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럭셔리 그룹 PPR이 중국 럭셔리 브랜드 사냥에 나섰다. 유로존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금융 불안이 어패럴 업계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요즘, PPR이 중국 브랜드 인수에 나선 이유는 중국 시장 확대에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고, 글로벌 패션계를 주도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구축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럭셔리 브랜드 인수설
PPR이 인수하려는 중국 럭셔리 브랜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PPR그룹의 수장 프랑시스 앙리피노르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며, 연말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상으로는 최근 생로랑파리스(Saint Laurent Paris)로 브랜드명을 변경한 입셍로랑을 비롯해, 구찌, 보테가베네타, 입셍로랑, 알렉산더맥퀸, 발렌시아가, 부세른, 스텔라매카트니, 세르지오로시 등을 보유한 PPR 제국에 중국 브랜드가 이름을 올리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PPR의 전체 수익 중 아시아 태평양 마켓 수익이 32%로 서유럽 마켓과 1위를 다투고 있고, 북미 마켓이 13%, 중국과 기타 지역이 5%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브랜드 인수는 아시아 태평양 마켓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PPR 럭셔리 분야의 올 1/4분기 수익은 18% 상승했으며, 중국을 위시한 이머징 마켓의 매출이 20% 이상 증가, 이머징 마켓의 움직임이 2012년 PPR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PPR 그룹은 기존의 소비재 유통 사업을 매각, 혹은 축소하고 럭셔리 패션 사업 및 스포츠-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사업 중심으로 재편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가구 유통업체 컨포라나(conforama)를 매각하고 온라인 리테일러 레드캣츠(Redcats)와 미디어∙전자제품 체인 프낙(Fnac)의 매각을 공표한 것도 글로벌 패션 시장, 특히 성장성 큰 아시아 및 라틴 아메리카의 어패럴 ∙액세서리 마켓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럭셔리 수트부터 스포츠웨어 까지 망라
아시아 및 브라질 지역의 성장 잠재력 있는 중소 패션 브랜드 인수에 나선 것도 유명 브랜드에 대한 호응과 수요가 높은 이머징 마켓 공략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즉 서구 럭셔리 브랜드 뿐 아니라 해당 마켓에 친숙한 브랜드를 인수, 대내외적으로 소비자를 효율적으로 공략해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PPR은 지난해 11월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본드의 수트로 유명한 이탈리아 수트 브랜드 브리오니를 인수한 데 이어 서핑, 스노우보딩, 스케이트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라벨, 볼컴을 잇따라 인수하며 하이엔드 수트부터 스포츠 웨어까지 아우르는 등 보폭 확장에 나섰다.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마켓에 대한 PPR의 야심은 푸마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에서 잘 드러난다. PPR은 2007년 푸마의 지분 27.1%를 인수하며 스포츠웨어 마켓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 바 있다.
PPR은 시장의 눈을 피해 19억 달러를 지불하고 메이페어(Mayfair)의 푸마 지분을 한 주당 44달러 11센트 가격에 인수했고 스포츠웨어 마켓 3위를 달리는 푸마를 내세워 럭셔리 마켓과 또 다른 패션 마켓인 대중적인 스포츠∙라이프스타일 마켓으로 추진해 왔다.

사실 푸마는 PPR에 인수되기 전 알렉산더맥퀸과 제휴, 풋웨어 컬렉션을 론칭하는 등 스포츠웨어에서 벗어나 스트리트 감성이 돋보이는 의류와 슈즈, 악세서리 라인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로 진화되고 있어 스포츠∙라이프스타일 마켓의 시장성을 노린 PPR의 최적의 브랜드다.
또한 푸마가 접근하지 못한 틈새 스포츠 마켓을 노린 서퍼∙스케이터 라벨 「볼컴」 인수는 2015년까지 푸마 중심의 스포츠-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포토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적 행보다. PPR은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부문 수익을 2015년까지 14억 달러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2011년 푸마의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확대하고, 인도 및 중국 등 유통망 확대에 적극 지원, 2015년까지 매출을 50%까지 확대하는 등, 어패럴 매출 다변화를 현재 차곡차곡 진행중이다.
중국 브랜드 인수 후 고유 콘셉은 유지
한편 PPR은 중국 브랜드를 인수하되 해당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을 쓸 전망이다. 즉 유럽 콘셉의 럭셔리 브랜드 방식을 강요하거나 덧칠하는 대신, 로컬 마켓에 투영된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 시장 친화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PPR은 얼마 전에도 홍콩 주얼리 브랜드를 주목하고 있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 고민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적도 있다.
이는 로컬 마켓을 타깃으로 한 자체 라벨을 론칭한 에르메스와 닮은 듯, 미묘한 차이가 있다. 로컬 마켓을 타깃으로 한 로컬 브랜드 확보라는 점에서는 서로 닮았지만,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는 대신 기존의 브랜드를 ‘인수’한다는 점에서 접근법이 다르다.
위버 럭셔리의 상징 에르메스는 2010년 중국 마켓을 타깃으로 한 로컬 라벨, 브랜드 샹지아(Shan Xia)를 론칭, 중국 소비자 공략에 나선 바 있다. 2011년 첫 선을 보인 샹지아는 제품 디자인, 생산, 유통 모두를 중국 현지에서 관리되는 에르메스와 분리된 브랜드로, 원자재 선택부터 디자인∙제조∙마케팅까지 모두 현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퀘어거가 진행하는 로컬 브랜드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에르메스와 분리된, 중국 마켓 전용 서브 브랜드임에도 태생적으로 에르메스와 철저한 분리가 힘들어 샹지아를 완전한 중국 브랜드로 보기에는 부족한 많이 있다.
실제로 럭셔리 업계는 물론 중국 현지에서도 ‘샹지아’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있어 단순히 ‘made in China’가 아닌 ‘born in china’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이, 브랜드 정체성을 차단하고 현지 시장 친화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중국 브랜드 인수에 나선 PPR의 전략적 판단이다.
로컬 브랜드 전략 먹힐까?
PPR의 움직임에 대한 중국 현지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다만 PPR이 인수하려는 중국 브랜드가 의류 보다는 주얼리 브랜드일 경우 시장 접근도가 더욱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럭셔리 마켓의 성장 폭이 둔화되고 있고, 럭셔리를 바라보는 로컬 소비자들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지만, 럭셔리 주얼리 마켓은 성장 탄력이 여전하다. 또한 금과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한 주얼리에 대한 중국인들의 뿌리 깊은 애착과 브랜드 선호도를 생각할 때 중국인과 친숙한 로컬 주얼리 브랜드를 보유할 경우, PPR의 매출 그래프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PPR의 브랜드 포토폴리오 측면에서도 주얼리 부문의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PPR이 현재 인수 협상을 진행중인 중국 브랜드가 홍콩에 기반을 둔 주얼리 브랜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물론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중국 마켓에 대한 PPR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점을 다시금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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