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면서 패션 산업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패션 유통 분야에도 예외 없이 변화가 일면서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규칙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요소들이 패션 유통의 신(新) 패러다임으로, 반드시 필요한 필수 사항으로 재정립되는 일명, 뉴 노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 20년 동안 국내 패션은 위탁 유통이 이끌었다. 이는 대리점 방식을 적용한 일종의 프랜차이즈 유통을 일컫는다. 즉 본사는 백화점이나 가두점 매장에 상품을 위탁으로 공급하고 매장에서는 이때 받은 상품을 본사를 대신해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 위탁 유통 방식은 본사와 매장이 각각 제조와 판매라는 역할을 분담하여 운영하는 구조다. 결국 이 방식은 브랜드 본사가 매장 확보에 들어가는 거액의 부동산 투자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해 적은 비용으로도 패션 비즈니스의 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점주는 패션 지식과 정보가 없어도 본사가 만들어 준 최신 트렌드의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판매에만 집중하면 성공이 가능했다.
과거 20년 동안 이 방식은 한 마디로 시장에 먹혔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부족했던 시기와 맞물려 안정적 성장을 했던 유통 형태로 본사와 대리점에게 모두 수익을 안겨주고 현재의 패션 시장을 일군 원동력으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위탁 대리점 유통 방식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매출은 오히려 떨어져 대리점주들의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리점주는 마진을 올려 달라거나 본사에 대폭적인 지원책을 제시해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브랜드 본사도 원가 및 인건비 상승 등 각종 비용이 올라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 상황이다.
대리점대신 직영 매장의 확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패션 업체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직영점이 떠오르고 있다. 직영점은 대리점이 아닌 브랜드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어서 유통 단계 축소로 인한 마진에 여유가 있다.
그리고 고객과의 접점인 매장에서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이에 대한 관리 운영이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 따라서 전국 상권에서는 브랜드와 건물주의 만남이 잦아지고 있다.
직영점은 중간 유통이 필요 없다 보니 브랜드와 건물주 간의 직접적인 계약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튼튼한 본사와 직접 계약하는 것이어서 안전하고 때론 원하는 수준의 임대료 상승도 가능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 직영점 운영 방식 가운데 하나인 점주가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브랜드가 좋은 매장을 차지하려 하지만 아직 매장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매장을 확보 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브랜드는 건물주가 아닌 점주와 직영 매장 계약을 체결한다. 이 같은 중간관리 형태는 브랜드는 좋은 위치의 매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고 점주는 리스크는 줄이는 반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늘고 있는 추세다.
단 직영점은 부동산에 대한 초기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가능하다는 점과 점주가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 점주는 패션에 대한 감각과 지식을 겸비해야 원하는 수준의 높은 매출과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전제 조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곽형 아웃렛과 복합 쇼핑몰 성장
또 하나의 유통 분야의 뉴 노멀 현상으로는 외곽형 아웃렛과 복합 쇼핑몰의 성장을 들 수 있다. 회사에서의 근무 시간이 줄고 상대적으로 여가 생활을 위한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레 쇼핑을 위한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여행을 가거나 돌아 오면서 외곽의 아웃렛에서 쇼핑을 하거나 도심에 만들어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결합된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도심에 있는 가두 매장에서의 매출은 전국 평균 수준이지만 서울을 벗어난 나들목 상권에 위치한 매장이나 외곽의 아웃렛 타운에 들어선 매장의 매출은 평균 이상의 높은 매출을 보여 쇼핑 패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 첼시 아울렛,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청주 에버세이브, 봉담 트레보시티, 삼패사거리 메가몰, 오렌지 팩토리아울렛, 김포 패션타운, 시흥 패션타운 등 수많은 외곽형 아웃렛이 이에 해당한다. 복합 쇼핑몰도 거대한 유통의 한 흐름으로 소비자들의 쇼핑 문화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대표적인 복합 쇼핑몰로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신도림 디큐브시티가 있다. 그 이전에 잠실 롯데월드, 삼성동의 코엑스몰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에 오픈한 김포공항 롯데몰을 보면 향후 백화점 업계가 도심 속에서는 어떤 유통 형태의 쇼핑몰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다. 김포 공항 롯데몰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호텔, 롯데시네마 등 롯데의 유통 계열사가 모두 포진돼 있다.
