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테크가 패션계를 ‘지배’한다
가+
가-

2012-02-24 오후 4:42:10


20세기 패션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수용,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융합을 실험했다면 21세기 패션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지배되고 있다. ‘지배’라는 단어의 껄끄러움에 발끈할 패션인들의 분노가 상상이 되고도 남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소비자의 생활을 24시간 지배하고, 시간과 공간적 제한을 뛰어넘는 유통 통로이자 마케팅 장소로, 동시에 소비자와 소통하고 심리적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는 ‘집단 의식의 산실’로 디지털 매트릭스가 확장되는 지금 도도한 자존심에 매달렸다가는 변화에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단순 구색 차원서 핵심 요소로 부각
어찌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20세기, 패션계는 차가운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디자인 감성을 덧칠,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따뜻한 진화를 촉진시키는 강자의 위치를 과시했다. 아르마니, 돌체&가바나, 안나수이, 디올, 등은 핸드폰 제조 업체의 러브콜을 받으며 디자이너 핸드폰 바람을 일으켰고, 펜디의 런웨이에는 감각적인 아이팟 박스가, 샤넬의 런웨이는 럭셔리한 블랙베리 케이스가 등장하며 패션의 액세서리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21세기,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더 이상 패션계의 ‘액세서리’가 아니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패션 주간은 준비 단계부터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염두에 두고 구성된다. 인터넷 웹사이트나 패션 블로그, 혹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준비 과정을 알리고 라이브스트리밍으로 현장을 생중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파워 패션 블로거를 프론트로에 모시고 ‘자연스럽게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패션쇼의 머스트해브 이벤트다.


또한 패션 주간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 라이브스트리밍으로 진행되는 런웨이쇼를 통해 오더를 결정하는 리테일러들이 늘어나고, 버버리와 페라가모는 인터넷 런웨이 컬렉션을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선주문을 받는 다이렉트 유통 채널로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을 끌어안고 있다.


또한 스웨덴 파워 패션 블로거 엘린킹과 제휴, 한정복 컬렉션을 선보인 H&M이나 디젤의 브랜드 재론칭 작업의 전방에 나선 파워 산드라하겔스탬에서 보듯, 디지털 세상은 패션계의 액세서리나 아이디어 창고가 아니라 절대적인 마케팅 현장이자 효율적 통로로 진화하고 있다.



진화와 도태 갈림길에 놓인 출판계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전통 출판과 마케팅은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자들- 즉 광범위한 소비자들을 포섭해야 하는 절대적 사명 앞에서 패션계는 이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고, 유인할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 인력과 출판 인력, 그리고 컨텐츠 개발이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비티 만큼이나 큰 무게로 자리한 것이다.


아웃셀의 조사에서 보듯, 이미 2010년 온라인/디지털 광고 마케팅 투자 비용이 오프라인 광고 비용을 추월했고 브랜딩 효과 및 소비자 접근 능력에서 있어서 디지털/모바일 세상의 효율성이 입증되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소비자들과 지속 접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시장의 흐름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순발력’과 ‘시의 적절함’에 있어 디지털 세상만큼 효과적인 장치가 없다.


패션계가 전통적인 프린트 광고 중심의 마케팅에서 인터넷 중심의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하고, 전통 패션 잡지 에디터들이 온라인 출판으로, 온라인 리테일러와 손잡고 디지털 세상의 첨병에 서는 것은 전통 패션 잡지의 판매 부수와 저하와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미국의 경우, 2011년 상반기 기준 보그만 매출이 증가했고 Allure는 현상 유지, 글래머, 엘르, 바자는 모두 판매 하락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시간으로 패션 트렌드 및 브랜드 소식을 전달하고, 소비자와 반응할 수 있는 디지털 패션 잡지의 순발력과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다양한 디지털 컨텐츠-3D 런웨이 프리젠테이션, 백스테이지/런웨이 동영상, 필름 형식의 광고-의 활기찬 매력 앞에 전통 출판이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리테일이 확산된 2007~2009년 보그, 배니티페어, 글래머 등 패션 잡지를 보유한 출판 제국 Conde Nast의 수익 4억 달러가 줄어들었다는 통계 또한 온라인 출판을 위협하는 디지털 세상의 파워를 입증한다. 특히 Conde Nast 산하 패션 잡지 중 가장 건실한 수익성을 과시해온 글래머의 2011 상반기 가판 매출이 17% 하락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9.9%나 떨어져 우려를 자아냈다.


그 때문일까? 2012년 글래머 3월호는 커버는 물론 컨텐츠가 대대적으로 정비된 모습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와 관련 기사를 추가하며 셀러브리티들의 파파라치 패션 컷을 강화하는 등 타깃 연령층과 컨텐츠를 젊게 새 단장한 것.


패션 시장의 흐름에 익숙한 오프라인 패션 전문가들이 디지털 마케터로, 에디토리얼 담당자로 혹은 전략가로 변화되는 모습 또한 디지털 상업 컨텐츠와 에디토리얼, 마케팅의 중요성을 대변한다. 지난해 온라인 리테일러 와드로브로 자리를 옮긴 그라찌아 에디터, 피오나매키토쉬나 미스터포터로 자리를 옮긴 제레미링메드는 정통 패션 출판의 위축과 확장되는 디지털 미디어 파워를 입증하는 작은 본보기다.



프랑스판 보그가 디지털을 만나는 법
패션 잡지의 대명사 Vogue의 움직임은 이 같은 시대상을 잘 반영한다. 패션 트렌드를 읽고 패션을 ‘주도’한다고 자부해왔던 보그(미국 판은 1892년 영국 판은 1916년, 프랑스 판은 1920년 첫 선을 보였다)가 디지털 시대를 받아들인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보그는 매거진 컨텐츠 일부를 링크, 그저 ‘보여주는 정도’로 인터넷을 활용했고 블로그나 트위터를 활용하는 에디터들도 극히 드물었다. 일부 에디터들은 디지털 세대의 경박함을 비꼬았고, 패션 블로거들의 ‘설익은 패션 지식’ 혹은 ‘트렌드 분석’을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보그 미국판이 온라인 버전을 론칭한 것 역시 지난해 들어서였고 그나마 ‘구독료를 낸 사람에게만’ 오픈하는 방식이다.


보그 프랑스판의 움직임은 좀 더 신선하다. 엠마뉴엘알트를 편집장으로 영입한 프렌치 보그는 온라인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정비, 디지털 세대에 어울리는 온라인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파워 패션 블로그를 참조한 듯 다양한 패션 컨텐츠와 화면 구성에 좀 더 전문적인 패션 인터뷰 섹션, 그리고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구성을 통해 패션 블로그가 주도하는 인터넷 패션 미디어 세상에 ‘제 목소리를 내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오프라인 잡지를 대체’하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해, 디지털 시대의 압력 속에 방황하는 전통 잡지의 고민을 드러냈다.


이런 와중에 Vogue Paris 트위터는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소스로 자리,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진화되는 디지털 세상에 보그 프랑스의 브랜드 파워를 증명한다. 실제로 보그 프랑스 트위터는 80만 명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44만 명의 팬을, Tumblr는 1만5천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정통성을 온라인 세상에서 브랜딩한다면
보그 프랑스 판의 움직임은 우울한 전통 패션 잡지에 흥미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럭셔리 브랜드가 ‘정통과 역사’를 브랜딩하듯, 패션 잡지도 그들의 ‘정통성’을 무기로 디지털 세상에서 효과적으로 브랜딩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세상의 소비자들과 더 많이 소통하는 ‘열린 마음’이 필수적이지만 말이다.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