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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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3 오후 5:18:28

만들어진 비례는 한눈에 보이지만 한눈에 보이는 비례는 한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디자이너가 비례를 조정해 주어야 할 요소들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한꺼번에 다룰 수는 없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조형요소들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주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복잡한 비례관계 여러 가지 조형요소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비례가 만들어진다. 우리 눈을 화려한 형태미로 자극하는 디자인일수록 그 내부의 비례체계는 복잡하다. 디자인이라는 일이 대단히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것 같아도 디자이너들은 이렇게 복잡한 비례의 그물이라는 실제 상황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태를 현실적으로 산출해야 한다. 이것은 디자이너의 손에서 저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일이 아니다. 비례를 조정해서 하나의 디자인을 구축한다는 것은 아주 복잡한 일이다. 우선 비례를 조정해 주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비례의 그물코 하나하나가 모두 그 대상들이다. 형태요소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비례의 그물망은 더욱 촘촘해지고 그만큼 비례를 조정해 주어야 할 부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복잡하고 화려한 형태일수록 디자이너가 해결해야 할 부담은 커진다. 좋은 비례가 어떤 것인지도 알아보기 어려운 디자인 초보자들에게는 일이 어렵고 쉽고를 떠나 도대체 어디부터 먼저 손을 대야 할지 알기도 어렵다. 간단한 디자인도 그렇지만 조금만 디자인이 복잡해지면 정말 어려운 것이 비례조정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비례를 조정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이다. 과정의 이해 디자인에 들어가는 조형요소가 10개라 치면 이 10개의 비례를 동시에 잡아가는 디자이너는 없다. 대개 큰 것부터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비례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말은 쉽지만 실제 작업으로 옮기는 일은 그리 단순치 않다. 엘 리씨츠키의 포스터를 통해 비례를 구축해 가는 과정을 공부해 보자. <그림 1>은 ‘빨간색 쐐기로 흰색을 격파하다’라는 구성주의 포스터이다. 단순한 기하학 형태로만 그려졌지만 전체와 부분의 비례와 짜임새가 뛰어난 그림이다. 이런 비례는 한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서 완성된다. <그림 1>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화면 중앙에 있는 삼각형이다. 이 삼각형이 먼저 자리를 잡고 나서 나머지 부분들이 자리잡았을 것이다. 먼저 화면에서 삼각형만 추출하여 화면과의 비례관계를 살펴보자. <그림 2>처럼 화면에 삼각형만 뽑아놓아도 대단히 짜임새 있는 비례를 가진 그림이 된다. 삼각형은 화면의 정중앙도 아니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도 아니고 남은 여백과 팽팽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대단히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삼각형의 면적과 삼각형이 나누고 있는 바탕면의 비례를 보더라도 넓고 좁은 비례의 리듬변화가 단조롭지 않고 보기가 좋다. 삼각형 다음으로는 검은색 면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 역시 주변의 구도나 비례의 관계가 신중하게 계산되어 있다. 우선 검은색 면만 따로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3>에서 보듯이 검은색 면의 모양과 비례는 화면을 미학적으로 적절하게 나누고 있다. 우선 검은색 면과 흰색 면의 면적을 보자. <그림 3>에서 보면 검은색 면은 화면을 비스듬하게 거의 절반을 자르고 들어간다. 물론 흰색 면보다는 면적이 좀 작긴 하지만, 만약 검은 면 안에 흰색 원이 없었다면 검은색 면은 대단히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검은색 면 안으로 흰색 원이 들어감으로써, 전체적으로 흰색의 면적과 검은색의 면적은 서로 균형을 잡게 되었다. 검은색은 무거워 보이기 때문에 흰색 면보다는 좁아야 균형이 잡힌다. 화면의 안쪽만을 보다보면 비례가 잘 되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기가 어렵지만 사각형의 위·아래 외곽 선분이 나뉘는 비례를 보면 형태의 비례관계가 잘 잡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위·아래 선분에서 흰색 부분과 검은색의 길이는 긴 부분과 짧은 부분의 변화와 균형이 서로 똑같아서 변화가 없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길어서 다른 한쪽을 압도하는 것도 아니어서 변화와 균형이 절묘하게 잘 잡혀 있다. 둥근 흰색 면의 위치도 검은색 면의 중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짝 아래로 내려와 있어서 변화를 주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삼각형과 검은색 바탕면을 한 화면에 모아놓고 보더라도 짜임새 있는 비례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4>처럼 삼각형의 뒤쪽에 있는 글씨는 삼각형, 원과 연결되어서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검은색 면은 이 축을 중심으로 거의 직각의 동세를 가지고 있어서, 화면은 십자의 구조로 견고하게 구성된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씨에서 삼각형, 원으로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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