최근 신세계도 이에 질세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버스터미널과 연계한 신세계 유니언스퀘어와 또 다른 형태의 유통 모델인 스타일 마켓을 통해 복합쇼핑몰 사업에 본격 진출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대전 복합터미널에 이마트와 새로운 형태의 스타일마켓을 선보였고 유니언스퀘어도 하남시와 대전시 서구에 추진이 확정된 상태다.
오는 8월에는 인천 연수동에 스퀘어원이라는 복합 쇼핑몰이 들어선다. 글로벌 SPA 브랜드와 국내 대기업의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퉈 입점을 제안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복합쇼핑몰에는 백화점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고급 브랜드는 물론, 최신 트렌드의 핫 한 편집숍까지, 그리고 영화관과 푸드코드, 엔터테인먼트의 놀이시설과 전시,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시설까지 모두 한데 구성돼 있어 진정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이 고객을 끌어 당기는 가장 큰 힘이다.
도심 빌딩 속 패션 매장 확산
마지막으로 이제 막 시작된 새로운 형태지만 가능성이 높은 유통 채널이 있어 지켜봐야 할 듯하다. 바로 도심 빌딩 속 패션 매장의 확산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엘지패션의 TNGT다. TNGT는 매장 평수 165㎡(50평)~ 330㎡(100평) 규모로 강남 대로변, 양재역 인근, 테헤란로 도로변, 여의도, 대학로 등지에 패션 상권이 아닌 빌딩 숲 속에 매장을 오픈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적이다.
강남 대로변 매장은 1층과 2층으로 각각 여성과 남성이 나눠져 구성돼 있고 이곳에서의 연간 매출은 30억원에 이른다. 양재점은 20억원, 여의도점은 18억원 등의 매출로 매장마다 투자대비 이익이 발생하는 효율 매장인 것이다.
TNGT는 오는 3월 신규 역삼역점 오픈을 확정한 상태다. 제일 먼저 시작하고 규모도 TNGT보다 큰 전문점 형태의 오렌지팩토리 또한 승승장구하고 있다. 마찬가지 테헤란로 도로변과 양재역, 역삼동, 삼성동, 필동 등 서울을 비롯해 지방 도심 빌딩 속에 매장을 오픈해 성공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오렌지팩토리는 현재 198㎡(60평)~ 990㎡(300평)대의 비교적 큰 규모의 매장으로 전개하고 있고 매장 내에는 여성복∙남성복∙캐주얼∙스포츠∙아웃도어 등 다양한 직영 브랜드를 한데 구성해 또 다른 차별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강남의 핵심 상권인 신논현역에도 대형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고 향후에는 지금까지 선보인 매장보다 큰 대형 매장을 계속해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오렌지팩토리의 공격적인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결국 도심 속 패션 매장의 진출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즉 패션 브랜드가 모여있는 패션 중심상권이 아니더라도 유동인구가 이미 형성돼 있다면 패션 매장을 오픈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패션 상권에 위치한 매장에 비해 부동산 투자비자 적고 많은 유동인구로 인해 매출을 받쳐주기 때문에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도 타 업종보다 높은 수익성과 건물의 가치 상승으로 반기는 추세다. 향후에는 홀홀 단신 혼자보다는 여러 업체가 모여 다수의 브랜드로 1~2층이나 1~3층 규모로 도심 빌딩 속에 전문점 규모로 보다 확대한다면 집객 효과를 상승시키고 공동 운영으로 인한 비용은 줄어들게 돼 새로운 유통 대안으로 충분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제 패션 업계는 새로운 뉴 노멀로 떠오른 핵심 요소들을 각자에게 맞는 규정들로 재정립이 필요하다.
뉴 노멀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이 전략을 실행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성호 기자
ks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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