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문을 연 지금, 마침내 디올의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그 모습을 드러낼까? 2011년 3월 유태인 혐오 및 인종 차별 발언으로 디올을 떠난 존갈리아노의 후임으로 알렉산더왕, 리카르도티시, 앨버앨버즈, 하이더애커만, 스테파노필라티는 물론 마크제이콥스까지 언급되었지만 뾰족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후임 결정이 지체되면서 일각에서는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를 오픈하며 몸 풀기에 돌입한 존갈리아노가 다시 디올로 복귀한다는 전망까지 나왔을 정도. 그런데 최근 디올이 질샌더를 지휘해온 라프시몬즈를 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기 위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패션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디올은 ‘변화’를 원한다
벨기에 태생의 디자이너 라프시몬즈는 프라다와 질샌더 여사의 갈등 사이에서 방황하고 잊혀졌던 패션하우스 질샌더를 다시 ‘모던하고 미니멀한’, 갖고 싶은 브랜드로 부활시키며 역량을 인정받은 인물로 일각에서는 양측의 계약이 최종 단계에 돌입했다는 소문도 있다.
만약 소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오랫동안 드라마틱하고 화려한 존갈리아노의 미적 정서에 지배되어온 디올은 모던하고, 미니멀하며 미래지향적인 라프시몬즈의 감성과 접목되는 의미있는 변화를 맞게 된다.

라프시몬즈는 한 동안 입셍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페나노필라티의 후임으로 거론되며 필라티와 입셍로랑의 소유주 PPR 경영진과 알력설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따라서 디올에 입성할 경우 라프시몬즈는 패션 프레스와 비평가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아온 디자이너에서 본격적인 하이엔드 패션 랠리를 펼치는 ‘핫’ 한 디자이너로 그 위상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복잡한 디자이너 간택 전쟁
디올이 라프시몬즈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그 동안 복잡다단한 디자이너 간택 전쟁을 진행해온 디올의 행보에 다시금 시선이 쏠린다.
유태인 혐오 발언으로 인해 존갈리아노가 디올에서 축출된 후, 디올의 소유주이자 럭셔리 집합 제국 LVMH의 수장 베르나르아르노는 루이비통을 지휘해온 마크제이콥스를 디올로, 셀린느를 맡아온 피비필로를 루이비통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옮기는 '디자이너 개각'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로 마크제이콥스와 아르노가 몇 차례 만남을 가졌고 마크제이콥스가 긍정적 답변을 보였다는 말이 떠돌면서 패션계에서는 2012년 마크제이콥스가 지휘한 디올 컬렉션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
하지만 피비필로가 셀린느를 고집하고, 루이비통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마크제이콥스 역시 루이비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지방시의 리카르도티시가 물망에 올랐지만, 그 역시 지방시에서 활약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이후 현재 가장 핫한 디자이너로 꼽히는 알렉산더왕과 제이슨우가 새로운 후보로 등장했지만, 그들 또한 자신의 사업에 충실하고 싶다는 입장을 드러냈고 정통 패션하우스와는 거리가 있는 상업적 패션 행보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실제로 스케이터와 보드룩에 기반을 둔 젊고 감각적인 스트리트 웨어로 유명한 알렉산더왕은 꾸튀르 정신을 잇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또 다른 후보자 하이더애커만은 지나치게 ‘엣지’해서 디올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자 패션계에서는 다시 존갈리아노가 '유일한 디올의 해답'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베르나르아르노 또한 갈리아노 만큼 디올의 정수를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없다고 말하며 갈리아노 복귀설은 차츰 기정 사실화 되는 듯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라프시몬즈 영입설이 힘을 얻고 있으니, 드라마틱한 디올의 미적 정서만큼이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간택 전쟁도 끝을 알기 힘든 드라마다.

갖기 힘든 뜨거운 감자 디올
흥미로운 점은 디올의 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명단이 디자이너의 파워를 보여주는 척도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젊고 '팔리는' 루이비통의 전성기를 일궈낸 마크제이콥스, 도회적이고 활동적인 여성의 우상 피비필로, 활동적이고 시크한 뉴욕의 젊은 피 알렉산더왕은 물론 오뜨 꾸튀르의 역사를 살아낸 아제딘알레이야까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디자이너는 하나같이 명망있는 디자이너들이다.
또한 현재 유력 후보자로 언급되고 있는 라프시몬즈는 간결하고 매력적인 실루엣과 테일러링으로 인터네셔널 헤럴드트리뷴의 수지멘케스를 비롯한 패션 프레스에게 높은 찬사를 받아왔고, 스테파노필라타와 비교, 우월성까지 언급되며 필라티와 경영진의 감정 싸움까지 몰고 간 상품성과 화제성이 충만한 인물이다.
패션계의 편싸움도 볼만했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보그 프랑스판의 에디터로 활약하며 패셔니스타로 명성이 높은 까린로이필드는 마크제이콥스의 디올 영입을 적극 주장했고, 마놀로블라닉과 이탈리아 보그 에디터는 갈리아노의 복귀 외에 답은 없다며 존갈리아노 복귀론에 불을 지폈다.
반면 마크제이콥스의 ‘루이비통’ 성공을 경험한 뉴욕 패션계는 은근슬쩍 알렉산더왕에 힘을 실어주면서 친분과 이해 관계가 뒤얽힌 패션계의 속내가 다시금 드러내기도 했다.
그뿐 아니다. 패션 저널리스트들은 그들의 칼럼을 통해 저마다 '적합한 후보자' 명단을 만들어내며 관심을 끌어 모았고, 디올의 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명단에 오르지 않으면 능력 없는 디자이너로 몰리는 듯한 분위기까지 형성되었다.
실제로 영국 패션저널리스트 콜린맥도웰은 영국 디자이너 에르뎀을 '제2의 입셍로랑'이라고 치켜세우며, 그를 천거하는 메일을 디올의 CEO에게 보내 에르뎀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디올의 디자인 왕좌의 향방
마크제이콥스는 LVMH 산하 두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디올 사이에 은밀한 대결 양상을 만들며 흥미를 더한 케이스였다.
루이비통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어온 마크제이콥스는 LVMH 수장 베르나르아르노는 물론 그 자신도 디올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지휘하는데 높은 관심을 드러냈지만, 그가 떠난 후 루이비통의 상승 기조가 흔들릴 것을 염려한 경영진의 반대가 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루이비통에서의 성공이 디올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LVMH와 마크제이콥스의 고민이 결국 제의 고사로 이어졌지만, 내심 그의 영입을 바라던 디올의 입장에서는 꽤나 아쉬웠던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루이비통의 CEO 까르셀이 루이비통을 떠나자 마크제이콥스가 디올로 자리를 옮길 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다시 확산되기도 했다. (이브까르셀은 마크제이콥스가 디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인물로 CEO 자리는 물러났지만 2013년 문을 열 루이비통 박물관 파운데이션 루이비통의 회장으로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갈리아노의 복귀 vs 뉴 페이스
한 편의 서사시를 읽듯 뒤엉킨 디올의 후임 디자이너 찾기는 여전히 안개 속을 행보하는 중이지만 결론은 확실하다.
언론과 등을 돌린 채 재활에 몰두하고 있는 존갈리아노가 패션계의 옹호론에 힘입어 ‘못 이기듯’디올로 복귀하던가, 드라마틱한 디올을 넘어 ‘새로운 디올’의 장을 펼칠 새로운 장수를 찾든가 둘 중 하나다. 물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면 2012년 디올의 변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겠지만 말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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