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럭셔리 브랜드 사랑이 브랜드 쇼핑백 구매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이머징 마켓 소비자들이 ‘한 때’ 그러하듯 럭셔리 브랜드를 ‘신분 과시 장치’로 인식하는 중국인들이 샤넬, 구찌, 버버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의 브랜드 네임이 선명한 페이퍼 쇼핑백을 패션 스테이트먼트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럭셔리 브랜드의 로고를 프린팅한 ‘가짜 종이 쇼핑백’ 마켓이 틈새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가짜 페이퍼 쇼핑백 등장
차이나데일리의 보도에 의하면 온라인 쇼핑몰의 80%가 가짜 샤넬 페이퍼 쇼핑백을 판매하고 있으며, 70%는 구찌 쇼핑백을 팔고 있다. 이들 가짜 로고 쇼핑백의 종이백의 가격은 5위안(약 78센트)부터 40위안(6달러 30센트)까지 다양하며 한 달 동안 600여개의 루이비통 가짜 쇼핑백을 판매한 사이트도 있을 정도.

마치 럭셔리 상품을 포장해온 듯, 브랜드 로고와 리본, 박스까지 제품 구색이 다양한 ‘가짜 로고 쇼핑백’ 마켓에서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는 구찌와 루이비통으로 중국인들의 럭셔리 브랜드 선호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들이 가짜 로고 쇼핑백을 구매하는 이유는 당연히 ‘브랜드 로고’ 때문으로 해당 브랜드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은 ‘보여주기 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쇼핑백 구매자들은 ‘로고 쇼핑백이 품질도 좋고, 값은 싸면서도 차별적인 품격을 준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는데 일부는 구찌, 디올, 루이비통, 샤넬 등의 유명 브랜드 쇼핑백을 모두 구매하고 있을 정도.
이 같은 가짜 로고 쇼핑백 선호 의식은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의 대부분 현상으로 럭셔리 쇼핑백 블랙 마켓의 존재는 공공연한 사실로 자리했다.
하지만 모든 ‘짝퉁’이 그러하듯 가짜 로고 쇼핑백과 진짜 로고 쇼핑백의 건널 수 없는 차이가 드러나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러자 최근에는 좀 더 ‘진짜 같은’ 하이엔드 로고 쇼핑 백 생산업자도 등장했는데, 이들 ‘가짜 로고 쇼핑 백’ 제조업자들의 대다수가 ‘짝퉁 명품’ 제조업자 출신이라고 한다.
즉 가짜 명품 백을 제작하던 업자들이 돈 되는 ‘가짜 로고 쇼핑백’ 마켓까지 진출한 것으로 중국인들의 럭셔리 로고 사랑을 드러내는 한 편의 코미디 같다.
로고 vs No 로고 힘 겨루기
가짜 로고 쇼핑백 마켓 붐은 ‘로고가 드러나지 않아야 진짜 명품’이라는 최근의 트렌드를 머쓱하게 만든다. 실제로 이머징 마켓의 등장으로 럭셔리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차별성을 원하는 럭셔리 소비자들이 가능한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즉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 결과 보테가베네타, 로에베 등 Less-Logo 정책을 쓰는 브랜드이 매출은 두 자리 숫자로 늘어났고 구찌, 프라다 등도 은근슬쩍 로고를 숨긴 제품을 도입하면서 ‘나만의 럭셔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 반영에 뛰어 들었다.
그뿐 아니다. 로고의 대명사 샤넬은 더블 C 로고나 퀼팅 로고 장식을 없앤 ‘Boy’ 컬렉션을 통해 자기 색깔을 강조하는 소비자 포섭에 나섰고 셀린과 루이비통 또한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브랜드 로고를 반복하지 않고, 이들을 만족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고 알려졌다.
‘Less Logo’ 혹은 ‘No Logo’ 정책은 비단 럭셔리 업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제는 디자이너로 자리를 잡은 빅토리아베컴도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할리우드 유명세를 활용, 성공적 어패럴 사업가로 자리매김한 매리/케이트올센 역시 로고 없는 고급 핸드백 라인을 선보였다.
어찌 보면 럭셔리 업계는 로고 사랑에 빠진 이머징 마켓의 소비자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과도한 로고에 싫증을 느끼는 ‘나만의 차별성’을 찾는 럭셔리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 이에 따라 럭셔리 브랜드들은 다양한 제품 라인과 디자인/패턴/모티브 개발을 통해 각기 다른 마켓의 소비 성향을 반영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는 곧 럭셔리 업계의 또 다른 진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美, 중저가 브랜드 짝퉁 등장
중국에서 가짜 명품 쇼핑백 마켓이 활기치고 있다면 미국은 중저가 브랜드 위조품이 등장, 패션계를 당황시키고 있다. 금융 및 재정 불안으로 미국인들의 씀씀이가 줄어들자 보다 친숙한 브랜드를 위조, 헐값에 판매하는 블랙 마켓이 형성되고 있는 것.
실제로 LA나 라스베가스 다운타운에는 짝퉁 빅토리아시크릿, 갭, 반스, 디키스, 톰스 상표 의류를 판매하는 상인들이 등장, 불황에 움츠린 미국 어패럴 시장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업스케일 브랜드가 아닌 중가 브랜드마저 ‘위조품 마켓’이 형성될 정도로 지갑 사정이 풍요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이머징 마켓의 럭셔리 수요 급증과 대비를 이루며, 패션 마켓의 냉온차를 실감케 한다.
글로벌 금융 불황의 진원지로 지난 5년간 불황의 파고를 겪어온 미국인들은 적은 예산으로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고, 이런 심리가 중가 브랜드 짝퉁 마켓의 태동을 이끌어낸 원인이다.

중저가 브랜드 위조 마켓 문제는 미국 경찰도 인지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지만 인적 자원 부족을 이유로 단속의 어려움을 표시, 미국 어패럴 업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짝퉁 명품 시장이 특정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는 반면, 중저가 짝퉁 마켓은 더 큰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미 어패럴 업계의 매출 위축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라, H&M, 톱숍, 그리고 유니클로 등 미국 외 하이스트리트 업체들의 공격에 노출된 미국의 중저가 어패럴 업체들이 이제 짝퉁 마켓 확산까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위조품은 패션계의 공적
물론 패션계도 그냥 당하고 있지는 않는다. 토리버치는 지난해 인터넷에서 짝퉁 토리버치 슈즈/액세서리/백을 판매한 업체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제기하여, 1억6400만 달러의 손해 배상 판결을 받아냈고 샤넬은 위조 샤넬 선글라스/지갑/주얼리 등을 판매한 399개 웹사이트와 손해 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모토바이크족의 이미지를 차용, 성공적 브랜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에디하디는 경찰과 힘을 합쳐 ‘위조 명품 근절’ 팀을 구성해 집요한 짝퉁 추적 전쟁을 펼쳤고 지난해 글로벌 라이선스 제휴를 타결, 한숨을 돌렸다.

문제는 자금력이 풍부한 하이엔드 업체들과 달리 소규모 브랜드들은 짝퉁 중저가 의류 제조/판매 업체를 찾아내, 법정 소송을 벌일만한 자금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 중저가 어패럴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개인 탐정 및 변호사를 고용, 위조품 제조/거래 업체를 찾아내고 소송 전을 펼치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모습을 부러워하며 소극적인 대응을 펼치는데 급급하다.
짝퉁 명품 시장이든, 가짜 명품 쇼핑백 시장이든, 중저가 짝퉁 사업의 확산이든 본질은 모두 같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네임을 좋아한다는 것. 짝퉁 시장의 오묘한 진화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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