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패션은 국가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봉장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65)이 22일 섬유센터에서 “우리의 패션은 국가 브랜드로서 훌륭한 분야”라며 섬유 패션 업계 CEO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달했다.
약130명의 CEO들과 함께 한 이날 포럼에서 이 위원장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한민국 브랜드 파워’를 주제로 “국가 브랜드는 곧 국가의 품격이며, 브랜드는 곧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신뢰는 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인의 주머니를 열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려면, 해결책은 ‘문화’밖에 없다. 나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남과 다른 ‘차별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창의도 새로운 창의보다는 옛날 것을 본받아서 내일의 창의로 갈 수 있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 더 큰 힘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사물놀이, 노래, 드라마 등 우리 문화가 ‘한류’란 이름으로 전세계를 강타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우리 민족의 창의성과 열정이 봇물 터지면 세계인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는 능력이 DNA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

문화와 경제를 접목하고, 예술과 과학을 융합하면 한국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본 그는, “런던올림픽에서도 우리의 예상 목표가 10위였지만, 5위를 달성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서 초과 달성하는 힘이 있다”며 한국 패션의 미래 발전 가능성도 밝게 점쳤다.
국가브랜드위원회와 삼성경제연구소의 2011년 국가브랜드지수(NBDO) 조사에서 우리의 국가브랜드는 총 50개국 중 실체 기준 15위, 이미지 기준 19위였다. 국가 브랜드 중에서도 ‘하드 파워’는 강한데, 패션·문화와 같은 ‘소프트 파워’는 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위원장은 “우리들은 외부에 보여주는 이미지가 실체 보다 부족하고, 자긍심이 약해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이해시키는데 힘이 딸린다며 이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프랑스는 문화 덕에 ‘메이드 인 프랑스’로 30%의 프리미엄을 받는다면, 우리나라는 30%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런 손해를 보지 않고 전반적인 국가 브랜드를 상승시키려면 ▲국민들이 ‘방그레’ 잘 웃고 ▲우리의 우수한 문화에 대한 지식과 자긍심을 갖고 ▲우리 것을 극대화해 영혼의 뼈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의 과제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연 후 이 위원장에게 국가 브랜드와 패션에 대해 물었다.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서 우리 패션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국 패션은 국가 브랜드로서 멋진 분야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맵시와 솜씨, 마음씨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디자이너와 제조자의 솜씨와 옷 입는 이의 맵시, 여기에 ‘아름다운 마음씨’가 잘 어우러지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겁니다.”
-패션 한류가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는 전통 소재 특히 한복지나 한지 등을 눈여겨봅니다. 질 높고 우수한 소재에 한국적인 혼을 담은 차별적인 디자인이 필요하겠지요. 또 우리 전통의 색감, 전통 보자기와 자수, 고품격 디자인 등을 잘 접목하고, 친환경 요소를 살린다면 가능성이 크지 싶어요. 특히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에서 사극 드라마가 히트하는 것을 보면서 전통의 아름다운 색감과 선을 응용한 패션 브랜드의 가능성도 봅니다.”
-현재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중점 사업은 무엇인지요?
“작년에 도산서원 등 9개 서원을 세계문화유산 잠재 목록으로 등재시켰어요. 사찰도 등재를 위해 노력중이고, 무형문화재에도 관심 갖고 추진하고 있답니다. 그 외에도 보석 같은 문화가 우리나라 지역 곳곳에 있고 사람들 속에 다 스며들어 있죠. 근데 우리가 보석을 몰라 보고 돌같이 봅니다. 옛날 것을 본받아서 내일의 창의로 가야 합니다. ”
-패션에서도 전통을 현대화한 차별적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물론입니다.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은 과거 퇴물이 아닙니다. 패션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좋아할 우리만의 창작이고, 언어이고 메시지이며, 미래를 예시하는 등불이자 혼입니다. 그 유산들이 해외에서 남다른 우리만의 ‘차별성’이 될 것입니다.”
-우리 문화와 역사 속에서 패션과 관련된 부분을 소개하자면…
“옛날부터 어른들이 ‘옷이 날개라고 하죠. 그날 입은 옷이 곧 날개가 되고, 마음의 날개도 된다는 말이에요. 어떤 옷을 입고 나가면, 상대방이 “참 멋지네요. 색깔이 참 고와요”하고 화답하잖아요. 그러다보면 그날의 패션에 따라 자신의 날개도 달라지고 기분도 달라지니 ‘옷이 곧 날개이자, 마음의 날개’도 되는 것이지요.”
- 평소 어떤 패션을 즐기시는지요?
“공식 일정이 많다 보니 스커트 정장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문화 답사를 갈 때는 바지를 즐겨 입지요. 구두는 6~7cm 높이로 즐겨 신어요. 컬러는 마음을 표현하듯 밝고 맑고 기분 좋은 색을 즐깁니다. 푸른 색, 핑크 등 고운 색깔, 파스텔톤을 좋아합니다.”
-어디서 옷을 주로 구매하는지, 또 자주 사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공식 행사가 많다보니까요. (핑크빛 투피스 자락을 만지며) 이 옷도 올해 산 새 옷이에요. 부티크도 찾구요. 백화점도 이용하는데, 아무래도 일정상 정가에 구매하는 편이에요.”
-패션 관계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옷에 혼과 마음을 담아야 합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대적인 색감과 구성, 디자인도 필요하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전통 복식인 한복을 좋아하는데 일상복으로 입기 어려운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한복의 선이며 색감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게 아름답잖아요. 이렇게 인연이 되었으니 패션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해볼 참입니다…(웃음)”
이화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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