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들이 패션을 주도한다? 지나친 비약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런던, 파리, 밀라노 등 패션 도시의 리테일 흐름과 맨스웨어 컬렉션 반응을 보면 2013년 봄/여름 시즌 패션계의 남성복 열기는 여성복의 어깨를 움츠리게 할 정도다. 사실 이는 새로운 일도 아니다. 이머징 마켓이 패션계의 주요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럭셔리 맨스웨어 시장은 연간 14% 성장하며, 여성복 시장의 성장 폭을 두 배나 뛰어넘었고 인터넷과 모바일 테크놀로지와 친숙한 남성들이 지속적으로 온라인/모바일 쇼핑에 매료하면서 남성복 시장의 규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맨스웨어 마켓 활황
경제적 여유를 가진 이머징 마켓의 남성 소비자들이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패션을 활용하고, 인터넷/모바일 테크놀로지가 구매 빈도와 속도를 자극하는 지금, 패션계가 남성복 마켓에 기대감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런던에서는 럭셔리 테일러링의 자부심을 드러내듯 새빌로우 맞춤 테일러들과 런던 동부의 고급 수트 업체들의 맨스웨어 쇼가 줄지어 무대에 올랐고, 3일 동안 진행된 런던 테일러링 맨스웨어 스테이지 이벤트의 사회자로 찰스 왕세자가 직접 나서며 열기를 더했다.
또한 럭셔리 제국 PPR에 인수되며 글로벌 유통망 확장에 힘을 더한 이탈리아 맨스웨어 브리오니는 밀라노에서 첫 번째 컬렉션을 진행하며 확고한 선전 포고를 했고, 파리에서는 LVMH에 인수된 맞춤 슈즈 브랜드 벌루티(Berluti)가 맨스 레디투웨어 마켓 진군을 알리는 대대적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문자 그대로 패션계가 온통 맨스웨어 향기에 취해 있는 셈이다.
이탈리아 패션계도 한숨 돌려
위기감을 호소하던 이탈리아 패션계도 맨스 패션 페어 피티워모(Pitti Uomo) 기간에 몰려든 바이어의 열기에 불안감을 한층 덜었다.
피티워모 기간에 몰려든 1만 8000명의 바이어 중 7500명은 해외에서 찾아온 바이어로 전년대비 2% 증가세를 보였고, 유로존 위기에 상대적으로 힘있는 독일의 바이어가 가장 많은 수로 1위를, 일본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미국, 중국, 한국, 네덜란드, 러시아, 터키 바이어가 그 뒤를 이어 유럽과 이머징 마켓, 미국 맨스웨어 마켓의 활력을 짐작케 했다.

자국의 재정 위기와 유로존의 연이은 금융 위기로 불안에 빠진 이탈리아 패션계로서는 해외 남성복 마켓의 수요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피티워모에 참가한 맨스웨어 브랜드들은 컬러풀한 컬렉션과 활기찬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트렌디화 되는 남성 패션의 진화를 알렸다. 화려해진 남성복의 분위기는 카르벤(Carven)의 산뜻한 2013 봄/여름 컬렉션이나 축제 같은 분위기의 길리엄헨리 컬렉션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 같은 분위기는 맨스웨어 컬렉션에 등장하는 다양한 컬러와 프린트, 클래식하고 샤프한 수트는 물론 뭔가 들뜨고 활기찬 패션쇼 안팎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편 2010 이탈리아 텍스타일, 어패럴, 레더, 풋웨어 부문의 수익은 638억 유로로 전년대비 14.1% 상승했지만 2011년에는 원자재 상승 여파로 수익이 6.6% 감소했고 2012년에는 5% 성장이 기대되며 다소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2012년 전체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이탈리아 패션계는 글로벌 남성복 마켓의 활기찬 행보에도 완전한 승전고를 올리긴 힘든 상태다.
