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학창시절 반장 한 번 해본적 없던터라 회장직을 맡은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힘을 모아 준 동료 선후배 디자이너들을 지켜보며 나도 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이상봉 디자이너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 했지만 피곤한 기색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컬렉션 준비부터 각종 대외 활동 및 강연까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합회의 회장직까지 맡은 것은 그의 책임의식에서 기인한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지난 2월 창립을 선언하고 지난 10일 첫 창립 총회를 가지며 연합회의 출범을 알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의 대외적인 인지도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의 부재로 인해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에 내부적 단합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디자이너들이 나서 독립된 디자이너 단체의 출범을 도모했다.
이상봉 초대 회장은 “이번 연합회 창립은 그동안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던 패션 디자이너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국내 최대의 디자이너 단체”라며 “패션디자이너들 모두의 권익을 대변하는 창구로써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명실상부한 패션 디자이너가 단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합 통해 패션산업 발전 도모할 것
최근 한국 패션계를 둘러싼 환경이 많이 변했다. 한류열풍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으며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도 한결 수월해졌다. 이 회장도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매년 해외 컬렉션을 진행하며 전보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상황도 많이 변했다. 70년대부터 급성장해온 패션업계가 최근 5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며 젊은 신진디자이너가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이들의 등장으로 패션계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이어서 한국패션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패션을 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일찍이 말레이시아, 태국 등 개발도상국들은 적극적으로 패션위크를 개최하며 자국의 패션을 알리고 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패션이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하나의 산업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그는 우리 현대사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70, 80년대 급격한 경제 성장은 패션 산업의 부흥과 함께 해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패션을 산업으로 인식했을 때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극명해진다.혹자는 패션계에도 피겨의 김연아와 같은 스타 디자이너가 생겨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패션은 문화 산업이기에 혼자의 힘으로 이끌 수는 없는 일이다. 전세계에 불고 있는 K팝 열풍도 개성 강한 수백명의 가수들이 군(群)을 이뤄 일으킨 바람이다. 패션산업도 역량있는 디자이너들이 대거 육성돼 뿌리를 다져야만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
이상봉 회장이 인터뷰 동안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바로‘화합’이다. 원로디자이너와 신진 디자이너가 뜻을 모으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패션산업 관련 기관 및 단체의 화합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서울시나 한국패션협회 그리고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형태는 다 다르지만 모두 ‘한국 패션산업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방향성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연합회측은 이를 위한 소통장치로써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앞으로 기성디자이너가 분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실력있는 신진디자이너를 검증, 발굴하는데 힘을 쏟아 정부에서 추진 중인 다양한 육성#지원 프로그램에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봉 회장은 마지막으로 “화합에 앞서 각자 최선을 다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원로 디자이너는 독자적 디자이너의 색깔을 잘 유지하며 컬렉션을 이어가는 동시에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신진 디자이너는 성실성을 토대로 비즈니스 능력을 길러야 한다. 패션산업 관련 기관 및 단체는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더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기회가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등장으로 한국 패션산업계에 청신호가 켜졌다.이상봉 초대회장의 말처럼 신구 디자이너간의 화합, 관련 기관 및 단체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대한민국 패션이 제2의 한류열풍 주역이 될 날 도 머지않아 보인다.
정인기,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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