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모델에게 관능미 강요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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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8 오후 4:46:15

거식증을 유발하는 말라깽이 모델에 대한 집착으로 사회적 비난에 시달렸던 패션계-아름답지만 신체적으로 덜 성숙한, 소년과 소녀가 뒤섞인 묘한 이미지를 아름다움의 기본 가치로 추구해온 패션계는 몇 년 전 거식증으로 사망한 모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한 동안 자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체질량 지수가 일정 수치에 미달하는 모델이나 16세 미만의 모델은 런웨이에 오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패션계 일부의 의지는 공허한 목소리로 끝났고, 모델들은 여전히 어리고, 덜 자라고 비현실적인 몸매로 화보에 등장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도발적 !
이런 와중에 패션계가 지나치게 어린 소녀에게 성적 이미지를 강요, 불편한 상상을 유도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패션계는 늘 젊음에 집착하고, 젊음을 향유하고, 젊음에 중독되어 있지만 이제 ‘젊음’을 추구하는 것도 모자라 ‘어린’ 소녀들에게 ‘어른의 모습’을 주입시킨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실제로 마크제이콥스의 향수, ‘Oh Lola!’ 광고는 16세 여배우 다코타 패닝의 인형 같은 모습과 다리 사이에 놓인 도전적인 향수 병의 모양이 소아 성애를 연상시킨다며 ASA(영국의 독립적 광고 규제 단체)에 의해 광고 금지가 결정되었고, 14세 소녀 헤일리스테인필드가 눈물을 흘리며 철로에 앉아있는 모습을 촬영한 미우미우의 광고는 ‘아동 학대’논란을 일으켰다. (다코타 패닝은 이보다 앞선 12살의 어린 나이 때에 마크제이콥스 컬렉션의 광고 캠페인에 등장한 바 있다. )


미우미우의 모기업인 프라다는 해당 광고는 ‘하이엔드 패션 광고’의 일부로 광고는 ‘현실이 아닌 상상’이라며 위험한 상황에 어린 모델을 노출시켰다는 ASA의 비난을 반박했고, “스테인필드가 원하면 언제든지 철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광고 촬영 현장이 결코 강압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우미우의 다음 광고에는 스테인필드가 아닌 34세의 성숙한 모델, 주느비에브반시너스가 등장할 예정이어서 아동 학대 논란이 지속되는 것을 우려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어린 소녀를 바라보는 ‘어른의 눈’
어린 소녀를 ‘어른의 눈’으로 묘사하는 패션계의 집착은 지난 여름 논란을 일으켰던 10세 소녀 모델이 잡지 화보에 등장하면서 노골화 되었다. 열 살밖에 안 된 프랑스 소녀 모델, 틸란블롱듀가 시대를 풍미한 섹시 스타, 브리짓바르도를 연상시키는 짙은 화장과 도발적인 모습으로 프랑스 판 보그 화보에 등장했을 때 패션계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해당 화보는 구찌 시절부터 도발적 상상력으로 논란이 되어온 톰포드가 게스트 에디터로 활약한 완벽한 ‘성인 버전’ 화보로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자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철저히 계산된 화장과 의상, 헤어 스타일까지 ‘관능적인 여성미’를 풍기려는 의도가 확연했다.


틸란블롱듀는 이미 4살 때 거의 토플리스 차림으로 디자이너 장폴고띠에의 런웨이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으며, 프랑스판 보그의 ‘어린이 부록’ 화보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지만 유혹적인 자세와 표정으로 일관한 보그 화보는 불편한 상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학부모 단체들이 즉각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 학부모 단체들과 언론은 해당 화보가 패션 화보가 아닌 ‘아동 포르노’이며 ‘소아 성애’를 암시하는 불쾌한 화보라며 경악했다. 인터넷에서도 아동 모델에게 섹슈얼한 상상력을 입히는 것은 패션의 ‘창의성’의 경계를 넘어 ‘아동 학대’라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특히 가뜩이나 소아 성애자들이 넘쳐나는 지금, 패션계가 미적 상상력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아동 포르노성’ 화보를 대놓고 촬영한 것은 사회적 책임 회피이자, 사회적 파장을 의도한 천박한 ‘마케팅’이라며 격분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해당 광고를 찍은 어린 소녀가 어른의 ‘눈’과 ‘목소리’에 지배된 화보를 찍음으로써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까지 제기, 아동 착취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틸란의 부모가 지속적으로 어린 딸을 성인 모델의 런웨이나 도발적 화보를 촬영하도록 허용한 것은 명백한 ‘아동 학대’라며 부모를 비난하는 모습도 드높았다.


그래서 결과는 어떠했냐고? 늘 그렇듯 요란한 비판과 논란이 한바탕 언론을 뒤흔들며 아동을 ‘성인화’ 시키는 패션계의 각성을 요구해도, 어린 모델에게 ‘여성적 도발성’을 요구하는 패션계의 집착은 여전하다.


젊어지는 하이엔드 고객, 어려지는 모델
2011년 하이엔드 업계에서는 유난히 ‘어린 모델’에 흠뻑 빠진 분위기다. 다코타패닝을 향수 광고에 등장시켰던 마크제이콥스는 그녀의 여동생 12세 엘르패닝을 또 다른 광고에 내세우며 어린 패닝 자매에 대한 지독한 애정을 드러냈고, 로다르테 또한 엘르패닝의 이미지를 브랜드와 연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14살 된 여배우 헤일리스테인필드는 미우미우의 2011 광고 캠페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프론트 로우에 초대받는 ‘핫’한 스타고, 어린 나이에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클로에모레츠는 14살에 불과한 어린 나이에도 디올, 샤넬, 프로엔자슐러, 스텔라매카트니의 의상을 입고 고혹적인 모습을 과시하며 패션계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실제로 ‘British Academy Children's Awards’에 등장할 때 클로에모레츠가 입은 캔디 스트라이프 드레스는 2011 샤넬 리조트 컬렉션의 하나로 성인 모델이나 배우보다 더욱 더 스타일리쉬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가을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시사회에서는 프로엔자술러의 프로앤자슐러의 체크 새틴+세퀸 드레스를, 런던 필름 페스티발 기간 중 상영된 영화 ”Let me In" 시사회에서는 2011 스텔라매카트니 리조트 컬렉션의 드레스를 멋지게 소화, 영화 전문지가 아닌 패션 잡지에 그녀의 이름이 더 빈번히 등장할 정도.


할리우드와 패션계 공통 현상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하이엔드 패션계가 심취한 어린 모델들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강한 이미지를 남긴 어린 배우라는 사실이다.


이는 곧 성공한 할리우드 스타와 인맥을 쌓으며 성장해온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의 관행이 점점 더 젊어지는 소비자들을 포섭하기도 위해 ‘더 어린 할리우드 스타’ 쪽으로 시선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이엔드 패션계가 어린 모델이나 어린 배우를 성인 패션의 당당한 소비자로 각색하고, 그들의 팬을 다시 미래의 소비자로 유도하기 위한 대장정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스타마케팅이 통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패션계가 외면하는 린제이로한이지만 10대 팬을 몰고 다니던 시절 그녀는 존갈리아노가 친분을 과시하던 할리우드 스타였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엠마왓슨은 버버리 광고에 등장하며 해리포터 세대를 버버리의 소비군으로 포섭했듯이 말이다.


어쩌면 패션은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뱀파이어인지도 모르겠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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