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방식의 패션 비즈니스가 점차 시장에서 밀려나는 추세이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패션기업들이 하나 둘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다른 기업들에 의해 인수?합병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바로 디지털 시대에는 이에 맞는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부연미도 김종운 대표는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성공적인 패션 비즈니스를 펼칠 수 없다. 아날로그 시대는 가고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새로운 기준들이 하나 둘 정립되고 있다”며 “이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기존 아날로그 위에 최신 가치들을 융합해 만들어진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패션 비즈니스가 디지털 환경을 맞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편집숍이 대세를 이루는 듯하다”며 “하지만 제대로 된 편집숍은 이것 저것을 짜깁기한 것이 아닌 하나의 컨셉으로 통일된 편집숍이다. 다양한 브랜드에 특정 카테고리를 특화시킨 형태가 결국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S/S 시즌을 겨냥해 컨셉형 카테고리 편집 브랜드 「르뮬랭」을 론칭했다. 여성복 「르뮬랭」은 프리미엄 라인, 캐주얼(베이직) 라인, 잡화(소품) 액세서리 라인 등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르뮬랭」의 자체 기획 상품과 타 브랜드 상품이 60:40부터 80:20까지 비율로 구성된다.
김 대표는 “콘셉트가 일치하는 국내?외 상품도 들여와 기존 상품과 함께 구성한다”며 “이미 계약한 에꼴드파리와 일부 수입 소품도 이번 시즌 함께 출범하게 된다”고 밝혔다. 르뮬랭은 99㎡(30평)가 평균 매장 크기다. 3가지 라인을 모두 갖추면 크게는 231㎡(70평)까지 가능하다. 김 대표는 “매장의 크기에 따라 상품 구성을 달리 한다. 자체 기획한 캐주얼(베이직) 라인을 기본으로 하고 매장 크기에 따라 프리미엄과 잡화 및 액세서리 라인이 조절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는 인력 구조도 다르다. 과거에는 솔루션에 따라 구성했다면 지금은 콘텐츠에 따라 인력을 구성해야 효율적이다. 따라서 솔루션에 의존하던 과거에는 같은 복종 브랜드는 모두 구성인원이 비슷했다. 하지만 콘텐츠에 따라 구성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콘텐츠 성격에 따라 다르다.
김 대표는 “현재 「르뮬랭」의 직원은 1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예전 같으면 보통 그 두 배인 34명을 구성했을 것이다. 르뮬랭이라는 콘텐츠에 맞게 인원을 최적화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현재 직원의 90%가 전문가들”이라며 “초기 타이트한 인력 배치는 비용 때문이라기 보다는 회사 정체성을 위해서다. 사람 중심?관점 중심?사고 중심의 마인드를 갖추도록 직원 교육을 실시해 다음 직원에게 회사의 철학을 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직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능력있는 직원이 얼마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아날로그가 아니라 고객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 방향성을 갖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정예 요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의 리더는 직원과 소통이 필수다. 그래야 개인의 노하우를 회사의 능력으로 쌓을 수 있다. 전체를 보고 강약 조절도 필요하다.
김 대표는 “사업 초와 사업 중간에 중요한 일은 서로 다르다”며 “사업 초기 샘플이 빨리 나와야 하는데 거래처와 원가 협상으로 서로 대립하면서 시간을 허비한다면 오히려 사업 전체에 더 큰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리더는 전체를 보고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나아가 리더는 회사의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김 대표는 “회사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내놓았다”며 “회사와 개인의 발전이 맞물려 돌아간다면 모두가 열심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연미도는 매주 월요일 스탠딩 조회를 한다. 주제는 업무가 아닌 뉴스·드라마 등 세간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요즘은 나가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열심히 자기 색깔을 가지고 하다 보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기회가 인생의 반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옷 장사를 하다 보니까 한쪽으로만 관심이 가는데 패션 사업은 소비자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꼭 패션이 아니어도 세간의 관심이 어디에 쏠렸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시대의 창의성이 길러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실력자는 몇 안 되는 듯하다. 나도 실력자는 아니다. 아직도 배우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배우고 직원들에게도 배운다.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우고 실천 사항들을 정해놓고 실천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도 배운다. 이렇듯 배운다는 자세로 직원과 거래처와 소통하며 회사의 정체성을 세워 나간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생산업체가 잘못 만든 제품에 대해 임원들과 회의를 가졌다. 결국 해당 업체와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패션 경험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결국 사업은 실패했을 것이다. 사업은 완벽을 추구해야 하고 적당주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불경기로 어려운 시기에 왜 신규 사업을 하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김종운 대표는 “불경기는 불안의 대상이 아니다. 극복의 대상이다. 또한 찬스의 대상이기도 하다. 불경기를 탓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일갈했다.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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