화려하고 활기찬 맨스웨어의 진화
새로운 라인이나 혁신적 섬유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사이클링웨어나 아시아 마켓을 염두에 둔 듯 한 아시아풍 스타일-특히 일본 풍-을 반영한 것도 2013 봄 여름 맨스웨어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실제로 피티워모에 참가한 맨스웨어 브랜드 바르비시오(Barbisio)는 버뮤다와 재킷을 즐기는 일본 스트리트 스타일을 차용, 일본이 남성복 스타일을 주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일본이 남성복의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전망은 바르비시오 만의 의견은 아니다. 피티워모에 참가한 슈 라벨 To&Co은 일본의 디자인과 이탈리아 디자인을 뒤섞은 스타일을 선보이며 일본 스타일의 영향력을 입증했다.
물론 ‘Made In Sisley’를 강조하는 돌체앤가반의 캣워크 쇼는 이탈리아 패션 자부심을 강조하고 있지만 글로벌 맨스웨어에 파고든 일본 패션의 영향력을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이다.
한편 밀라노 남성 주간에는 오랜만에 복귀한 디자이너 질샌더가 특유의 절제되고 리니어한 실루엣을 선보였고 프라다는 강한 컬러 대비가 눈길을 끄는 헐렁한 크루넥 티셔츠에서 보듯 스포티한 감성을 강화시킨 모습이었다.
남성 트렌드 알파 메일
글로벌 맨스웨어 마켓의 역동성은 런던 올림픽, 유러피언 축구 챔피언 열기와 맞물려 알파 메일 트렌드로 드러났다. 실제로 2013년 밀라노 여름 남성복 분위기는 스포츠에 영감을 받은 남성미가 드러난 한껏 주도한 느낌이다.
스포티한 알파 메일은 엠포리오아르마니 컬렉션에 여실히 드러났다. 이탈리아 올림픽 대표팀의 의상을 디자인한 아르마니답게 이탈리아 로고가 번쩍거리는 무대에 화이트/블랙 바디 수윔수트를 입은 덩치 큰 남성들이 파이널을 장식한 것이다. 또한 무릎 위나 허벅지 아래까지 내려오는 쇼츠와 재킷의 매치는 이탈리아적 캐주얼 감성을 드러냈고 부드럽지만 늘어지지 않는 커팅은 스포티하고 매니쉬한 감성을 전달했다. 니트 블래지어나 스웨터는 액티브한 남성미를 강화시켰고, 강인하며 우아한 테일러드/혹은 레저웨어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평.

반면 벨스태프(Belstaff)의 컬렉션은 모토사이클에서 영감을 얻은 듯 강박적 남성미를 강화하는 디자인과 캐주얼한 시티 룩을 적절히 혼합, 눈길을 끌었다. 마틴쿠퍼가 디자인한 벨스태프 컬렉션은 벨트로 건장한 상반신을 강조하는 재킷이 전방 배치되었는데, 4개 포켓이 달린 사파리 스타일 룩은 상반신을 여실히 드러내는 타이트한 핏이었다. 또한 머스타드부터 진저 컬러까지 럭셔리한 깊이를 더하는 수에드 컬러 또한 남성미를 방해하는 요소가 아닌 보온하는 요소로 활용되었다.
물론 스포티한 무드보다는 지중해적인 테일러링 섬머 수트에 더 관심이 있다고 밝힌 프리다지아니니의 말처럼 그린, 오렌지 컬러의 더블브리스티드 수트와 그린/옐로우/러스트 레드 컬러의 스트라이프 라피아 백. 그리고 로퍼에서 드러난 구찌 맨스컬렉션은 이탈리아적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하다. 하지만 60년 동안 잊혀졌던 시그너처 로퍼를 다시 스테이지에 올린 것에서 보듯 ‘스포티한 향기’는 피하기 힘들었던 모양새다.
반면 트루사르디는 가장 세련된 컬렉션을 통해 주목 받은 경우이다.
세이지 그린 폴로셔츠와 머드 브라운 수에드 재킷, 블루쇼츠, 머스타드 보머 재킷은 도회적인 여름 시티 룩을 럭셔리 레벨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려해진 남성복 컬렉션만큼 글로벌 남성복 마켓은 더욱 핑크 빛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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