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인종과 민족 관련 표현에 신중해야 할 듯하다. 존갈리아노를 디올에서 퇴출하게 만든 유대인 혐오 발언에서 엘르 프랑스 웹사이트에 실렸던 '백인의 스타일을 따라하며 패셔너블해진 부르조와 흑인’이라는 표현까지 의도와 다르게 사건이 확장되는 일이 벌어지곤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포츠 시장의 자이언트인 나이키를 사과하게 만든 것도 비슷한 경우다. 나이키는 1920년대 아일랜드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영국군이 파견되었던 성패트릭데이를 맞아, 이를 테마로 한 트레이너 'SB Dunk Low'를 미국에서 론칭한 바 있다. 한정본으로 생산된 SB Dunk Low는 나이키 공식 매장이 아닌 미국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90달러의 가격에 판매되었다.
문제는 트레이너의 애칭을 ‘Black and Tan’이라고 붙인 데 있다. 그도 그럴 것이 ‘Black and Tan’은 1920~1921년 사이에 로마 카톨릭 신자들을 무참하게 진압한 아일랜드 왕실 군대를 일컫는 말로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은 영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아일랜드의 역사와 아일랜드의 야만성을 함께 조롱하는 표현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당황한 나이키는 ‘Black and Tan’은 기네스 맥주의 짙은 컬러에서 따온 표현에 불과할 뿐, 아일랜드의 역사를 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며 적절치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나섰다.
‘Black and Tan’에 얽힌 미국 업체들의 불편한 실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이키 이전에 아이스크림 업체 벤&제리도 2006년 ‘Black and Tan’ 맛 아이스트림을 출시해 비난을 산 바 있다.
사건의 교훈은 간단하다. 모든 정보와 마켓이 오픈된 글로벌 시장에서 특정 인종이나 민족과 연계된 표현을 사용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선을 끄는 마케팅을 위해, 잔 재미와 흥미를 위해 인종 및 민족과 관련된 표현을 생각 없이 썼다가는 마케팅 효과가 아닌, 이미지 손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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