 셔츠, 티셔츠 류는 2주만에 완판을 기록했을 정도. 한달 간 리오더에 들어간 상품은 25개에 달한다.
이 신(新)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은 디자이너 크리스 한이다. 두 시즌만에 뉴욕 컬렉션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이탈리아 「막스마라」와 「오스카 드 라 텐다」 등 유명 패션 하우스에서도 활약하기도 한 실력파 디자이너다. 한 CD 는 「나인식스뉴욕」의 글로벌화를 위해 새롭게 영입됐으며 브랜드 리뉴얼을 맡아 진행했다.
◇ 뉴욕 진출의 관건은 ‘감성’
“원래는 옷 만드는 데만 관심을 뒀어요. 「막스마라」 「오스카 드 라 텐다」에 있을 때도 그렇고 내 브랜드를 하면서도 ‘그저 좋은 옷을 만들면 전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내셔널 브랜드들이 뉴욕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제가 뉴욕에서 활동하며 쌓은 노하우를 원하는 브랜드도 많았고, 저 또한 ‘내셔널 브랜드를 글로벌화 시켜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가 한국 브랜드를 맡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지속된 불황으로 여성복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마당에 굳이 합류할 필요가 있냐는 거다.
“「나인식스뉴욕」의 가능성만 믿고 뛰어들었습니다. 중간에 트렌드에 휩쓸린 적이 있긴 하지만 초창기에는 「나인식스뉴욕」만의 독자적인 브랜드 색을 잘 유지해 나갔거든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되찾으면 이랜드의 해외진출 경험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중국은 물론 뉴욕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크리스 한 CD는 뉴욕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감성’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특유의 감성을 이해하고 표현하지 못하면 바이어들과 소통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판매 루트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록시크 무드로 20대에서 60대까지 아우른다
한 CD는 ‘「나인식스뉴욕」의 글로벌화’라는 큰 목표를 위해 전천후로 뛰고 있다. 국내 매장을 직접 돌며 판매 직원들에게 옷에 대해 설명하고 디스플레이, 코디네이션 방법을 제안한다. 최근에는 중국 매장까지 직접 꼼꼼하게 살펴 VMD 완성도를 높였다.
“전 직원들에게도 ‘우리는 지금 부티크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라’고 말해요.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되는 부티크는 한 사람이 여러 분야의 일을 담당해야 하죠. 지금 브랜드에 필요한 것도 그런 직원이에요.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을 도맡아 할 수 있는 사람이요.”
그는 브랜드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뜨렸다. 매 시즌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기 보다는 ‘록시크’라는 「나인식스뉴욕」만의 색을 만들어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으며, 연령대도 20대에서 60대까지 확장했다.
“연령과 체형에 따라 각기 다른 실루엣을 그려내는 것이 새로워진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60대인 어머니와 친구분들도 즐겨입으세요. 또 저렴한 가격의 엔트리 상품을 도입해 디자이너 감성의 옷을 원해 온 20대들까지 사로잡고 있죠.”
크리스 한 CD는 내달부터 한달에 한 번 ‘트렁크 쇼’를 열 계획이다. 직접 매장에 나가 소비자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설명과 스타일링 제안을 하려는 것이다.
“트렁크 쇼는 다양한 믹스매치가 가능한 디자인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 그만큼 품질에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죠. 요즘 소비자들은 옷이 ‘비싸냐 싸냐’보다 ‘이 돈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냐’를 따지거든요. 그래서 품질에 많은 신경을 썼어요. 여느 샘플 못지 않은 퀄리티를 가졌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크리스 한이 디렉팅한 옷들은 이 달 아우터가 대거 출시되며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독특한 아우터로 마니아층을 구축한 그였던 만큼 이번 겨울 상품으로 그의 혁신에 대한 평가가 판가름 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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