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 말자 황금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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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3 오후 5:07:20

보기에 좋아서 황금비례라고 하는 것인지 황금비례라서 좋게 보이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황금비례 말고도 아름다운 비례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황금비례의 권위는 다른 비례들의 가능성을 모두 몰살시켰다. 예측 가능성의 확보 멋있는 형태를 밑도 끝도 없는 창조자의 감각에만 기대야 한다면 옆에 있는 사람은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아도 할 수 없다. 예술 분야에 항상 따라다니는 이런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서양에서 예술은 옛날부터 상당히 열등하게 취급되었다. 플라톤 같은 사람은 예술은 신들린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까지 생각했다. 형태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런 예측 불가능성은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조형작업을 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창조작업에 있어서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문제는 서양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풀어야 할 큰 숙제였다. 비례는 수학화하기 쉽다 예를 들어 <그림 1>에서 앞의 선분의 길이가 3이고 뒤의 선분의 길이가 4라고 하자. 그런데 전체 길이를 <그림 2>처럼 두 배로 늘이게 되면 실제 길이는 늘어나더라도 3과 4라는 비례값은 그대로 유지된다. 길이를 5배로, 10배로 늘리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때 3과 4라는 값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 길이를 갖는 선은 추상적인 수로 자연스럽게 환원되고 수학과 조형은 행복하게 하나가 된다. 이렇게 조형적 질서가 수학의 원리와 일치되면 조형예술은 예측 가능한 진리의 대상이 되고, 창조는 감각이 아니라 논리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수학적 조형원리의 전개 다시 선의 비례로 가보자. <그림 3>에서와 같은 비례를 가진 선분이 있다고 하자, 보이는 것은 두 개의 선분일 뿐이지만 이들에게 어떤 수학적 마술을 걸게 되면 무한히 많은 선분들을 얻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그림4처럼 앞의 두 선분들을 더해서 뒤의 선분을 계속 만들어주면 우리는 무한히 증식되는 선분의 행렬을 얻을 수가 있다. 이것은 1, 1, 2, 3, 5, 8, 13…… 처럼 앞의 두 개의 숫자를 더해서 연속된 수의 행렬을 얻는 피보나치(pibonacci) 순열의 원리와 똑같다. 이렇게 되면 형태는 수학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게 된다. 좀더 복잡한 수학원리를 대입시키면 보다 복잡한 형태들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게 된다. 원도 수학으로 만들 수 있고, 삼각형·사각형·오각형 등도 수학으로 만들 수 있다. 좀더 나아가면 육면체, 원기둥, 정다면체 등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수학은 형태를 풀어나가는 가장 완벽한 원리가 되며, 이렇게 수학적으로 만들어진 형태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기하학적 조형원리는 바로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나오게 된다. 감각의 표준화 이처럼 조형에 있어서 수학의 가능성이 절대화되고, 따라서 수학에 대한 믿음이 깊어지면 사람들의 감성까지 수학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조형작업에서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감성이다. 이 감성의 불확실함만 확실한 수학적 논리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면 조형이라는 창조작업은 완전한 논리적 사실이 된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감성이라는 주관성을 수학이라는 객관성으로 전환하는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그 유명한 ‘황금비례’이다. 여기에는 두 개의 전제가 깔려 있었다. 인간의 눈에 가장 보기 좋은 형태를 모아서 평균을 내면 그것은 보편적인 미의 값이 된다는 것이 그 첫째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수학적 원칙들을 거꾸로 조형작업에 적용시키면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실현하게 되어서 모든 사람들의 감각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둘째이다. 우리가 보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의 크기는 모두 인치 단위로 측정한다. 화면의 크기를 말할 때 쓰는 인치의 치수는 화면의 대각선의 길이다. 대각선의 길이만을 가지고 크기를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은 가로와 세로의 비례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모든 화면의 가로 세로 비례는 같다. 화면의 가로와 세로의 실제 비율은 3:4이다. 이 비율이 바로 황금비례다. 이것은 사람들이 보아서 가장 아름답게 느끼는 비례를 모아서 평균한 값이다. 이 비례는 그리스·로마시대는 물론 중세시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으며,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신라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대단했다. 거의 모든 서양 화가들은 족자 모양의 목판화가 등장한 인상파 시대 이전까지는 이 비율의 캔버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복사용지나 제도용지 등의 표준화된 규격들도 모두 이러한 수학적 원리에서 도출된 것이다.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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