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수출 노하우 살려 한국 패션산업 뉴 패러다임 선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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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올해의 패션인,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2011-12-08 오전 11:54:09


신성통상이 올해 ‘매출 1조 클럽 가입’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모 기업인 신성통상과 「폴햄」으로 유명한 에이션패션, 가방 수출기업 가나안 등 3개 주력 기업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4% 늘어난 1조원.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한 패션 전문기업으로서 1조 클럽은 국내 패션시장에서 처음이며, 특히 영업이익이 850억원에 이르는 등 탄탄한 내실을 자랑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0년 전 하이파이브와 신성통상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패션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염태순 회장은 10년 만에 외형과 내실 모두에서 탁월한 경영성과를 거뒀다. 이는 30년 동안 쌓아온 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안목,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패션기업을 만들겠다는 열정이 더해짐으로써 가능했다.


규모의 경제 바탕으로 산업 자본 시대 진입
염태순 회장은 패션 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한다. 서른 한 살에 사업을 시작한 후 30여년간 수출에만 전념해온 그는 3년 전부터 내수사업으로 눈을 돌렸으며, 지난 3년간 준비를 바탕으로 지금부터 패션 사업을 제대로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SPA 기업이나 국내 대형 유통업체의 PB 등 최근 이슈로 부각한 신세력의 본질은 한 마디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산업자본’의 힘이다. 그 동안 우리 패션 기업들은 디자인과 영업이 승패를 좌우했지만, 이제는 시스템과 소싱이 핵심이란 것을 인식해야 한다. 시스템과 소싱, 산업자본을 결합한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선 한국 시장은 무주공산처럼 보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규모와 인프라, 전문인력 등 모든 측면에서 열세지만 지금부터라도 5년, 10년 앞을 내다보고 기본에 충실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염 회장은 최근 국내 패션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너무 쉽고 편하게’ 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언급했다.


“한 동안 ‘영업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는 백화점과 대리점이란 안정된 틀 안에서 성장한 것이며,  ‘소싱을 잘 한다’라는 것은 좋은 벤더를 만나 그들을 통해 쉽게 일해온 것이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의 코스트 상승 등 외부 환경이 바뀌면서 유통업체나 소싱 벤더들과 갈등이 커졌으며 벤더도 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염태순 회장은 3년 전부터 미얀마를 주목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중국 등에 종업원 4만명 규모의 수출 전용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내수를 위해서는 미얀마가 최적지라는 것이다. 신성통상은 지난해 미얀마에 내수 전용공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현재 점퍼, 셔츠 등 우븐 라인은 이미 가동 중이고, 향후 니트 라인을 증설해 내년 여름에는 종업원 4000명 규모의 내수 전용 소싱 인프라가 완성된다.


“사업은 시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최소 2~3년 뒤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 대안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 사실 지금 당장은 「유니클로」가 부럽고, 한편으로 두렵지만 단계적으로 대안을 만들어 간다면 머지 않아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단일 브랜드로 1조 짜리 키워야
염 회장은 얼마 전 경기도 양주에 있는 한국섬유소재연구소를 찾아 니트 신소재 공동개발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재 물류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16만5000㎡(5만평) 부지(양주)에 패션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물류창고는 최근 여주에 매입한 9만9000㎡(3만평) 부지에 새롭게 조성하는 등 소재 개발에서부터 물류에 이르기까지 핵심 경쟁력을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부터 시작해 최근 양주 패션클러스터, 여주 물류단지 등에 이르기까지 염 회장의 행보는 ‘1조원 규모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중장기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전개 중인 브랜드와는 설계부터가 다른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내 브랜드들은 대부분 66~99㎡ 매장에 적합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브랜딩이란 말로 포장돼 있지만 아이템별 경쟁력에서 해외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 국내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경쟁력 높은 아이템 중심으로 브랜드를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가 가장 강한 아이템은 니트웨어와 캐주얼 가방이다. 내년에 첫 선을 보일 신규 사업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전략으로 접근할 것이며, 정면 승부가 아닌 어느 한 곳을 무너뜨릴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 것이다.”


미래경쟁력은 인재…‘파프리카’ 같은 프로그램 구상 중
염태순 회장은 인재육성에 대해 관심이 높다. 패션은 이성적인 부문의 소싱과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기업문화를 만들고 전체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이끌어 가는 리더십 또한 핵심 역량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안목을 가진 전문가를 성장시키기 위한 염 회장의 ‘코칭 경영’은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재능이 우수하지만 재정적인 능력이 부족한 젊은 인재들을 발굴해 육성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메이저 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그는 베네통그룹이 운영 중인 ‘파프리카’와 같은 젊은 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학창시절 연극과 사진에 심취하기도 했던 염 회장은 컬처 비즈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싱글즈> <시> 등 다수 영화 제작에 투자하기도 한 그는 패션 사업이야 말로 가장 문화적인 안목과 이를 산업으로 승화하는 경영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한국 패션 산업의 뉴 패러다임 제시’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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