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패션과 미술은 협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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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주고 받는 패션과 미술에 대한 짧은 보고서

2012-09-14 오후 5:42:41

◇루이 비통 보러 미술관 가기
패션과 미술은 엄밀히 말해서 다른 분야이다. 하지만 두 장르는 또한 완전히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패션 브랜드 루이 비통(Louis Vuitton)을 보기 위해서는 어디에 가야 할까? 백화점? 그렇게 쉽다면 문제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루이 비통을 보기 위해서 미술관으로 가야 하는 시대가 왔다. 최근 루이 비통은 일본 출신의 여성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와의 콜래보레이션을 발표하며 세계 주요 도시를 점령하고 있다. 먼저 루이 비통의 후원으로 런던 테이트 모던에 이어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개인전이 오는 10월 28일까지 열린다. 올해 83세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는 자신의 삶을 ‘수백 만개의 점 속에 길을 잃은 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콜래보레이션은 특유의 물방울 무늬를 펼치고 ‘사랑은 영원하다(Love Forever)’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세계의 루이 비통 쇼윈도우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은 전시회장으로 변신했다. 얼마 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히로인 김남주가 쿠사마 야요이 라인의 땡땡이 의상과 백을 들고 나와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에서는 ‘루이 비통 마크 제이콥스’ 전시회가 3월9일~9월 16일까지 열렸다. 특히 이 전시회에서는 루이 비통과 협업한 일본의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미술과 패션의 콜래보레이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그간 루이 비통과 멀티컬러(Multicolor), 아이 러브 모노그램(I Love Monogram), 체리(Cherries), 판다(Panda), 체리 블러섬(Cherry Blossom), LV 핸즈(LV Hands) 등의 프린트를 선보여왔고, 모노그램플라쥬(Monogramouflage)라는 프린트를 탄생시켰다.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무라카미 다카시의 회고전에서는 아예 전시회장 안에 한정판 루이 비통 매장을 설치했다.


◇크리스찬 디올, 에르메스, 샤넬, 페라가모와 미술가의 만남
루이 비통뿐만이 아니다. 크리스찬 디올에서는 지난 6월, 일본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세계의 미술가들이 오마주한 ‘레이디 디올 백’ 전시회가 열렸다. 데이비드 린치& 존 캐머런 감독, 브루스 웨버& 피터 린드버그 사진가, 나와 고헤이,아즈마 마코토, 류젠화, 김홍석 등의 미술가들이 레이디 디올 백을 위한 작품을 헌정했다. 에르메스는 플래그십 스토어 안에 갤러리를 가지고 있으며, 에르메스 미술상을 개최하여 미술계의 활약을 북돋우고 있다. 에르메스 쇼윈도우는 플라잉 시티, 배영환 등의 미술가들이 직접 데코레이션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만이 예술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니다. 미술관에서도 패션 디자이너들을 위한 전시회가 열렸다. 홍익대학교 홍문관 현대미술관에서는 ‘카스텔 바작 아카이브’ 전시회가 열렸고,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에서는 덴마크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피터 옌슨의 ‘피터 옌슨의 뮤즈들’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에서 열린 ‘보그 모먼트’ 전시는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 후미에 사사부치, 정현목, 양문기, 김지민, 이이남 등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정현목 작가는 고전적 정물 사진에 샤넬이나 페라가모 등의 백을 매치시킨 작품을 선보였으며, 양문기 작가는 무거운 돌에 샤넬과 루이 비통 등의 브랜드 로고를 새긴 조형물을 전시했다.


이제는 미술관에서 패션 브랜드를, 쇼윈도에서 미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게 된 것이다. 왜 이렇게 미술과 패션의 콜래보레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제이콥스는 “쿠사마 야요이는 루이 비통과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미술 애호가들과 현대 미술 관객층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쿠사마 야요이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던 이들도 루이 비통 마니아라면 관심을 가질 것이고, 쿠사마 야요이의 열렬한 팬이라면 루이 비통을 싫어했던 이라도 구입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결국 패션과 미술 모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고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된 소비자들도 손해 볼 것은 없다.


미술관은 원래 순수 미술만을 전시하는 곳은 아니었다. 우리의 생활을 구성하는 것이라면 그림이나 조각이 아니어도 모두 미술관에 전시될 자격이 있고, 패션에도 그러한 자격과 권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패션과 미술의 공통 목적이 아닌가!
이소영(‘사진미술에 중독되다’의 저자)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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