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아이덴티티가 있는 글로벌 브랜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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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2주년 특별 대담 박은관 시몬느 회장

2012-02-01 오전 10:42:18

오토바이 헬멧(홍진HJC), 손톱깎이(쓰리쎄븐) 등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품은 의외로 많다. 패션 업계에도 세계 1위의 한국 기업이 있다. 바로 「마이클코어스」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등 전 세계 셀러브리티와 패션피플들이 열광하는 ‘잇백’을 제조생산하는 업체 시몬느다.


시몬느는 작년 한 해 수출 총액 4억 2000만달러를 기록, 핸드백 단일품목으로 명실상부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한다. 1987년 설립 이후 2년만에 수출의 날 100만달러 탑을 수상하고, 2000년에는 수출 1억달러 탑을 수상하는 등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 설립 25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연간 수출액 5억달러를 목표하고 있을 정도로 비교적 빠른 시간에 세계 시장에 우뚝섰다.


핸드백 시장의 ‘아방가르드’로 불리던 시절
그러나 이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설립자 박은관 회장은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정말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웃음) 거창하게 ‘세계 1위’를 해야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그냥 열심히 했는데 어느날 뒤돌아보니 이만큼 와있었다.”


박 회장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사실 시몬느는 핸드백 시장의 ‘아방가르드’로 불릴 만큼 프론티어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 아방가르드(avant-garde)는 프랑스어로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한 예술 운동을 뜻한다. 군사용어로는 ‘선봉대’라는 뜻이 있다.


즉 시몬느는 기존 파이를 뺏어 먹는게 아니라 새로운 마켓을 창출하며 시장을 선도해나갔다. 때문에 시몬느를 수식하는 말 중에는 ‘최초’가 많다.


아시아 최초의 유럽 럭셔리 브랜드 생산, 최초로 ODM 개념 핸드백 생산 도입, 최초로 단가 1000달러짜리 디자이너 컬렉션 핸드백 생산 등 시몬느는 늘 남들이 하지 않던 일을 먼저 시작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새로운 게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엉뚱한 일을 많이 시도했다. 당시 시몬느가 시도했던 비즈니스는 아시아에서는 단 1%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었다. 시몬느가 시작하고 난 후 새로운 마켓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1950~60년대에는 중국에만 가면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업체 사장들이 날보고 ‘따거(大兄)’라고 부르면서 형 대접을 해줬다. 그만큼 아시아 시장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많이 가져왔기 때문이다.”



시몬느의 프론티어 정신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가 핸드백 사업을 시작할 때도 발휘됐다.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닌 ‘콜래보레이티브 파트너십’을 맺어 동반자로서 함께 브랜드를 설계하고 상품을 만들었다.


「도나카란」 「DKNY」 「마이클코어스」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핸드백 사업을 시작할 때 시몬느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만큼 시몬느의 디자인 기획력과 생산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유명 해외 브랜드들은 핸드백 라인에 대한 구체적인 콘셉 회의 및 상품 디테일까지 일일이 시몬느와 의논했다. 브랜드의 윤곽이 잡히면 시몬느는 그에 적합한 핸드백을 직접 디자인하고 원단부터 부자재까지 세세하게 골라 생산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시몬느는 ‘First 론칭 전문가’인 셈이다. 핸드백 사업에 있어서는 우리가 가진 디자인력과 기술 및 생산 시스템이 그들보다 월등하다. 따라서 제품 디자인 및 생산에 관한 부문은 시몬느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그밖에 마케팅 등 브랜딩에 관한 것은 각 브랜드 본사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야말로 수평적으로 탄탄하게 맞물려 있는 관계다. 진정한 의미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시몬느의 다음 행보는 “한국 최초의 글로벌 핸드백 브랜드”
프론티어 정신으로 전 세계 핸드백 시장에 우뚝 선 시몬느의 다음 행보는 바로 ‘코리아 아이덴티티가 있는 글로벌 브랜드 만들기’다.


박 회장은 “시몬느는 백스테이지에서 활동하는 기업이지만 시몬느가 갖고 있는 기술력과 시스템은 온스테이지에 내놔도 손색없는 히든 챔피언이었다”면서 “이제 한국에서도 글로벌 브랜드가 나올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서두르지 않는다. 브랜드는 곧 문화이자 히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히스토리나 문화는 단시간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되면서 중간 중간 각 시대별 고유의 가치들이 겹겹이 포개져 완성되는 것이다. 때문에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한국적 명품, 한국의 전통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게 박 회장의 바람이다.


“물론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브랜드 중에는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것도 많다. 분명 좋은 브랜드이지만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서 ‘Korea Oriented’ 브랜드를 만들어서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한국의 전통을 가진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박 회장의 열망은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다. 박 회장의 아버지는 1940년대 한국에서 최초로 동력어선을 운영했을 정도로 선박업계에서 꽤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60년 동안 가꾸던 정원에서 뛰어놀면서 자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공들인 것에 대한 변치 않는 가치를 배웠다.


“아버지가 가꾸던 정원에는 철마다 다른 꽃, 다른 나무들이 자랐다. 60년 동안 한결같이 정원을 가꾸는 것을 보고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가치’에 대해 배웠다. 아무리 수백억원을 쏟아부어도 아버지가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그 60년 정취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돈으로 살 수 없는 한국적 역사가 담긴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박 회장이 그리는 ‘코리아 아이덴티티가 있는 글로벌 브랜드’ 설계도에서 첫 번째 페이지는 바로 그동안 시몬느가 쌓아온 헤리티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세계 1위 핸드백제조전문업체로서 시몬느가 보유하고 있는 광범위한 원단, 수만가지의 핸드백 디자인 등에서부터 박 회장 개인적으로 모아 온 전 세계 핸드백의 역사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소개까지 한 데 모으는 작업이다.


시몬느는 핸드백의 과거·현재·미래를 총망라해 오는 7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하는 핸드백 빌딩 ‘백스테이지(Bagstage)’에 선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가로수길 건물을 보고 시몬느가 내수 시장에 진출하는 거라고 짐작하고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현재 가로수길에 짓고 있는 건물은 상징적인 곳이다. 세계 최초의 핸드백 박물관과 국내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 셀렉트 숍, 장인이 상주하는 공방, 신인 디자이너 코업숍 등 핸드백에 관련된 다채로운 콘텐츠로 채워질 예정이다. 특히 박물관은 현재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수석 큐레이터인 주디스 클락이 이끄는 현지 팀이 16~17세기 핸드백 300여점을 확보한 상태로, 각 핸드백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하는 작업 중이다. 따라서 내수 시장에서 매출을 일으킨다는 목적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백스테이지’를 오픈하면서 시몬느는 자체 브랜드 「0914」도 함께 선보인다. 1층에 매장을 구성하는 것이다.



「0914」는 박 회장 개인의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9월 14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몬느의 역사와 기술력이 집약된 ‘코리아 오리엔티드’ 브랜드다. 「0914」는 여타 브랜드들이 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전략으로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는 가로수길 백스테이지와 같은 플래그십 스토어 한두 군데만 열고 주로 해외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을 목표로 해외 유통망을 늘릴 계획이다.


박 회장은 “지금 씨앗을 뿌려놓으면 언젠가 꽃봉오리가 맺히고 결국 만개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25년간 시몬느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때론 외롭고 때론 무모하다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 1위 핸드백제조전문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런 시몬느가 오는 7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가로수길 핸드백 빌딩 ‘백스테이지’ 오픈을 앞두고 있다.


프론티어 정신으로 25년을 한결같이 달려온 시몬느가 보여줄 새로운 모습에 기대와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정인기 . 한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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