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선택했으면 믿고 맡겨야 제대로 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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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오후 5:14:42

피오엠디자인(대표 정해준)의 「엘레강스스포츠」가 지난해 1000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렸다. 국내 패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2005년에 브랜드 사업을 시작해 초창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덜트 시장의 ‘캐주얼 라이징’ 흐름을 타고 볼륨 브랜드로 안착했다.


정해준 사장은 「레노마스포츠」와 「인디안」을 거치며 당시 잘 나가는 상품기획 전문가였다.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직이었던 만큼 창업은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창업은 우연찮게 찾아왔고, 거래하던 브랜드가 어려움에 처하자 그것을 외면할 수 없어 27개 매장을 가진 「엘레강스스포츠」를 떠맡을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사업에는 별로 뜻이 없었지만, 주어진 운명을 피해가기는 싫었다.


“패션 사업에서 상품기획이 중요했기 때문에 이 부문만 커버하면 웬만큼 헤쳐 나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았다. 특히 유통 부문은 대리점주 네트워크가 취약했기 때문에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다.”


정 사장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곽희경 부사장에 이어 현재 김한흠 전무까지 두 명의 전문가를 영입했다. 곽 부사장은 유통망을 빠르게 확산시켜 다점포화 시켰으며, 김 전무는 내실을 다져 1000억원대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정해준 사장은 일단 한 번 맡겼으니 책임과 권한을 모두 주고 본인은 전문 분야인 상품기획에만 전념했다. 사람을 선택했으면 처음부터 믿고 맡기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었다.


그는 심지어 ‘바지 사장’이 아니냐는 농담까지 들었을 만큼 역할을 분담했다.
“예전 직장 생활할 때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이 간섭받는 것이었다. 웬만큼 직장 생활한 전문가들이라면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또 기본적으로 성과를 기준하여 평가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잘 모르는 것은 좋은 사람을 뽑아 믿고 맡기는 것이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지켜야 할 ‘일관성’이 있어야
최근 「엘레강스스포츠」가 속해 있는 어덜트 캐주얼 마켓은 ‘아웃도어 광풍’ 영향으로 많은 도전을 받았다. 한 때 아웃도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엘레강스스포츠」만의 분명한 선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구색을 맞춰나가는 것이 당장 매출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브랜드에는 그 브랜드만의 ‘선’이 있다. 우리 브랜드는 ‘패션성이 강한 골프웨어’란 분명한 아이덴티티가 있다. 지금 시장의 트렌드가 아웃도어에 치우쳐 있지만, 머지 않아 다시 회귀할 것으로 예측한다. 골프웨어로서 일관성은 지켜나가되 시즌과 트렌드에 따라 매 시즌 새로운 유행을 접목하면서 「엘레강스스포츠」만의 선을 지켜나가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길이고, 고객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이다.”


피오엠디자인은 지난해부터 스페인 여성복 브랜드 「HOSS」 직수입을 전개하고 있다. 유통도 기존에 익숙한 노면상권이 아닌 백화점 위주이며, 고객도 컨템포러리한 트렌드를 선호하는 젊은 여성이다.
다소 의외였다는 질문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


“새로운 시장과 고객들을 통해 전체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싶었다. 비슷한 시장은 시너지는 나겠지만 또다른 미래를 준비하기엔 한계가 있다. 최근 트렌드가 글로벌 시장 속에서 움직이고, 국내 기획으론 수익적 한계도 느꼈기 때문에 사업구조와 방식에서 새로운 모델을 선택했다.”


현재 「HOSS」는 2개 백화점에서 영업 중이며 매출은 중상위권이라고 한다. 5명이 브랜드 운영 전반을 책임지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율이 높으며, 이 브랜드의 성공 모델을 만든 후 제2, 제3 브랜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론칭 10주년 맞아 중장기 비전도 밝혀
피오엠디자인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볼륨 브랜드로 안착한 올해는 중장기 비전도 밝혔다. 2014년에는 신사옥을 짓고, 2015년에는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직원들에게 발표한 것이다.


정 사장은 “안 믿을지 모르지만 부에 대한 개인적 욕심은 적은 편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해준 직원들과 협력업체, 대리점주가 다 함께 성장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외형이 크거나 돈이 많은 기업보다는 ‘좋은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다”며 중장기 비전을 밝혔다.


또 개인적인 취미가 많지 않은 정해준 사장은 올해는 그 동안 손을 놓았던 서예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마음을 수양할 때는 서예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좋은 기업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피오엠디자인의 미래가 기대된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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