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포드 와이프>
세상엔 단 두 개의 별,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가 살고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들은 가끔씩 바비와 같은 여자와 사는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화성 남자들이 종종 잊어버리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바비를 아내로 가질 수 있는 것은 바비의 남자친구 ‘켄’뿐이란 사실을 말이다. 진정한 페미니니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원하는 여자, 그리고 그녀의 짝들인 남자들을 위하여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를 추천한다.
복고풍의 여성스러운 스타일이 유행하는 요즘 트렌드를 한 단어로 축약한 것이 바로 페미니니티(Femininity). 과연 ‘여자답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여자들은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야 할지 나빠야 할지 아리송하다. 왜냐하면 그 말 속에 들어 있는 복잡 미묘한 의미 때문이다.
그 판도라 상자엔 ‘조용함, 차분함, 감성적, 자애로움, 온화함, 섬세함’이라는 뜻도 있지만, 한편으론 ‘수동적, 의존적, 순종적, 연약, 감상적’이라는 의미도 있다. 아직도 이 수많은 남녀 커플들의 다툼 속에서 여자와 남자는 ‘여성성’에 관한 합의를 여전히 이뤄내지 못한 모양이다.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에서 던지는 화두도 바로 이것이다. 조안나(니콜 키드먼)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방송국 CEO다. 그러나 잘 나가던 그녀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으로 인해 방송국에서 쫓겨나고, 남편 월터(매튜 브로데릭)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절망하는 아내를 데리고 스텝포드로 향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상적인 그 도시에서 조안나는 여자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스텝포드 여자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완벽하다는 것. 그녀들은 바비인형 같은 여성스러운 옷차림에 온화한 목소리와 화사한 미소 등 마치 세뇌라도 당한 듯 고분고분한 모습으로 낮이고 밤이고 남편과 가족만을 위해 살고 있다.
결국 조안나는 그녀들이 모두 한때 사회 고위층의 ‘잘 나가는 여자’들이었으며, 잘난 그녀들이 남편들에 의해 리모컨으로 조정되는 로봇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안나도 다른 부인들처럼 로봇이 될 위기에 처하지만, 남편 월터의 도움으로 스텝포드의 비밀을 밝히고 그녀들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는다는 그야말로 할리우드식 뻔한 스토리다.
여기서 스텝포드의 아내들을 남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여자’로 보이게 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영화 <리플리>와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의상을 담당했던 앤 로스가 연출해 낸 그녀들의 옷차림이었다. 특히 그녀들이 클레어 로빅스를 배울 때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핑크, 옐로우, 스카이블루의 파스텔 톤의 화사하고 사랑스러운 플라워 프린트 원피스들은 가슴과 엉덩이는 풍만하게, 허리는 잘록하게, 다리는 늘씬하게 그야말로 여성의 곡선미를 최대한 강조한다. 금발머리는 갓 손질한 듯 웨이브가 물결치고, 거기에 하얀 치아를 활짝 드러낸 미소까지 모든 것이 환상적이다.
한편 그곳에 처음 온 조안나의 헝클어진 다크 브라운의 숏 헤어에 검은 풀오버와 선글라스 차림은 마치 잘 그려진 수채화에 실수로 떨어뜨린 검은 잉크처럼 스텝포드 아내들과는 극단적인 대비를 이룬다.
평소 커리어우먼으로 블랙만을 입어왔던 조안나는 “오직 전문직 고위층의 여성들만이 검정색을 입어”라는 남편 월터의 말을 듣고 다음날 조금 우스꽝스러운 핑크색 원피스에 리본 헤어밴드를 하고 나타난다. 조안나는 점차 그녀들 속에 섞이기 위해 로맨틱한 프릴이 달린 아이보리 블라우스나 시폰 플레어 스커트, 진주 목걸이를 하고 나온다. 그리고 그녀가 로봇으로 가장하여 파티에 갔을 때, 그녀들처럼 긴 웨이브 금발머리에 시퀸과 비즈가 수놓인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바비 중의 바비’로 다시 태어난다. 그녀는 화려한 의상을 통해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CEO에서 고분고분하고 아름다운 스텝포드 와이프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순종적이고 예쁘기만 한 바비인형이 정말 남자들이 원하는 전부일까? 과거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여자들은 아버지와 남편에게 순종하기를 강요받았다. 그러다 여성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여성해방운동이 시작되면서, 여자들은 남자들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경쟁자로 간주하며 남자와 같은 지위를 얻기 위해 남자처럼 꾸미기 시작했고 극단적인 페미니즘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제, 여성들은 과거보다 나은 환경 속에서 비교적 동등한 입장으로 살아가고 있으나,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엔 차별받고 있다는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다 떨치지 못했고, 남자들 역시 과거의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
그 때문에 아직도 여자들은 ‘여자답다’는 것을 어쩐지 꺼려한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성의 상이 여전히 인형 같은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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